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불협화음이 맑은 소리가 되기까지
겉으로 보기에 다 같은 줄무늬를 가지고 있는 수박도
두드려보면 저 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고.
친구가 가정의 비화를 조용히 털어놨을 때,
내가 건넸던 위로의 한 마디였다.
그건 누구를 향한 위로였을까.
우리 집은 구태여 두드리지 않아도
요란한 소리가 끊이질 않는 집이었다.
엄마와 아빠의 싸움에 희생된 식기의 파열음.
삼촌과 아빠의 주먹다짐이 일으키는 마찰음.
손찌검에 날아간 오빠의 안경이 부서지는 소음.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매일같이 울던 내 울음.
그 불협화음 같은 소리가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어지러이 뒤엉켜 서로를 할퀴고 부쉈다.
엄마는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오빠는 밖으로 나돌며 점점 엇나갔다.
아빠는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들이 많아졌고
삼촌은 발 길을 끊었다.
나는 홀로 방 안에 누워
밤새 천장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더 이상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친구와 깔깔거리며 떠들었고,
태평하게 우당탕탕 경도 놀이나 하며 뛰어다녔다.
매일밤 14층에서 나는 불행의 소리들은
주머니에 꼭꼭 숨겨둔 채
누구에게도 꺼내 보이지 않았다.
그 암담하고 칙칙한 불우 속에서도
나와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게 터벅터벅 걸었다.
걷고 걸어 졸업을 하고,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녔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시간은 접착제가 되었고,
정신없이 부딪히던 소음들은
더 이상 깨어지지 않고 단단해졌다.
어긋나던 음정과 박자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다.
더는 그 소리들이 거슬리지 않았다.
아빠는 집에서 반주를 한 잔씩 걸치고
오빠는 아빠의 옆에서 비워지는 술잔을 채운다.
나는 그 옆에서 함께 유리잔을 짠 부딪히며,
이런저런 사소한 안줏거리를 꺼낸다.
뉴스 헤드라인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토론하는 소리
주방에 모여 함께 만든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도란도란 둘러앉아 본 추석 특선영화 속 노랫소리
오빠의 철 지난 개그에 터지는 왁자지껄 웃음소리
우리 집은 이제 그런 소리들이 난다.
부엉이 한 마리 울지 않는, 달 밝은 밤
쌔근쌔근 고롱고롱 코를 고는
각자의 숨소리만이 집 안에 기분 좋게 맴돈다.
줄무늬가 그어진 수박을 통통 두드려 보면,
이제 제법 맑은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