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심리상담 일기(11)

by 신푸름

지난 심리상담을 되새길 때마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지 못한 후회가 계속 생각이 났다. 앞으로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의지와 에너지도 필요한데 지금 그것들이 갑자기 솟아오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채워나갈까 고민이 되었다. 최근에 나갔던 걷기 대회도 이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작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을 하나둘씩 쌓여서 큰 목표도 이룰 수 있다는 끈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하여 시도해 본 것이었다. 의지와 동기부여가 희망했던 것만큼 극적인 효과를 본 것은 아니지만 걷기 대회 전후 마음 차이가 생긴 건 확실하긴 했다. 늦었다고 시도하기를 주저했던 일들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로 했다. 덕분에 돈은 많이 나가지만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상담사님은 내가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을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걷기의 생활화를 통해 보여주는 꾸준함과 끈기는 나중에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게 만드는 체력증진뿐만 아니라 차후에 면접에서도 굉장한 어필이 될 것이며 상사분들의 취미생활에도 맞춰 줄 수 있는 장점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주말에도 등산하러 가자는 상사한테 끌려다니는 모습이 상상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내적인 성장이 중요한 거니까. 상담사님은 걷기 대회를 함으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좋은데 현실적으로 충분하게 의지와 동기가 생기지 않은 건 내가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생각의 전환방법이 막연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것은 내가 새로 쌓아가는 성이라고 생각하고, 방법과 방향을 알아가면서 벽돌 하나씩 차근차근 올려야 한다고 했다.

간단하게 최근 근황을 나누고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지난 시간 상담 내용
① 부모님의 세운 목표에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것은 부모님의 목표일 뿐 사실 내가 원한게 아니었기에 목표를 향한 의지와 동기도 타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생된 것이었다.

② 목표에 대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기준이 없이 노력만 해왔다.

③ 내가 정한 목표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후회가 되고 그런 나 자신에게 안타까움도 느꼈다.


상담사님 : 저는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만약에 지금의 본인이 중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중학생으로 가서 내 인생에서 다시 무언가를 결정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머니가 제시하는 목표를 거절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원하는 욕구를 채워주는 쪽으로 따라갔을까요?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고 나의 목표를 세워서 가는 방식을 택했을까요?


나 : 음... 웃기지만 가끔씩 상담사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생각을 해보긴 했거든요.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돌아간다면 이번에는 '부모님 목표대로 진짜 열심히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노력해서 의대에 가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리고 다른 생각으로 그 당시에는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열심히 찾을 것 같아요. 그걸 바탕으로 나름대로 고민해서 결정하고 부모님께 '저 이 진로로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전문적인 길로 가는 상상도 해보거든요.

사실 두 가지 생각 모두 경험한 길이 아니니까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하더라고요.


상담사님 : 여러 가지 길을 찾아보겠다는 생각도, 그때 후회하는 부분이 매우 컸기 때문에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충분히 들 것 같아요. 그런데 각각의 길을 선택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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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진행하면서 내가 내놓은 답에 대한 꼬리질문이 계속 이어져서 글로 정리하는 것이 복잡해 상담 내용을 간단하게 도표로 정리했다. 내용은 위와 같다. 내가 한 선택들에 대해서 결과는 어땠을 것 같은지, 그 결과로 내가 얻을 것은 무엇인지 답하다 보니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 정의하기 힘든 느낌이었는데 상담사님이 물어보신 다음 질문에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상담사님 : 두 가지 옵션을 들었는데 혹시 OOO님이 첫 번째 방향을 얘기했을 때 그리고 두 번째 방향을 얘기했을 때 각각 기분과 느낌에 혹시 차이가 조금 있었을까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느낌은 두 가지 방향에 대해 답변하면서 느낀 나의 기분, 텐션의 차이었다. 첫 번째 방향은 당장 나한테 필요한 방향이었다. 안정적인 직장,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내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것들이었다. 도달하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①내가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그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두 번째 방향을 이야기할 때는 나 스스로도 답하는 내 모습이 첫 번째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 두 번째 방향은 그냥 완전 다른 저의 모습이거든요. 완전 다른 삶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재밌는 느낌도 있고 저렇게 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들고... 약간 기분이 올라가서 얘기한 것 같긴 해요. 멀티버스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세계의 OOO이라고 생각을 해서 내가 그랬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상담사님 : 눈빛이 달라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 번째 얘기를 할 때 눈빛이 더 초롱초롱하고 힘이 있고 좀 더 생기가 있는 눈빛이거든요. 마치 피터팬 같이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개구쟁이처럼 탐색하고 싶은 호기심 가득한 느낌이 저는 보였거든요. 기대감과 설렘이 느껴졌어요.


상담사님은 이 두 가지 선택 중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나 자신이 에너지가 채워지고 동기부여도 되고 열정이 생길 것 같은지 물어보셨다. 앞에서 기분과 느낌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느낀 게 분명했기 때문에 답도 분명히 나오긴 했다.


나 : 상상만 했는데도 상대방이 차이를 느낄 정도면 두 번째 방향으로 가는 게 맞죠. ②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답을 할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이 웃으신 상담사님은 다음 질문을 하셨다.


상담사님 : 제가 OOO님한테 '나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여쭤봤을 때 OOO님이 이 두 가지를 선택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단 말이에요. 근데 첫 번째도 '①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다음에 두 번째도 '②내가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계속 나오거든요. 얘는 늘 따라오는 질문이네요.

OOO님이 부모님이 정하신대로 살아갔어도, 당시에 내가 내 인생을 살아가야지라고 하면서 다른 길을 갔어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어떤 삶을 살던지 따라왔을 질문들이에요.


그렇다면, 그 질문은 중요한 질문일까요? 중요하지 않은 질문일까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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