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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Aug 21. 2021

바다 바다, 동해바다 그리고 꼬불꼬불 논골담길

[감성충전 여행]


속초 시외버스 T 동해 시외버스 T 추암 촛대바위 벽화마을 논골담길 묵호등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묵호역





제주~양양 비행기 에서 본 하늘, 구름, 그리고 설렘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 양양공항을 출발, 제주도로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양양에서 하늘을 오르려면 구비구비 산을 15분 이상은 넘어야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이곳을 지나다 보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착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하늘도 예쁘고 바람도 적당히 분다.


오랜만에 기내에 있는 ‘동트는 강원’ 잡지를 읽다 보니 ‘동해’가 눈에 들어왔다. 동해라면 내가 알고 있는 ‘동해바다’가 떠오르는데 막상 지명으로 다가오니 신선했다. 속초에 살며 강원도 이곳저곳을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 중인 나에겐 좋은 정보였다. 벌써부터 동해를 여행하는 설렘이 제주도로 날아가는 내내 느껴져 꾹꾹 안으로 눌러 담았다. 지금 어딘가를 가면서도 다른 어딘가에 대한 기대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생각만 했는데도 '여행'이란 글자에서 주는 행복감은 기대 이상이다.


제주도를 다녀온 후 충전의 시간 3일을 지나 동해행 버스를 탔다. 속초에서 출발은 새벽 6시 55분이 첫차다. 2시간 30분 소요시간과 정보를 확인하고 유부초밥, 꽁꽁 얼린 커피와 생수 1통, 제주도에서 온 귤 5개를 배낭에 넣고 이른 시간 집을 나섰다. 이번엔 책은 빼고 글 노트만 배낭에 챙겼다.





추암해변




속초에서 출발한 버스는 강릉 도착 후 배차간격으로 35분이 남았다고 해 난감한 표정을 지으니 기사님께서 10분 후에 출발하는 버스를 안내해주시겠다고 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2번째 버스에 올랐다. 40분 정도 더 달려 낯선 곳 '동해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아침 9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터미널 안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서 안내책자를 챙기고 잠시 앉아 ‘처음 시작을 어디서부터 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여전히 맘속에서는  ‘촛대바위’를 외치고 있었다.





촛대바위는 그대로다. 나만 변한 것일까..





첫 여행지의 시작은 추암 촛대바위로 정했다. 그런데 버스의 배차시간이 하루 4번으로 이동이 어려워 시간 배분을 위해 첫출발은 택시로 했다. 가는 길에 기사님께 “촛대바위는 삼척과 동해중 어디가 더 가깝나요? 오래전에 삼척에서 간 적이 있어서요.”  거의 다 도착해 한 건물을 가리키며 기사님 하는 말씀이 “저기 건물 하나 보이시죠? 거기부터 삼척입니다. 촛대바위는 삼척과 동해의 분기점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명쾌한 대답이었다. 예전 ‘삼척 버스투어’ 한 적이 있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15년 정도 지났을까, 아니 20년 지났을까.

그때 처음 왔던 이곳, 촛대바위는 덩 그라니 ‘바위들’만 있었다.

주변엔 낮은 집들이 더러 있고 바위 앞 하나 있던 밥집은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열악했다.

그런데 지금은 숙박과 여러 가지 시설들도 있고 산책로와 출렁다리까지 있으니 관광지 온 기분이 든다. 그래도 깔끔하게 변한 이곳을 보니 인위적이라기보다는 어우러진 풍경이 나쁘지만은 않다.





촛대바위
얼마만인가, 네가 보고 싶었다





내 나이가 들어가듯 여기도 소리 소문 없이 많이 변했다.

내가 젊었을 때 온 이곳은 내 지난시절 젊음같이 오히려 세월이 지나며 피고 있었다.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오래전에, 누구와 함께 갔던 곳을 다시 가기도 한다.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포용할 만큼 내 마음도 성숙했기에 어디를 가도 바라보는 시선에는 ‘지금’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석림, 능파대





내리쬐는 태양으로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걸어 다녔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혼자서도 씩씩하게 출렁다리를 건너고 바위도 올라가며 오랜만에 내 모습도 찍었다. 버스 시간까지 30분 남아 잠깐이라도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카페인 충전을 했다. 2층에서 사선으로  바라다본 바다는 햇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제 나가야겠다. 오후 여행, 2라운드를 슬슬 시작해볼까.






촛대바위 출렁다리에서 본 바다, 어떻게 너를 두고 갈 수 있을까.





버스로 1시간 정도 달려 내린 곳은 ‘논골담길’이다. 동해 여행을 계획했을 때 그중 하나는 ‘벽화마을’이었다. 여행 중 길가의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감성 가득한 벽화마을’이라는 문구가 내 마음을 움직여 이곳을 걷고 싶었다.


길을 걷기 전 관광안내소에 전화를 했다. “이곳을 다 걸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직원 대답은 “네? 다 걸으시게요? 비탈길 경사가 심한 곳도 있어 보통 많이 걷는 길은 등대오름길과 1코스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체를 걷는다고 보면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논골담길 초입 '어린왕자'가 길 안내를 한다





전화를 끊고 현재 시간을 확인 후 생각의 정리를 끝냈다.

논골 1길, 논골 2길, 논골 3길, 등대오름길, 그리고 바람의 언덕까지 다 걸어보기로 했다.

'바람'이 얼마나 불어올까, 그래서 '바람의 언덕'이라는 멋진 이름을 얻게 된 걸까, 제일 궁금한 길이다.

오래전 부산 ‘감천마을’을 걸었을 때는 정말이지 꼬불꼬불 길에 2시간 넘게 걸어도 다 둘러보기에는 역부족이었는데 여기 길은 초입에서 위를 봐도 아주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이 옛길들을 언제 다시 올지 몰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해 걸어보고 싶었다.


논골 1길 : 묵호의 옛이야기를 담고 있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골목길

논골 2길 : 사람들이 기억하고 희망하는 묵호와 논골담길을 사랑하는 마음을 집중하고 있는 골목길

논골 3길 : 황금기를 보냈던 묵호의 과거, 현재 어르신들이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골목길

등대오름길 : 새로운 희망과 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등대 길로 지역민들이 참여한 골목길





이 엉킨 줄들은 내 마음을 닮았다. 언제 술술 잘 풀릴 수 있을까




저마다 사연이 있는 길, 논골 1길부터 순서대로 걷기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퍼부은 태양에 언제부턴가 평소 흘리지도 않던 땀이 이제는 익숙하듯 함께 동행하며 위로 올라가니 바람이 살포시 나를 반겼다. 길은 더러 경사로 지지대를 잡고 가야 하지만 나도 갈 수 있는 이 길은,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다.


처음 시작을 반기듯 어린 왕자가 기다리고 곳곳 특유의 감성적인 글과 그림들은 직접 와서 보아야 알 수 있다. 아무리 나열하고 설명해도 이곳의 공기와 장소에서 주는 여운들, 지금의 감정들을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벽화는 화려함보다 소박함이 묻어져있다
꼬불꼬불 논담 길을 걷다 뒤를 돌아본다




지금, 당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세요.

그 속에는 당신이 떠나고 싶은 여행지가 있을 거예요.


혹여, 가슴속에 도망치듯 떠나온 곳이 있다면

지금 서있는 이곳은 아닌지요?


세상으로 난 모든  위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있어요.

그 많은 여행자 중 당신이 우연히 이곳에 서 있다면


燈臺로 난 논골담길에서의 당신의 行路는

墨湖를 여행하는 순례자의 또 다른 희망 찾기입니다.



논골담길을 2시간 넘게 걷는 내내 처음 본 이 글이 가슴을 자꾸 후벼 파며 내 속에 들어왔다.

내가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감정들,

무의미할 수 있는 이 시간에 내가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게 해주는 지금,

수만 가지 생각이 아직도 왔다 갔다 하며 요동치는 내 마음을 이해하듯,

이 글에 내 마음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어떻게 내 맘을 이렇게 속속들이 알고 있을까’

나도 모르게 이 낯선 곳에서 또다시 위로를 받고 있다.

때론 '여행'은 내게 난 상처를 아물게 해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직접적인 '방향지시' 아니라, '너도 이제는 해보면 어떨까?' 다독이며 말없이 용기를 갖게 한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전깃줄이 보인다. 도시에 있으면 불필요한 것들에 눈이 간다
논골담길, 어느 길하나 놓치면 아쉬울 뻔 했다
정말, 꼭대기에 바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좋다.
바람의 언덕, 바람이 분다.





떠난 온 이 여행길은 동해에 새로 생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를 보고 싶어서였는데 그곳보다 여기가 마음에 끌리는 '1순위 여행지'가 됐다.


마지막으로, 등대 길을 올라 빨간 묵호 등대 옆 바다 위에 있는 ‘스카이밸리’를 걸었다. 기대 이상으로 높은 길이에 잠시 주춤했지만 ‘하늘을 걷는 기분은 이럴까’하며 내심 지금을 기억하기 위해 천천히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며 걸어갔다.





당신, 이대로 충분히 괜찮은 사람
동해바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다
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하늘을 걸어보자
해발 55M 높이, 스카이밸리




어디를 가든 푸른 바다가 있고 하늘길도 걸어 볼 수 있는 이곳,

감성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간 가는지 모르고 누빌 수 있는 이 여러 갈래 길은 내 눈에 담아오기도 벅차다.  옛것과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묵호'색다름이 많은 말 그대로 '감성'살아 나는 여행지다.

별다른 기대 없이 출발했는데 지금은 내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





행복우체통에 편지를 못 붙쳤다





잠시 멈춰,

그 여운들을 차곡차곡 마음속에 담아 이 길들을 오랫동안 보고 또 보고 떠날 채비를 했다.

또, 온다는 무언의 약속을 남기며.






파란색을 무지 좋아하는 '나' 사진 한 장 남겼다



여행 Tip! 낯선 여행지는 사전 준비도 필요하지만 도착 후, ‘관광 안내소(i)’를 찾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각 시, 군청 홈페이지에서 관광지도를 다운로드하거나 우편으로 요청할 수 있다.

YOUR  미션!! 스카이밸리에서 인생 사진 남기기. 하늘을 한 번쯤은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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