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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Aug 07. 2018

산책을 나가다

매일 같은 하루 속 작은 여행

제주도에 내려가면 산책을 자주 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평소에 친구랑 만날 약속을 많이 잡지 않는 내가 무조건 밖에 나가기로 했다면 그건 산책을 자주 나가겠다는 의미다. 매일 같은 길, 같은 풍경을 보면서 매번 새로운 곳이라도 가는 것처럼 그 길을 똑같이 걷는다. 

매일 같은 길을 똑같이 걸으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한다. 똑같은 풍경을 보면서 또 다른 것을 본다. 

집 앞 카페까지 가는 그 똑같은 길은 이상하게 지겹지 않다. 

걸으면 걸을수록 그 길이 정겹고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나는 내 산책길이 좋다. 


집 근처의 요가원에서 요가를 시작하면서 매일 저녁 걷는 길은 나의 산책 길이 되었다. 

산책을 하려고 일부러 나갈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일주일에 두세 번은 산책을 나가게 된 거다. 

요가를 하려 저녁에 나갔기 때문에 옷차림은 운동할 때마다 입는 간편한 운동복을 입고 얼굴에는 선크림 조차 바르지 않았다. 산책 겸 운동을 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들지 않는 이 간단한 챙김이 좋았다. 

그리고 어둑해진 밤길을 나서면 바깥공기가 좋았고 요가원까지 가는 10여분 정도의 짧다면 짧은 길이 좋았다. 그리고 가는 동안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이 좋았다. 

그래서 운동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나갔는지도 몰랐다. 아마 가장 좋아하는 그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면 난 운동가는 길을 제일 귀찮고 힘든 일쯤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서울에 와서도 나의 산책길은 이어졌다. 제주도에서 요가를 다녔던 기억이 너무 좋았고 

앞으로 계획들을 무리 없이 해내기 위해서도 체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 처럼 집 근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요가원을 찾았다. 

여러 군데 있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이번에는 필라 테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 달간 제주도에서 너무 편안하게 있었던 탓인지 서울 동네의 분위기에 다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시작하기 앞서 두려움도 들고 다시 제주도로 내려가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또 이 곳 분위기와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또 이 곳의 운동하러 가는 산책길도 제주도의 훨씬 여유 있던 길만큼 좋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적응해갔다. 

아마 그 역시 운동하러 가는 챙김이 간단해서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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