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고난의 시작]
속초에서 양양공항을 가기 위해 양양 터미널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도 오질 않는다.
분명 양양공항에 전화를 했는데 공항 고객센터에서 받았다. 양양으로 연결을 원했는데 궁금한 점을 물었다. 자초지종을 말하니 셔틀버스는 국제선은 출발 2시간 30분 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내가 말한 시간은 국내선 출발 시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국제선을 예매하고 국내선 셔틀을 물어봤겠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웠다. 처음 안내받은 예약과에 전화를 하라는데 내 입만 아프지, 시간도 20분 이상 지제 됐다. 바로 택시를 탔다.
그렇지, 출발까지 너무 순조로웠다.
이틀 전 김장을 하고 출발하는 내 몸은 아직도 천근만근인데 화가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양양에서 출발하는 비행시간은 2시간 정도로 제주도 가는 시간보다 30분을 더 간다. 도착은 일찍 했지만 입국심사는 2시간을 넘어 거의 3시간이 지났다. 다리가 정말이지, 후들거렸다.
속이 터졌다.
이상하게 꼬여갔다.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에 도착해 아사쿠사 숙소로 갔다. 힘들게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는데 현금인출기 같은 기계로 가라더니 결제를 직접 하란다. 일본어만 있어 모른다고 하니 눌러준다. 그런데 한도 초과라 안되니 다른 카드를 요구했고 다음엔 현금 지불을 얘기했다. 카드도 하나고 현금도 없으니 다시 해보라고 했고 몇 번을 거듭해도 똑같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리라며 나는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카드회사는 승인 거절 메시지를 받은 적도 없다며 결제한 게 맞냐고 하는 게 아닌가. 어찌 됐든 결제가 안된다고 하니 카드 한도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내 해외 신용한도가 거의 천만 원이 되는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내용 그대로 알려주니 그래도 안된다고.
나가고 싶었지만 "다른 기계가 없나요? 혹시, 수기 승인이 가능할까요?" 물어보니,
"아, 있어요." 보통 일본에서 결제하는 작은 단말기로 하니 '스르륵'소리를 내며 승인이 완료됐다.
나는 안도보다는 그 직원을 째려봤다. 그리고, 바로 물었다. "지금 이 단말기와 저 카드 기계가 다른 건가, 아니면 같은 건가요?" 물었더니 얼버무렸다.
왜냐면 나는 그 눈빛을 봤다.
내가 실랑이하고 있을 때 일본 여자는 바로 작은 카드 단말기로 숙박료를 지불하는 것을.
영어든 일어든 유창하게 됐다면 끝까지 말했겠지만 기분 나쁜 표정으로 대신했다.
작은 호텔도 아니고 첫 시작부터 실망이 앞선다. 아고다에서 예약시스템을 세분화하면서 숙박 현지 결제가 늘었다. 혹시나 하는 문제가 도착하자마자 터졌다.
지금은 빨리 올라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생수 한 병이 없다. 그렇지, 그래야 일본이지. 예전에 있던 물도 없다.
좋은 생각만 하자며 여행 온 첫날부터 뒤죽박죽이다.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집에서 8시 30분에 출발해 4시가 넘어 숙소에 왔더니 첫날부터 개고생이 시작됐다.
바로 눕고 싶지만 편의점에 나가 맥주 한 캔을 사 와 사발면을 먹었다. 아직도 20세 이상을 묻는 편의점 포스의 기계음 소리에 웃을 수 있다니 '아, 이제 일본에 왔구나.'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언제나 와도 낯선 곳, 여행의 시작이다. 공기를 느껴보자.
글을 쓰고 싶어 노트북도 넣고 그림도 그리려고 오일파스텔도 챙겼다.
알록달록한 세상을 그릴 상상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