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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May 03. 2020

나는 게으르다

무계획한 삶.

무.계.획이 계획이야.
사람이 계획을 세우면 실패할 수 있지만,
계획이 없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그러니까 계획을 세우지 않는 거야.


영화 <기생충>에서 범죄를 저지른 송강호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딸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얼핏, 맞는 말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계획을 가지고 살아갈까?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네 집이 그렇듯, 보통 사람들에게 계획은 사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계획보다 생존이 더 중요하다. 당장 오늘 먹을게 없는데, 목표가 뭐고 계획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사정이 조금 나은 이들도 다를 바 없다. 내야 할 카드값과 대출 이자가 넘쳐난다. 월급은 스쳐지나갈 뿐이고, 빚은 계속 늘어간다. 한 달이라도 월급을 못받으면 버티기 힘들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에서 한달로 기간이 늘었을 뿐이다.


우리는 회사라는 시스템에 갇힌 노예나 다름 없다. 월급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회사를 다녀야 한다. 답답하다. 처음에는 분명 내가 원하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회사에 종속된다. 아이를 낳고, 차를 사고, 집을 산다. 갇혀있다는 답답함을 소비로 해소한다. 계속되는 소비는 시스템과의 결속을 높인다. 빠져나올 수 없다. 우리는, 늪에 빠졌다. 회사는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존버"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가끔, SNS을 보면, 다들 뭔가를 하며 살아간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한다. 게으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성실하고 모두가 행복하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슬픔과 우울함은 없을 것 같다.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게을러 보인다. 초라하고 불행하게 여겨진다. 도태될 것 같은 기분이다. 자신이 한심해 보이고 우울감이 찾아온다.


물론, SNS에는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필터링되어 있고, 과장되어 있다. 나를 알리는데만 열중한다. 본연의 모습은 감춰져 있고, 포장된 모습만 펼쳐져 있다. SNS의 모습을 전적으로 믿어선 안된다. 정보 공유의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게으르지만, 나도 계획이 있다고.


나는 게으르다. 단 한 번도 열심히 살아본 적 없다. 남들의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천성이 성실해서일까? 항상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 게으른 것이 싫다. 아무 생각없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시간이 아깝다. 아까운줄 알면서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의욕은 바닥을 친다. 게으름에 저항 해보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사실, 게으름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만족한다면, 게을러서 문제될 건 없다. 오히려 조금 게으른 사람이 창의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게으름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다.


나는 게으르지만,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계획을 세운다. 주로 1년 단위로 러프하게 잡는다. 1년이라는 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건 아니다. 다만, 회사일이 대체로 1년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게 편하다(연봉 현상이라든지, 이직이라든지). 내가 올해 세운 계획은 다음과 같다. 1년에 50개 글쓰기, 단편소설 1편 쓰기, 영어 공부하기, 운동하기(달리기), 책읽기, 개발 공부. 글쓰기와 소설쓰기를 제외하면, 굉장히 러프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으니 실행력도 떨어진다. 좀 더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목표와 계획이 필요하다. 각 영역에서 이루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운동하기를 예로 들어보자. 몸무게, 체질량, 근육량 등을 측정하고 적절한 목표치를 정한다. 만약 달리기라면, 마라톤 대회 참가(무릎 부상으로 중단)나 목표 시간, 또는 하프 마라톤 완주(무릎 부상으로 좌절됨)와 같은 식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장기적 재택근무와 개인적 불행 덕에 2020년의 1/3이 지났다. 감정적이고 휘둘리기 쉬운 성격 탓에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정신을 차리고 일상을 되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렸다. 이제는 망가질때로 망가진 2020년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해야할 시간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시 <기생충>의 대사로 다시 돌아가자.


사람이 계획을 세우면 실패할 수 있지만, 계획이 없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 사람이 계획을 세우면 성공할 수 있지만, 계획이 없으면 성공할 일도 없다.


조금 바꾸어도 완전히 달라진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구체적인 계획 세우기"다. 러프하게 세운 계획은 게으름을 이겨낼 수 없다. 게으름을 누르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획마다 구체적 목표가 필요하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구체적 산정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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