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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Jun 21. 2021

회사는 우리를 어떻게 소시오패스로 만드는가?

이런 회사 동료가 있다. 다른 동료의 상황과 감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목적 달성 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 남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편의만 고집하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특정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 이득을 위해서라면 거짓도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 부하직원을 갈아 넣어도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된다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조심하자.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높다. 


사실 소시오패스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한다.

사회에 자연스레 녹아있고, 보통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통계적으로 입증되었다. 통상 100명당 4명 꼴로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다. 만약 당신이 속한 조직이 25명이라면, 그중 한 명은 소시오패스라는 얘기다. 물론 통계일 뿐이다. 하지만,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알게 되면,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부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어떻게 다를까?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로 분분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체적 차이로 구분한다.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이 일반인의 15%에 불과하다. 즉, 행동에서 느끼는 감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도덕적 양심을 느끼거나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오로지 자신의 욕구와 욕심이 우선시 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제약이 없기 때문에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


반면에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처럼 선천적 이상은 없다. 대부분, 환경에 따라 후천적으로 발현된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사이코패스처럼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지만,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인지는 분명하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명백히 판별할 줄 안다. 다만, 도덕적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한다. 잘못된 행동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동정이나 연민, 또는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며 목표를 위해 악용한다. 예를 들어, 자기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한 없이 충성하면서, 낮은 지위의 사람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철저히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소시오패스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보통 사람 이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자칫 차가워 보일 때도 있지만, 비교적 사교적이며 말주변도 뛰어나다. 게다가 업무 성취도가 높아 조직의 핵심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시오패스가 타인보다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득이 되는 것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이 행동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말도  되는 일정이 잡혔더라도 모종의 추진력을 발휘(?) 어떻게든 일이 되게끔 만들곤 한다. 그들에게는 부하직원의 마음과 건강보다는 프로젝트의 성공이라는 목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감이 결여된 소시오패스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 회사는 비슷한 점이 많다. 성과와 효율, 그리고 이익만을 추구한다. 인간적 예의나 도덕적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경쟁사를 무너뜨려서라도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어찌 다를까? 회사는 선한 사람,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을 인재상으로 입에 올리지만, 정작 그런 사람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든 회사의 이익에 공헌하거나, 무리한 계획을 일정에 맞추는 사람, 효율적으로 비용을 아끼는 사람을 요직에 배치한다.


사람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 마치 참을성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온갖 비인간적 질문을 퍼붓는다. 그리고 그걸 견뎌내는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매긴다. 마치 견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인 것처럼 생각한다.


회사는 경쟁이 기본인 집단이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만 누군가의 위에 선다. 한때는 협력 관계였다 하더라도 이익이 상충되는 순간이 오면 곧바로 적으로 탈바꿈한다.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이 적의를 드러낸다. 겉으로는 인간적인 척, 친한 척, 온갖 척을 다 하지만, 속으로는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연봉, 더 많은 인센티브를 위해 행동하고, 최대한 자신이 돋보이도록 행동한다. 남의 성과를 훔치고, 상대를 헐뜯는데 거리낌이 없다. 마치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남은 불행해져도 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회의 이치라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회사라는 숨 막히는 집단 속에서 점점 소시오패스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인간적인 면은 사라지고 성과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회사의 모습과 조금씩 닮아간다. 그러나 성공이 전부가 아니다.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가끔은 회사와 인간성이 양립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괴물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아픔에 분노하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보통의 인간성을 가진 사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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