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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Nov 01. 2021

저는 좋아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회사에 적응할 때가 되면, 모두들 스스로에게 한 번쯤 해보는 질문이다. 회사일도 그럭저럭 할만하고 월급도 따박따박 나오니 크게 불만은 없다. 그렇지만, 딱히 좋아한다 말하기는 애매하다. 평생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저 위에 앉아있는 꼰대를 보고 있자니 괜스레 미래의 내가 불쌍해진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싶을까? 뭘 좋아하는 걸까? 어렸을 적 꿈이 몇 가지 떠오르지만, 이제는 좋아하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대학 가래서 그렇게 했다. 대학에서는 학점이 중요하대서 학점관리에 충실했고, 영어가 중요하다 해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렇게 회사에 들어갔고, 이제는 끝이라 믿었다.


회사에 가면 모든  확실하고 분명해질 거라 믿었다.  길을 따라 묵묵히 걸으면 원하는 종착지에 도착할  같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모든  불안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껏 좋아하는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지 않았다. 남들 하는 데로, 남들이 하라는 데로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다. 그런데 , 이제야 이런 질문이 하는 것일까?



|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날래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부럽다. TV나 유튜브에 나오는 저 사람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 남들에게는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지만, 내 적성에는 맞지 않은 것 같다.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것도 없다. 월급만 제때 나오고, 야근만 없으면 괜찮을 것 같다. 특별한 성과도, 보람도, 회사에서는 바라지 않는다. 이제는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지, 내가 회사를 필요로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 좋아하던 일도 싫어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건축을 좋아했다. 건축 공부가 좋았고, 생각을 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희열을 느꼈다. 밤을 새워도 기분이 좋았다. 이게 바로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하는 기분이구나 싶었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평생 하고 싶었다. 돈벌이가 시원찮아도 괜찮을  같았다. 당연하게도 졸업  설계 사무소에 취직했다. 이제 진짜 집을 지을  있다는 생각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부푼 꿈을 안고 출근했던 직장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공간, 형태, 사회, 철학 같은 주제로 의견을 나누던 학교와는 다르게, 나는 어느덧 PPT 모델 깎기 머신이 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스티로폼을 자르고 표의 위치를 맞추는   일의 전부였다. 현실은 꿈꾸던 이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정도 일을 하려고 그리 어렵게 공부했던 것일까?

좋아하는 것을 일로써 시작해보면, 상상과는 다름을 느끼게 된다.  전에는 마치 모든 것이 완벽할 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글쓰기를 좋아하니 작가가 되어야겠다 결심한 사람이, 글만으로 생존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모른다. 또한 개발자는 컴퓨터만 잘하면 된다 생각하지만, 사실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중요한 경우도 많다.


좋아하는 일에는 반드시 다른 면이 존재한다. 어떠한 분야든 일이 되는 순간,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돈이나 다른 이와의 관계,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다. 취미나 관심사에 그친다면 신경 쓸 일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일로써 시작했다면, 싫은 부분 역시 포용할  알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좋아하던 일이 끔찍하게 피하고 싶은 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 좋아하는 것의 진짜 의미


이제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린다. 분명 좋다고 시작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완전히 딴판이다. 진짜 좋은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단편적 모습에 현혹되어 좋아하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아닐까 의심스럽다.


재미있는 일을 찾는 것도 좋지만,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재미있어집니다.


신입생 시절, 어느 교수님이 해준 말씀이다. 아무리 재미없어 보이는 일도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면  속에서 재미를 발견할  있다는 말. 퇴근시간만 바라보거나 주말만 기다리는 직장인이라면 아마 불가능하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고 무작정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 지금 하는 일에서  잘할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잘하다 보면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인정으로 이어진다. 타인의 인정만큼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것도 없다. 괜히 어디에 있는지도  좋아하는  찾아 헤매다 인생을 허비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단순히 현재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과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심하고  고심하자. 그런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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