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노 Oct 24. 2021

회사를 오래 다니면 안 되는 이유

 회사를 다닌 지 9년째,  하나 시작해도 1년을 이어가지 못하던 내가 어쩐 일일까? 지금껏 다닌 회사들을 돌아봐도, 2년을 넘긴 기억이 없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9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 무엇이 나를 이리 오랜 기간, 같은 공간에 머물  만들었을까?


과거 우리 아버지 세대가 들으면 코웃음  이야기다. 9 가지고  그리 호들갑 떠냐   같다. 그분들에게 회사는  인생과 같았다. 20 젊은 나이부터 시작해서, 50 넘긴 나이 까지. 수십 년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으로 출근하고 퇴근했다. 회사의 불합리한 처우에도, 상사의 무자비한 질책에도, 쓰디쓴 소주 한잔 들이켜면서 꿋꿋이 버텨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의 인식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회사에 의존하는  보다 스스로 개척하는 쪽을 선택한다. 물론  길이 만만치는 않다. 회사에 머무르는 것보다 훨씬  척박. 그래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 안주한다. 버티고 버틸 때까지 회사의 끈을 잡고 놓지 않는다.


9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딱히 이룬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시간만 흘러간 기분이다. 안주하는 삶이 나를 좀먹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회사를 너무 오래 다닌 탓일까?



| 한정적 인간관계 

인간관계의 폭은 사람의 성향이 좌우한다. 외향적인 사람이 관계의 폭도 넓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향과 무관하게 지나치게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무뎌진다. 회사 동료는 같은 회사에 있을 때만 의미 있는 관계임에도, 스스로 충분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사내 인맥회사 문을 나온 순간 사라져 버리는 먼지 같은 것이다.


아마 한 번이라도 퇴사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퇴사한 당신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위치를 지키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 현실에 안주하기

회사에 처음 출근하면, 모든 것이 새롭다. 잔뜩 긴장한 채 이리저리 눈치 보며 분위기를 살핀다. 업무를 최대한 빠르게 익히기 위해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고, 실력을 입증하려 불편한 업무도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마음이 점점 편안해진다. 옆자리 동료와 편하게 커피도 마시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이젠, 처음과 다르게 큰 노력 없이 일처리가 가능 해진다.


편안함은  달콤하다. 인간은 불편함을 피하려는 본능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언제나 편안함을 추구하려 든다. 그래서 우리는 손쉽게 현실에 안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점점 나태해진다.   있에만 집중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다. 지구가 태양을 일정하게 돌아가듯이, 나의 일도 영원히 궤도를 벗어나지 않길 기원한다.



| 월급루팡

연봉은 직장인의 능력을 대변하는 대표적 지표다. 물론,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 월급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입을 옷을 사고, 밥을 먹고, 비바람을 피할 집을 구하는 것까지, 월급 없이는  무엇도 제대로 영위할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많은 소득을 얻으려는 것이 직장인의 공통된 욕망이다.


하지만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막연하게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축적된다. 지금의 자리를 벗어나면,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불 밖이 위험하다며 집에만 처박혀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내부 세계를 지키는데만 몰입한다.


그래서 이력서를 갱신하고,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것을 쉽사리 시도하지 않는다. 생각만으로도 친다. 게다가 이직에 성공하더라도 꽃길이 펼쳐지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기껏 연봉을 올려 입사했는데, 분위기도 별로고 업무 강도가 훨씬 높은 경우도 많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굳이 이불  세상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월급루팡(맡은 직무는 제대로 안 하면서(또는 그것만 하면서) 월급이나 축내는 직원을 말함) 되어 앉은자리를 꿋꿋이 지켜낸다.



| 미래에 대한 망각

우리는 언젠가 회사를 그만둔다. 아니, 그만둬야 한다.


회사는 직원을 평생 책임지는 곳이 아니다.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계약 관계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쓸모가 있을 때만 대우를 받는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 밖으로 쫓겨날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편안함과 월급의 달콤함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직이든, 사업이든, 아니면 또 다른 형태가 되었든지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만 기다리는 직장인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