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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Nov 06. 2021

울 할머니

[오늘은 문득, 오래전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태어나고

할머니는,

처음부터였는지

언제부턴가

나를 "요미야, 요미야!" 부르셨다.


그럴 때마다

아니야, 난 유미야.

할머닌 내 이름을 자꾸 틀려.


연세로 치아가 몇 개 남지 않아

발음이 새는 걸 모르고

할머니를 미워했던

어린 시절 내 마음이 미안하다.


파란 이 가을날,

할머니도 여행을 떠나셨을까.


제주 가을,

억새 길을 걷다

엄마보다 문득 할머니가 떠올랐다.

내 이름을 사랑스럽게 부르는 오래된 할머니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며 퍼진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어린 시절,  할머니는 아빠와 오빠한테 인삼을 꿀에 재어 아침마다 한 숟가락씩 입에 넣어주셨다. 언니들은 맛도 모르고 지나갔지만 난, 막내라 가끔씩 눈치를 보며 얻어먹었다. 어느 날은 웬일인지 오빠만 먹는 그때 그 영양제 '원기소'를 내게도 주셨다.


할머니는 오빠를 제일 좋아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만두를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또 가끔은 나에게 미소를 띠며 정답게 이름을 불러주었던 주름이 자글자글 한 할머니가 희미하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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