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로스쿨을 가라고요?
심리상담 일기(13)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 야고보서 1장 15절
가장 적은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신에 가까운 것이다 - 소크라테스
욕망이 작으면 작을수록 인생은 행복하다 - 톨스토이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번뇌도 많다 - 원성스님
욕심에 대한 명언을 찾아보면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욕심은 나쁜 것이니 버리라고 한다. 전래동화에서도 욕심쟁이는 결말이 좋지 않다. 놀부도, 혹부리 할아버지도 순식간에 거지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보는 동화에서도 욕심을 버려야 착한 사람이라고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데 욕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될 리가 없다.
그런데 정작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욕심을 가졌던 것이 원동력이 된 경우가 많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라는 전기차 사업을 성공시킨 사람이지만 우주산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인류를 지구 외 여러 행성에서 사는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전 재산을 투자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욕심 없이는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CEO 워렌 버핏도 '남들이 겁을 먹고 있을 때 욕심을 부려라'라고 말하면서 최적의 투자 타이밍을 잡기 위해선 욕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보니 욕심을 버리라는 사람들은 그 말을 했을 당시 언행일치로 안분지족의 삶을 살았다. 있는 것에 감사하는 삶말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삶을 살려면 존재 자체로 그렇게 욕을 많이 먹는 그 녀석, '욕심'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상담 이후 이어진 2차례의 상담에서 나는 내가 흥미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들과 주변 친구들이 생각한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취합한 결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이 이야기해 준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다소 엉뚱한 직업이라도 이유가 있었기에 다 취합했다.나열된 직업들 대부분을 분석해 보니 대부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일하는 것들이면서 나한테 주도권이 있는 직업들이었다. 정해진 규칙이 있는 조직 안에 속해서 일하는 것이 나와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다른 모습의 의견들이 나온 거라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일지 궁금했다. 전문직인 회계사나 변호사팀장 같은 직업 외 대부분은 투잡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직업. 상담사님은 그러면서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셨다.
상담사님 : 저는 여기서 공감, 서류 정리, 꼼꼼함, 정보 수집, 글쓰기 등의 강점을 보면서 느낀 건 뭐냐면 OOO님이 정말 굳은 각오와 마음의 자세만 되어 있으면 지금이라도 로스쿨 준비를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말문이 막혀있는 나에게 상담사님은 로스쿨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신 이유를 말씀하셨다. 변호사들은 법적 관련된 서류들을 작성하는 업무가 굉장히 많아 글도 잘 써야 하고 수많은 사례들,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 꼼꼼하게 그 내용들을 살펴봐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피고인을 상담하면서 사실관계 파악과 자료 준비를 위한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공감도 해주고 최종적으로 피고인 편에 서서 변호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나 : 상담사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뭔가 인생의 반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변호사 이미지가 말 똑부러지게 잘해야 하고 판사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설득시켜야 하잖아요. 제가 생각한 저는 자신감이 없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거든요. 게다가 이과였기 때문에 로스쿨, 변호사 이 쪽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상담사님 : 보세요, 친구들이 정해준 직업 중에 이과 계열이 빅데이터 전문가 외에는 딱히 보이진 않아요. 사실 OOO님은 지금까지 이야기 나눠보면 이과보다 사회과학 쪽이 본인에게 더 맞는 거 같단 말이죠. 그리고 글쎄요... 자신감 없는 사람이었으면 과연 동아리에서 사람들에게 설문지 나눠주면서 홍보하고 수련회에서 리더 역할하면서 교육자료를 만들고 그랬을까요? OOO님이 자신감이 없다고 하는 건 본인이 이야기했던 '실패했다'는 경험들 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거지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정해져 있는 룰, 법 아래에서 분석하고 의견을 만드니까 변호사가 더 잘 맞는다고 하는 거예요.
상담사님은 변호사 말고도 감정평가사도 괜찮을 것 같다고 대한민국 문과 8대 전문직(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법무사, 노무사, 관세사) 중 2개나 제시하셨다. 본인이 마음을 먹는다면 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당장 이 직업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들이 이야기해 준 직업들의 방향이 혼자 주도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쪽이면 좀 더 레벨을 높여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하셨다.
이후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귀천은 없다고 하는 직업을 성취 난이도 기준으로 5단계로 나눠보겠다. 당장 할 수 있는 직업은 1단계, 가장 되기 어려운 직업은 5단계로 보자는 것이다. 나는 '자신감 없다, 실패했다' 하면서 자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1~2단계 수준 정도로 낮추어서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1~2단계 직업을 갖게 된다 할지라도 결국은 현 상황을 유지할 뿐이며 계속 만족할 수 없게 된다. 차라리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해 간다고 하면 단계를 높여 목표를 잡는 용기가 필요했다. 전의 상담처럼 내가 특목고에 지원할 능력이 되었기에, 의대를 준비할 능력이 되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듯이 막무가내로 5단계의 변호사, 감정평가사를 제시하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얘기를 한 것이라고 상담사님은 말씀하셨다.
사실 로스쿨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말문이 막혔던 건 '이걸 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라는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만약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를 했는데 만약에 안되면?이라는 부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니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상담사님 : 그 직종계열에서 가장 TOP을 이야기했는데 겁이 안 난다는 건 이상한 거죠. 하지만 저는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 해드리는 거예요. 이 사람이 가지고 적성을 잘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업무의 단계가 있는데 제일 TOP급의 업무를 해야 가장 많은 수익을 얻고 안정성을 가지고 가는 거예요. 아까 이야기했던 '시간이 너무 걸린다, 만약에 안된다면...'라고 얘기하셨는데 결심을 하면 될 때까지 해야죠. 만약에 안된다면이 아니라 당연히 안되죠. 어떻게 한 번에 붙을 생각을 합니까. 계속 도전하는 거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후회된다고 이야기했던 지난 상담 내용을 떠올리면 결국 이번의 진로도 내 결정이 중요한 것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최선을 다하면 떨어지더라도 내 한계를 알고 접는 것이기에 후회는 안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에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 시험을 봤는데 떨어져도 최소 변호사 로펌 회사 사무장 정도는 간다고 하시면서 상담사님은 내 능력을 펼치려면 높은 단계의 직종을 도전해봐야 하위 단계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전의 상담에서 인사/노무계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었는데 이 계열 또한 생각도 안 해봤고 문과계열이 아니라서 나하고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날 변호사 얘기를 들으니 오히려 한 번도 안 해본 인사/노무일을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할만해 보였다.
상담사님 : 본인이 지금 병원을 선택한 건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쉬운 걸 선택한 게 아닐까 싶거든요. 혹시 어떤 것 때문에 그렇게 쉬운 걸 선택하셨어요?
나는 2020년 10월 병원 입사 하기 전 상황, 이 지긋지긋한 악연의 시작을 떠올려야 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