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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Sep 26. 2021

다이어트, 2달의 기록

혼자가 아닌 다 같이

2개월 전, 회사 동료 몇몇과 다이어트 내기를 시작했다. 기한 2개월에 10만 원 빵. 각자의 목표치를 정하고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호기롭게 5킬로를 빼겠다 선언했다. 3~4 킬로면 충분할 텐데, 순간 왜 그런 허세를 부렸는지 모르겠다. 일단 뱉은 말이니 주워 담을 수는 없고. 어떻게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요가와 식단 조절을 병행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수치일 거라 생각했다.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식단이다. 식단 제어만 잘하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탄수화물과 거리 두기는 필수다. 나같이 빵에 미쳐 환장하는 타입은 그래서 다이어트가 참 어렵다. 밀가루, 설탕, 버터 등 빵에 들어간 모든 재료가 곧 살로 이어지는 칼로리 폭탄이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하루 1끼는 샐러드만 먹기로 결정했다. 당장은 허기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버텨야지. 2주만 버티면 아마 몸이 적응할 거라 믿는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익숙해진다.


문제가 발생했다. 

2주 정도 지났을까. 요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등록 기한이 끝나가고 있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이어가려 생각했다. 하지만,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면서 요가원의 정책에 변경되었다. 샤워장 이용이 금지된 것. 한 여름에 씻지 않고 지하철에 오를 용기는 없었다. 땀에 절은 몸으로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만큼 나는 뻔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 동료 가족 중 한 명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재택근무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회원 기간도 끝나가겠다 재택근무도 해야겠다 싶어 이참에 요가를 잠깐 쉬어보기로 결정했다.


재택근무는 다이어트의 적이다.

재택근무를 하면 움직임이 최소화된다. 의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집 안에 가만히 있게 되어 소모되는 운동에너지가 0에 가까워진다. 집과 회사 거리와 출퇴근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본의 아니게 걷거나 뛰면서 에너지를 소모한다. 게다가 집에만 있으니 간식 섭취 빈도도 늘어난다.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건 똑같은데, 왜 집에만 있으면 입이 근질거리나 모르겠다. 재택근무는 도무지 살이 빠질 수 없는 환경이다.


식단밖에 남지 않았다.

집에서 매일 요가를 하겠다 다짐했지만, 원대했던 계획은 단 한 차례로 끝나버렸다.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이 꽤 많은 정신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논리가 그럴듯하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요가매트는 고이 말아 책상 밑으로 자리를 옮겼고, 내 전용 발받침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동안의 요가와 식단 조절로 2.7킬로 정도 감량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만 잘 버티면, 순조롭게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캠핑을 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나?

8월 초, 3일간 캠핑을 다녀왔다. 캠핑은 먹기 위해 간다. 샐러드나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자주 캠핑 다니는 사람 치고 날씬한 사람은 흔하지 않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 먹으면 되겠지 생각했지만, 막상 캠핑장에선 늘 입 안이 먹을 것으로 가득했다. 고기를 구워 먹고, 맥주를 마셨다. 다시 고기를 구웠다. 과자를 먹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안줏거리가 끊임없이 나왔고, 손과 입은 쉴틈이 없었다. 아메리카노의 자리는 설탕이 가득한 믹스 커피가 대신했다.


사실 캠핑은 핑계에 불과했다. 진짜 문제는 스스로 해이해진 탓이었다. 한 달에 2.7킬로 빠졌으니 남은 한 달간 2.3킬로 빼는 건 일도 아닐 거라 믿었다. ‘놀러 왔으니 먹어야지’, ‘오늘 하루쯤은 어때’라 생각하며 그간의 결핍을 마음껏 채워 넣었다.


그렇게 2주가 흘렀고, 역시 체중 변화는 없었다. 캠핑 탓인지 모르겠지만, 단 100g도 달라지지 않았다.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남은 기간 동안 2.3킬로 빼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실패, 절반의 성공

결국, 실패했다. 결과는 4.5킬로 감량. 간발의 차이(?)였다.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한 목표를 세울 걸’, ‘캠핑장에서 자제할 걸’, ‘마지막 며칠이라도 굶을 걸’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10만 원으로 꽤 괜찮은 다이어트를 했다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함께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혼자보다는 누군가 함께하면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며 약간의 고통에도 쉽게 무너진다. 이루고 싶은 무언가 있다면, 생각한 대로 잘 안 된다면, 같이 할 누군가를 찾아보자. 혼자만의 다이어트였다면, 아마 진작에 포기해 버렸을지 모른다. 자극이 되는 동료가 있고, 금전적 보상이 있어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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