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 1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푸름 Apr 01. 2024

2024 서울마라톤 10K 완주했습니다

2024년 3월 17일 서울마라톤 참여 일기

 지난 2월, 동계국제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2024년 마라톤 활동을 재개했다. 겨울기간 마라톤을 쉬다가 오랜만에 참가한 10K 코스 마라톤에서 최고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다만 1km 정도 남기고 컨디션 조절을 잘하지 못해서 40분대 진입을 위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만약 페이스를 보고 달렸으면 멋진 지표로 삼을 만한 기록 경신이 가능한 것을 알고 좀 더 힘을 내봤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쉬울 따름이다. 


 작년 10월부터 꾸준히 참가해오고 있는 마라톤 행사들이지만 현대자동차에서 주최했던 현대 롱기스트런 외에는 모두 여의도 공원에서 시작하는 비슷한 코스였다. 익숙해짐. 그것이 달리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나에게 독이었다.


 어디든 처음 뛸 때는 평소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운동이 반복되면 점점 시간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참을 뛰었는데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이 느껴지는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반복되는 습관의 적은 익숙해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게는 여의도공원에서 주최되는 마라톤 참가가 그런 느낌이 들고 있었다.


 이번 3월 17일에 열린 2024 서울마라톤은 그런 매너리즘을 한 방에 날려준 좋은 마라톤 행사였다. 그렇게 될 수 있던 요인은 크게 2가지였다. 


출발대기선을 가득채운 사람들


 첫 번째는 이전에 체험하지 못한 엄청난 규모였다. 10K 코스 참가자들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출발했는데 그 넓은 곳이 사람으로 가득 차는 것을 보고 마라톤에 진심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었다. 화장실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출발시간이 다가올수록 출발대기선에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빼곡히 서있었다. 배정된 조에 속한 출발대기구역으로 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굉장히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코스였다. 잠실운동장에서 출발해서 잠실역 사거리, 가락시장 사거리, 석촌호수 사거리 등을 지나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이번 10K 코스였다. 원래 서울 지리를 잘 몰랐고, 뛰기에 집중하느라 내가 지금 어딜 지나고 있는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저렇게 뛰었나 싶긴 했다. 4km 지점을 지나 만난 지하차도에서 경사 있는 코스를 처음 접했는데 내리막길에는 다리가 제멋대로 내달리고 오르막에서는 한 없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하면서 체력소모가 평소보다 심해 개인기록을 경신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코스를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그냥 좋았다. 지하차도에서 반환점을 향해 가는 사람과 돌고 온 사람들이 만나면서 서로 '포기하지 마세요!', '파이팅!', '아자아자!' 등 응원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는데 그것이 은근히 힘이 되었다. 이때까지 경험했던 다른 마라톤 행사보다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다.


2024 서울 마라톤 10K 완주 메달


 여러모로 힘들긴 했지만 이번에도 완주에 성공했다. 10K 완주 메달을 받았는데 다른 마라톤 메달보다 유독 크기가 큰 점도 성공 후 성취감을 더 크게 만들었다. 완주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운동장 앞쪽 광장에 털썩 주저앉아 완주 후 나눠준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동호회나 단체 소속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함께 완주 인증사진을 찍고 소감을 나누는 복잡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참여한 나도 소심하게 해야 할 건 다 하긴 했다. 하늘을 배경으로 완주 메달을 들어 올린 사진을 찍을 때 제일 짜릿하다. 주말 아침시간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갓생을 산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이번 마라톤에서 얻은 신선함과 짜릿함이 에너지가 되어 직장에서의 한 달을 버티게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마라톤에 도전함으로 또다시 에너지를 채워나가길 반복할 예정이다. 4월에 신청한 마라톤도 달려본 적이 없는 코스라서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기대되는 하루가 생긴 건 멋진 활력소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