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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하늘 Jan 06. 2022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인듯, 그런 두려움.



어릴  내가 자란 할머니  문은 창호지로 만들어져 있었다.


문고리에 숟가락 하나 툭 걸어 놓으면,

문이 잠긴 것이 되는  기와집.


겨울이면 뜨거운 아랫목에

작은  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솜이불을 덮고 잠을 잤었다. 외풍이 드는 , 기관지가 약했던 나는 아침마다 누런 코를  주먹 풀어내야 했지만, 나에게는 외풍보다 무서운 것이 있었다.


바로 창호지 너머 일렁이는 그림자들.


컴컴하고 고요한 방 안에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쉬이 잠들지 못한 나는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일어나지 않을 그 어두운 상상에 홀로 갇혀 두려워하다 잠이 드는 날이 수 없이 많았다.


어른이 되면 두려움이 조금 작아질까.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가끔 실체가 없고,

일어날지 아닐지 모르는 두려움에 커다란 눈만 껌뻑이다 눈물 한 줄 주룩 흘릴 때가 있다.


세상 강인하지만,

한 편 그 강인함이 다져지기까지 흘린 수 없이 많은 눈물을 누가 알까?

깊은 밤,

어딘가 익숙한 차가운 공기 한 줌이 내 콧가에 스친다.

그리고 익숙한 뜨거운 무언가가  뺨을 적신다.


어릴 적 한 방에 가족이 함께 있어도 두려움은 나만 알았던 것처럼,

함께 있어도  홀로 감당해야 하고 혼자인 것이 내가 지금 가려고 선택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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