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뚜벅이 여행의 시작 (2)

#단양 #여행 #혼자여행

by 신푸름
단양의 아침 풍경 모습

단양에서의 2번째 날이 되었다. 5시 반에 울리는 핸드폰 알람은 휴가여도 끄질 않아서 항상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났다. 그래도 휴가를 온 거니까 조금만 더 쉬자 하면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6시 반에 침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다들 여행의 고단함으로 꿈나라에서 깨지 못했는지 로비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어서 다른 투숙객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볼까 지도를 살펴보다가 숙소 기준 북쪽으로 체육공원이랑 생태습지가 있어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단양 생태 체육공원으로 가는 길



예상치 못하게 가게 된 도담삼봉


생태체육공원 쪽에 캠핑차들이 많이 모여 텐트를 치고 야외 숙박을 하고 있었다. 파크 골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이른 시간인데도 꽤 많은 분들이 운동을 하고 계셨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파크 골프 하는 데이트 영상을 봤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를 했었다. 일반 골프와 하는 방식은 비슷한데 코스가 길지 않고 상대적으로 넓지 않은 공간 안에서도 할 수 있어서 나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었다. 구경하다 보니 괜히 모르는 사람이 기웃거리면 운동하시는 분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공원 끝에 이르러 시간을 보니 생각보다 많이 지나지 않았다. 어딘가 더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면 도담삼봉이 있었는데 지도를 봤을 때는 거리가 멀어서 일정에 따른 동선이 맞지 않아 가지 않으려고 했던 곳이었다. 이후에 정해진 일정은 없었고 도담삼봉을 가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재촉할 사람도 없었기에 도담삼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도담삼봉 가는 길

도담 삼봉 가는 길은 차도와 별개로 길이 나 있어서 걷기에 매우 편했다. 가는 길 큰 삼거리 지점에서 도담 삼봉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고 다른 길은 없어서 내가 맞게 가는 건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표시된 길을 쭉 따라 걸어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위로 사이좋게 솟아 모여있는 세 개의 봉우리 섬이 보였다. 물 위로 드러난 모습이 아름다워서 도담 삼봉을 두고 조선시대 많은 화가나 문인들이 시와 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제일 큰 봉우리가 장군봉, 양 옆에 있는 섬이 처봉(아들 봉), 첩봉(딸 봉)이다. 장군봉에는 삼도정이라는 육각정자가 있었다. 정자를 어떻게 지었는지 모르겠으나 봉우리만 있었으면 심심했을 텐데 정자 하나가 있으니 그 곳에서 신선들이 바둑 두면서 여유 부릴 것 같은 다른 세상의 모습 같아 보이기도 했다.

도담 삼봉

이른 시간에 온 덕택에 단양 관광 명소임에도 사람이 없어서 원하는 장소에서 여러 가지 모습의 도담삼봉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을 노리신 건지 나처럼 일찍 와서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해 조용한 분위기의 도담삼봉의 모습을 찍으시는 분들도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것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찍는 사진과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찍는 사진에 담기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 차이일 수 있겠다. 조용한 곳에서는 눈에 담기는 풍경이 사진보다 더 아름다워 그 아름다움을 사진에 온전히 못 담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호흡까지 가다듬고 손이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내가 본 만큼의 아름다움이라도 찍혔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최선의 사진을 찍는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빨리 비켜줘야 한다. 소위 포토존이라고 하는 곳은 사람들의 줄 길이가 어마어마해서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다른 데로 갈 때도 있다. 또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진에 풍경 그대로를 담을 수 없어 느끼는 답답함도 있다. 내가 왔었다는 인증만 하려다 보니 사진에 마음이 많이 담기지 않는다. 아직 햇병아리 같은 사진 찍기 느낀 점이지만 두 상황에서 찍은 사진은 다르게 느껴지긴 한다.



혼자 먹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 그리고 단양역으로


아침에 부지런히 걸어서 갈 계획이 없었던 곳도 가보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눈과 가슴에 담고 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보물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미지의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산뜻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기 위해 깨끗이 씻고 짐을 챙기고 침구류 정리도 한 다음 체크아웃을 하고 길을 나섰다. 단양에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일이 갑자기 생겨서 계획보다 일정을 당겨 기차를 예매를 해놨었다. 마지막 일정인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먹자는 생각으로 시장에 가서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을 시켰다. 요즘은 아침을 거의 안 먹거나 가볍게 시리얼 한 그릇으로 해결하는 편이었기에 이런 푸짐한 한식 한상이 어색하긴 했다. 혼자 음식점에 가서 먹는 '혼밥'은 재작년 보건소에서 일할 때 김치볶음밥에 빠져 점심시간마다 홀로 단골 분식집을 만들어 다녔던 이후 오랜만이었다.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

가게가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도 없었고 넓은 가게에 나 혼자 앉아 있었다. 국밥을 다 먹고 보니 이번엔 내가 밥을 굉장히 천천히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밥 먹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메뉴 시키고 기다리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더 짧을 정도로 빠르게 먹는다. 부모님은 건강 때문에 그렇게 먹지 말라고 볼 때마다 말씀하시지만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다. 5~10분 내로 다 먹으니 어머니께서 혀를 차시면서 걱정하실 만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20여분 넘게 밥을 먹었다.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는 빠를 수도 있지만 나는 굉장한 변화로 느껴졌다.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 때문인가, 그 뒤에 정해진 일정이 없는 것에 대한 편안함일까. 늘 쫓기면서 먹었던 내 모습과 많이 달라서 먹고 나서 시간을 보는데 깜짝 놀랐다. 이번만 그런 것일지 다음에 또 여행해보면 알 수 있겠지 싶었다. 뚜벅이 여행의 끝은 역시 뚜벅이로 걸어가는 것이다. 단양 시내에 들어올 때 걸어서 왔듯이 나갈 때도 단양역으로 걸어갔다.



마무리 그리고 생각


단양역에서 원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면서 '다음에 시간이 되면 어디로 가볼까?' 하는 머릿속에 떠올랐다. 막아놓았던 둑이 작은 구멍에 터지는 것처럼 여행에 대해서 가졌던 어렵고 복잡했던 생각의 둑이 이번 1박 2일이라는 짧은 여행을 계기로 터져 머릿속에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냈다. 한 번 흐르기 시작한 이 물은 당분간은 마르거나 끊기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생각의 회로가 깨어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더 해보고 싶었다. 여행이 식견을 넓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낯선 곳에 가서 느끼는 감정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호기심과 재미로 가득 찬다. 계획하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게 어느 정도 내 성향을 극복해본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성과 중 하나다. 무료하게 지낼 수 있던 삶에 멋진 활력소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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