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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Aug 15. 2021

번 아웃(burn out)에 대처하기

번 아웃(burn out) 되었다.

쉼 없이 달려온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자, 나는 번 아웃 되었다. 번 아웃을 여러 번 겪었지만, 이렇게 스리슬쩍 다가온 것은 처음이다. 모든 것을 쏟아붓지도 않았다. 회사 일과 나를 철저히 분리한 채 거리를 두고 일을 마주했다. 회사 일보다 내 일을 중요시했고, 행여 지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체력을 관리했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하게 번 아웃이 찾아왔다.


의욕이 사라졌다. 

잠을 자도 오히려 피로가 축적되었다.  늘어진  좀비처럼 침대와 소파만 오간다. 외출하지도, 약속을 잡지도 않았다.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았다. 가만히 누워 천정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머릿속은  비어있는  같았다.   때도 재택근무를 핑계로  밖으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은  사각 모니터만 들여다보았다. 나는 자발적 히키코모리가 되었고,  아웃의 후유증을 온몸으로 받아내었다.


사실,  아웃의 원인은 마음에 있다. 

일의 양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미래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느냐다. 지금 하는 일이 목표에 부합한다면 쉽사리 지치지 않는다. 대부분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할  있다. 반면에,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조금만 무리해도 쉽게 지친다. 마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끝없이 달리는  같은 기분이랄까. 혹은  빠진 독에 끊임없이 물을 채워 넣는 콩쥐 같달까.


나는 왜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개발자로 일하게 될까?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만 회사를 다니는 건가? 답이 없는 질문만 끊임없이 되뇐다. 그럼에도 회사에 소속되어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은, 월급이 주는 안정감과 빳빳한 명함에 깃든 자부심을 대체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할  없는 일이라면, 차선이 필요하다. 

방향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버틸 재주를 길러야 한다. 쏟아지는 일과 습관적 야근에 대처할  있어야 하고, 가끔씩 찾아오는  아웃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체계가 필요하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오랜 회사생활로부터 축적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여행을 간다.


코시국에 해외는 못 가더라도 제주도라도 다녀오면 좋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가벼운 여행도 나쁘지 않다. 당일치기로 바다에 다녀오거나 캠핑을 가도 좋다. 현재 상황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나는 혼자 산에 오르는 편이다. 눈이 쌓인 겨울 산이면 더욱 좋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차가운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면, 온몸의 독소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랜 친구를 만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 만나길 꺼린다. 사람에게 기 빨리는 타입이라 그런지, 오랜 시간 대화에 현기증을 느낀다. 그럼에도 친구를 만난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구면 더욱 좋다. 묵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다 보면 한결 기분이 나아짐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다.


예전부터 그랬다. 마음에 불완전할 때는 늘 무언가 읽었다. 책을 끼고 사는 다독 가는 아니지만,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환기된다. 책의 종류는 관계없다. 자기계발서, 소설, 에세이 등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이면 충분하다. 지치고 고된 현실은 잠시 접어두고 책 속 세상에 빠져보자. 현실의 문제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운동한다.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 중 운동만 한 것은 없다. 몸과 마음은 상호 보완적 관계다. 마음의 피로를 말끔하게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한결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지친 상태에서 운동을 시도하는 것조차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일단 시도해보자.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오히려 몸에서 에너지가 발생함을 느낄 수 있다.



다 필요 없다. 그냥 가만히 있는다.


사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좋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을 때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도 한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가만히 있음을 휴식이라 생각하고 철저히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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