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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Dec 06. 2021

마흔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중요한 건 마음이야. 


남들에게 쿨하게 말해보지만, 한 살 두 살 먹어가는 나이에 속이 쓰리다. 찬바람에도 얇은 코트 하나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두툼한 패딩 없이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다(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 아무리 꼭꼭 씹어 먹어도 체한 듯 속이 답답하고, 아무리 자도 피로는 쌓여만 간다. 커피 세 잔쯤 마셔야 그나마 버틸 만하다. 그동안 딱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이젠 살기 위해 뭐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20대의 나는 나의 마흔이 특별할 거라 믿었다. 근거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미래가 그려졌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자신감 넘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잡지 한편에 성공스토리가 실릴 만큼 주목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겪어본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부딪혀 이겨내기에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버티는 것뿐이었다. 무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루를 견디고 한 달을 견디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저만치 흘러가 버렸다. 매 순간 특별할 거라 믿었던 인생은 그저 그런 하루들로 가득 차 버렸다. 특별함이란 단어는 사라졌고,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대신 자리 잡았다.




10대엔 공부하고, 20대에는 취직하고, 30대에는 결혼한다는 것. 뻔하고 재미없는 지루한 이야기다. 나는 그런 뻔한 삶에 환멸을 느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남들과는 다른 유니크한 삶을 원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들보다 큰 용기와 노력, 희생이 필요했다. 한량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진 내게 그런 의지가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나를 맞추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마흔을 바라보는 직장인이 되었다. 


마흔의 직장인. 일일드라마처럼 뻔한 이야기다. 미래도 없고 현재도 없다. 회사에 남아 있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으려 영혼까지 갈아 넣는다. 떠나고 싶지만, 대안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월급만큼 벌 자신이 없다. 부자가 되어 보겠다 시작한 주식은 늘 마이너스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집 한 채 갖기는 왜 이리 힘든지, 갈수록 오르는 집 값에 한 숨만 늘어난다. 월급 기계가 되어 살아갈 뿐이다. 


마흔쯤 되니, 이제 사실 조금 무섭다. 이대로 흘러가면, 순식간에 쉰이 지나고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 것 같다. 지금껏 나이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흔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인생의 절반쯤 왔기 때문일까? 괜히 센치해진다. 나는 왜 조금 더 노력하지 않았을까? 왜 남들과 다르게 살지 못했을까? 돌아가지도 못할 과거에 괜한 후회만 남는다.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BTS, <life goes on>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해가 지면 해가 뜨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그래서 모두에게 평등하다. 보내기 싫다 해서 멈출 수도 없고, 빨리 지나가라 해서 빨리 감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같은 하루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는 전혀 달라진다. 누구에게는 별 볼일 없는 시시한 하루라도, 또 다른 누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하루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기록하려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기록하는 순간, 평범한 하루도 특별해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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