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적응하기 와 박스 뜯기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냐~~~!!!”라는 말을 우리는 속으로 엄청나게 많이 외칠 것이다
사실 나도 지금도 회사원으로써 참 많이 속으로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
입사 초기에 이론만 가지고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초보 마케터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뒤에 가서 이야기할 부분이지만 결론만 놓고 말해서 역시나 현장에서 깨지면서 배워야 자신의 진짜 지식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진리에 근접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조직마다 문화는 참 다르다. 그게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특히나 내가 몸 담았던 마케팅, 기획 쪽의 문화는 잠깐 경험해 봤던 영업이나 MD 조직과는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던 것 같다.
일단 수많은 어론이나 매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처럼 복사기, 프린터부터 사용하고 고치는 것부터 시작을 해서 자료 모으는 것으로 시작하는 업무는 비슷한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취업 전 사무실 알바로 어느 정도 알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프린터라는 녀석이 그렇게 자주 망가지는 존재인 줄은 몰랐다.
매일매일이 자료 모으고 ,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회사의 가이드에 맞게 PPT와 엑셀을 만지는 일과가 하루하루 반복이 되었다. 회사에서 쓰는 폰트와 PPT가이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고 , CI , BI가 왜 중요한지 , 왜 여기에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조직이 가진 지향점을 마케터로서 너무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고 , 당연히 내가 내는 아이디어 (단순한 프로모션이나 , 매출 성장 방안이 아니라) 들이 무시 당하는 경우도 잦았다. 뭐 지금 돌이켜보면 무시할 만한 경우도 많았다.
사실 거기서 제일 중요한 건 거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 라는 사실과 , 조직에서의 나의 R&R 찾기였다. 회사원으로써 노예근성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회사에 소속된 이상 회사의 방침을 따라야 하고 그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마케팅, 기획자는 그 가운데에서도 좀 더 다른 관점과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선도적으로 회사를 리딩 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어찌 보면 상충되는 조직의 요구는 처음에는 참 적응하기 어려웠다.
매일 반복되는 프로모션, 마케팅 방안, 고객 관리 기획 업무와 그에 따르는 DATA 점검만 해도 대체 내가 이런 작업들을 반복하기 위해서 회사에 들어온 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뭔가 이런 거창하지 않은 실무부터 하나씩 디테일을 배워 가면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는 순간 ‘아! 이렇게 운영을 하면 되겠구나’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다가 너무 자신감이 지나쳐서 사업을 하고 망하는 나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조직에 적응해 간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키우는 일에 부합한다. 물론 그 조직이 이 글을 읽는 분이 속한 조직에 부합한다는 가정하에서의 이야기다.
이제부터 박스 뜯기를 가지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고자 한다.
내가 처음 입사한 회사는 무조건 첫 업무가 창고에 가서 박스 뜯기부터 하는 게 신입 사원의 일과였다. 하루 종일 몇백 개의 박스를 뜯어 가면서 회사와 협력사의 상품을 직접 나누고 운반하고 점검하는 게 업무였다. 전략 기획자 이건 마케터 직무 건 영업 직무 건 심지어 IT 계열 입사자도 동일했다.
왜?라는 의문이 너무나 많겠지만
1. 포기하지 않고 아주 쉬운 일부터 달성하는 법
2. 이런 일 없이 그냥 팔리는 상품은 없다는 사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박스 뜯기를 하는 이유는 사실 충분하다
그리고 거기서 조직이 준 작은 업무에 디테일하게 제대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 한 명이 조직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굉장히 많은 마케터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솔직히 지금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분들에게 질문해보고 싶다. 알아서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친구를 몇 명이나 봤는지. 그리고 심지어 그 친구가 본인이 놓치고 있는 디테일까지 잡아 내는 친구인지… 아마 거의 본 적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에는 내가 뭘 해야 할지 조직에서 Role을 주지 않으면 알기 어렵고, 디테일을 잡는 건 경험치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서 설령 당신이 마케터 혹은 IT 혹은 대표님 자녀분일지라도 박스 뜯기에 소홀하지 말라고.
마케팅을 하는 이유? 아주 심플하다.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이다. 근데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나가는 상품을 싸고 뜯고 검수하고 다시 재포장해서 고객에게 출고되는 업무를 모르고 (심지어 MD직군은 좀 더 잘 알겠지만 , 상품 규격과 박스 크기 팔레트에 몇 개씩 담기는지도 원가 절감과 판매 편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사무실에서 타자 치고 어디 트렌드 리포트 보면서 SNS 팔로워 늘리는 업무부터 시작하고 싶다면 솔직히 나는 내 부하 직원으로 쓰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조직에 들어왔으면 조직이 주는 작고 하찮다고 생각되는 그 업무에 소홀치 말자.
같은 직군으로써 한마디 덧붙이자면 마케터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면 회사의 다른 직군들은 마케터들은 돈 쓰는 직무이고 돈을 벌어오는 MD , 영업 직군에게는 굉장히 참견꾼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 마케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기획이라는 전체적인 Rule과 Process를 정하고 전략을 짜는 업무부터 다음 이야기에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진짜 천재 같은 사람도 생각보다 꽤 많다.
BCG , 맥킨지 , 베인 앤 컴퍼니까지 가지 않아도 각 회사의 전략기획자들은 굉장한 수재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회사생활 하는 방법을 경험을 통해서 다음에 나눠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