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알고 있을까, 내가 훌쩍 자란걸]
버스에서나 길을 걸을 때 종종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을 때가 있다.
내 핸드폰에는 100곡이 채 안 되는 노래가 저장되어 있고, 최신 노래보다는 20,30대에 즐겨 들었던 오래된 노래가 더 많다. 그중 한 곡이 '얼굴'이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어렴풋한 기억으로 엄마가 가끔씩 불렀던 노래다. 나도 어렸을 때 제법 따라 불렀다.
내가 더 크면 이 노래를 엄마한테 멋지게 불러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혼자 이 노래를 가끔 듣고 있다.
오늘처럼 비가 올 때, 엄마 생각날 때, 바닷가에 앉아 음악을 듣게 되면 항상 리스트에 포함한다. 하지만 그때 그 느낌은 나지 않는다. 엄마는 얇은 목소리로 작게 노래를 불렀지만 누가 부르는 것보다 참 좋았다. 천생 여자인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아픈 모습을 자주 봤기에 노래를 자주 부르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흥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게 되면 엄마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이제는 그때 엄마보다 내 나이가 더 많아졌다.
엄마는 아실까
엄마는 뭘 하고 계실까
지금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밀가루를 찰 지게 반죽해 멸치국물에 감자수제비도 먹고 싶고, 신 김치 송송 썰어 기름 냄새 가득 채워 김치부침개도 부쳐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싶다.
오늘은 엄마가 더 많이 그립고 보고 싶다.
그동안 밀린 수다를 밤새도록 떨고 싶다.
가끔씩 다투기도 하지만, 난 그 다툼을 공유할 수 있는 엄마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면 유쾌하게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을 텐데, 오늘처럼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는 무척 엄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