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푸름 Sep 06. 2023

걷기에서 마라톤까지

다음에는 얼마나 더 뛸 수 있을까

최근에 참가한 걷기 대회와 마라톤 행사에서 뿌듯한 결과들을 얻었다.

2023 원주나이트워크 10K 관계자 피셜 3등

원주에서 열린 2023 원주나이트워크에서는 10K 코스참여자 중 전체에서 3등으로 완주를 했다. 등수 안에 들었다고 해서 특별하게 무언가를 주거나 기념하진 않았다. 등수 안에 들기를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유의미한 등수에 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완주를 하기 위한 노력이 더 값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 주말에는 제13회 백운산 숲길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 굉장히 짧은 코스인 5K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여자친구와 함께했다. 여자친구의 체력은 그리 좋지 않아서 평소에 가볍게 러닝을 하면서 체력을 꾸준히 키워오고 있었지만 5K를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래서 가장 짧은 코스지만 우리에게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목표였다.


올해 초, 그동안 아침 저녁으로 걷기만 열심히 했던 나의 이루고 싶은 체력적인 목표는 5K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5K 완주 목표를 잡은 이유는 사실 5K를 뛰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난이도가 어떤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가장 낮은 단계를 먼저 이뤄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자친구의 입장에서는 이번 마라톤이 그동안 키워왔던 자기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회였다.


이번 마라톤에서 나의 역할은 여자친구가 완주할 수 있도록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서 같이 뛰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체력이 좋은 내가 여자친구 페이스에 맞춰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기록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자신이 완주를 못하게 된다면 나라도 꼭 완주해서 가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지만 나는 '함께' 완주하고 싶었다.


백운산 '숲길' 마라톤 대회였지만 나는 '숲길'이 대회명에 들어간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코스를 보니 반환점까지 백운산의 포장된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평지 달리기도 꽤나 힘든데 오르막이라니. 땀에 흠뻑 젖어 우리를 지나쳐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단하게 바라보다가 계속해서 여자친구의 컨디션을 살폈다. 무릎과 골반이 아파온다고 해서 중간에 걷기도 했지만 쉬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포기하지 않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물론 정신적으로는 많은 고난을 이겨내 오면서 단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체력적인 건 다른 문제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도 체력이 없어서 못하면 자신에게 큰 실망이 밀려온다. 나 또한 퇴근하고 유독 피곤한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힘이 없고 청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무기력함은 사람을 점점 쳐지고 어둡게 만들고 안 좋은 생각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

제13회 백운산 숲길 마라톤 5K 완주

 여자친구가 러닝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런 어둠을 물리칠 힘을 기르길 바랐다. 그리고 이번 마라톤에서 그동안 노력의 성과를 보길 바랐다. 여자친구와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앞선 두 대회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성취감을 얻기도 했고 여자친구와 함께 목표를 이뤘다는 점에서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10K 마라톤에 도전해 볼까 생각이 든다. 여자친구는 아직 그 목표까지는 어렵지만 내가 먼저 도전해 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보다 체력을 늘리고 노력하다 보면 여자친구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옆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제 저녁에도 나름 열심히 뛰었다. 러닝을 마치고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를 식히느라 천천히 트랙을 돌고 있으면 모자에 눌린 뒷머리 끝에 땀방울이 맺혀서 내딛는 걸음마다 투두둑 뒷목으로 떨어진다. 새벽이슬이 맺힌 푸른 풀들을 바라보면서 생기와 싱그러움을 느끼듯이 뒷목에 떨어지는 차가운 땀방울을 느끼면서 나 자신이 생기 있어지고 싱그러워짐을 느낀다. 비록 러닝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에 힘이 없어 후들거리기도 하고 가쁘게 숨을 내쉬느라 죽을 것 같이 심장이 뛰지만 그 결과를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느낀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힘든 운동에서 오는 쾌감과 행복감의 힘은 꽤 중독성이 강하다. 어떤 노력이든 이렇게 정직한 참 맛을 보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교자의 마음이 담긴 당진 버그내 순례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