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은 반은 담임 선생님과 엄청난 갈등이 있던 반이었다.
내가 초임발령을 받자,
주변의 동학년 선생님들께서 날 무척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셨다.
내가 맡은 업무는 5학년이라는 학년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업무(학습준비물)이었다.
그렇게 쉬운 업무를 준 이유는 나중에 가서야 밝혀졌다.
내가 맡은 5-4반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과 도저히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반에서 엄석대같은 왕초 노릇을 하는 아이를
카리스마적으로 휘어잡지 못하는 바람에
완전히 교실 분위기가 그 아이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게 됐고,
결국 교실붕괴가 일어나고 만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 몰래 교사의 신발장에서
교사의 샌들 끈을 가위로 잘라버리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담임 선생님은 결국 참다 못해
2학기 중간에 다른 초등학교의 교담 선생님 자리로
발령이 나셨고,
내가 그 자리에 대타로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그런 일련의 사정을 다 알고 나서도
초임교사로서의 나는 무척 호기롭게
아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했다.
아이들도 그 전의 담임선생님보다는
내게 마음을 붙이기가 더 나았던지
나는 2학기를 나름 괜찮게 보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해에 있었다.
내가 5학년을 맡은 아이들을 데리고
6학년으로 올라가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선 동감하시겠지만
이미 기존에 한 번 접했던 아이들을
내년에도 다시 담임으로 만난다는 건
어지간한 내공이 아니고서야
그리 추천하는 루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갓 초임발령을 받은 내겐
다른 선택지는 없었고
결국 나는 반강제로 6학년을 맡아야 했다.
그리고 거기서 문제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