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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Sep 20. 2021

주말만 기다리는 직장인의 시간

휴, 눈뜨자마자 한숨이다. 눈이 핑 돌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월요일이다


현실을 자각한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서 내 상태가 이 모양이었구나. 어제는 왜 또 늦잠을 잤을까? 분명 지난주에 일찍 잠들자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할 일도 없으면서 왜 그리 밤늦게까지 빈둥거렸는지. 넷플릭스 앱을 열었던 게 실수였다. 하나만 더 보려던 것이 마지막 편까지 이어질 줄이야.


천근 같은 눈꺼풀을 손으로 억지로 잡아 올렸다. 그리고 방 안에 흩어진 의식의 조각을 하나씩 끼워 맞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시계를 봤더니. 이런. 지각이다.


10분 만에 출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헐레벌떡 지하철로 뛰기 시작한다. 학교 다닐 때, 100m  달리기도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뛰다 보니 땀이 나고 숨이 차오른다.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6자리 통장 잔고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쳇, 대안이 없네. 계속 달릴 수밖에.


가까스로 회사에 도착했다. 온몸이 땀으로 끈적거린다. 체력이 벌써 바닥났다. 어서 돈 벌어서 회사 근처 아파트로 이사 가야겠다. 그럼 여유 있게 걸어올 수 있겠지. 그런데, 여기가 얼마더라?


일할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버텨야지. 휴가를 낼까 생각해보지만, 딱히 할 것도 없다. 아마 집에서 빈둥거리겠지. 게다가 1년에 15일밖에 없는 자유를 허투루 낭비하기는 더 싫다.


일이 밀려있지만, 오늘은 좀 놀아야겠다. 내일부터 시작해도 충분할 것 같다. 건너편 동료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서로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핸드폰을 챙겨 눈에 띄지 않게 한 명씩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커피나 마시며 주식이나 확인해야지. 직장인이 뭐 있나. 커피를 몸에 들이붓고, 주식 대박을 바랄 수밖에.




직장인에겐 일주일 짜리 시계가 있다. 

주중과 주말로 나눠져 있는  시계는 속도가 제각각이다. 주중의 1초가 주말의 1초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인다. 회사에서 일할 때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시도 때도 없이 시계를 쳐다보지만, 퇴근은 오지 않을  미래의 일처럼 보인다. 반대로 주말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일어나면 점심시간이고,  먹고 잠깐 쉬면 해가 저물고 있다. 마치 하루가 6시간 정도밖에  되는  같은 느낌이다. 같은 하루인데, 주말  이렇게 른지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 시계 뒤편 조정 장치를 몰래 돌리는  아닐까.


그렇게 소중한 주말이지만, 대부분 의미 없게 시간을 보낸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TV 보고, 넷플릭스 드라마를 정주행 한다.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켜먹고, 밖으로는  발짝도 나가지 않는다. 창밖으로 어둠이 느껴지면, 비로소 오늘 하루가 아깝다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릴없이 보냈나 싶다. 하지만 후회도 잠시. 주중에 고생했으니 주말에는 쉬어도 된다며 스스로 합리화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는 요일에 따라 감정이 급변한다. 월요일은 왠지 모르게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동태 눈까리 같은 눈으로 멍하니 컴퓨터만 쳐다보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금요일쯤 되면 사람이 달라진다. 마치 젊음을 되찾은 사람처럼 눈빛이 살아나고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금요일이라고 딱히 특별할 것은 없다. 모든 요일은 똑같은 하루다. 요일이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불과하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주기에 길들여졌을 뿐이다. 주어진 일만 처리하기 급급한 생산기계가 되어, 노동과 휴식을 반복하는 삶에 익숙해졌을 따름이다. 마치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착실히 늙어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같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 죽음은  미래의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당신 곁에 머물러 있다. 시간을 버티고 흘려보내야  대상으로 여긴다면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잠깐 한눈  사이에 저만치 멀리 가버릴지 모른다.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채워야 한다.


월요일에 눈을 떴을 때, 무기력과 짜증이 아닌 기대와 감사함으로 가득 찬 삶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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