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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Dec 03. 2021

합창단

[난 노래가 부르고 싶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가 있었다. 소위 인기 많고 엄마 치맛바람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활동이다. 그때는 꿈도 꾸지 못하고 지났고 중학생 때는 비슷한 누리단이 있어 참여해보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다. 부모들의 금전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시절로 현실적으로 엄두내기가 어려웠다.

 

중학생 때는 과목에 따라 집중 호불호가 많이 달라 선생님이 좋으면 그 과목의 점수를 우선적으로 올려 칭찬받으면 왜 그렇게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 들었는지, 누구나 이런 경험 한두 개쯤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 좋아하는 과목 하나가 '음악'이었다. 가녀린 목소리와 체구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있는 여자 선생님으로 피아노를 잘 치고, 수줍음이 참 많으셨다. 선생님은 1, 2학년 음악수업을 하셨고 교내 합창단에서는 총지휘를 하셨다. 음악 실기시험이 1학년 때 있었는데, 그때 내 목소리를 듣고 교무실로 부르셨다. 합창단으로 들어오라며 합창에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하셨다. 너무나 기뻤고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며 얼버무리고 나왔다. 2학년 때도 이제는 마지막이니 함께 해보자고 다시 제안을 해주셨지만, 그때는 공부해야 한다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누구보다 노래 부르기를 참 좋아했고 그 재능을 알아봐 주신 선생님이셨는데, 합창단을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때는 각자 개인별로 합창단복을 맞춰야 했고 얼마의 회비가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 돈이 없었다. 피아노를 같이 배운 친구가 합창단에 있어 같이 하자고 몇 번을 얘기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직도 피아노를 보면 가끔은 그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옷도 살 수 있고 회비도 낼 수 있는데 참 시간이 많이 지났다. 할 수 있을 때 후회 없이 했다면 아련한 기억보다는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을 텐데.


어느 날 언니와 지난 얘기를 하다 합창단 얘기를 꺼냈더니, 왜 얘기를 하지 않았냐고 했다.

하지만 역시 이유는 간단했다. 그 부담까지 언니한테 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언니도 완전한 어른은 아니었으니까.

꼭 필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괜찮다고.






얼마 전 노래를 부르고 싶어 마이크도 하나 샀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옛 노래가 부르고 싶어졌다. 가장 낮과 밤이 화려했던 시절, 그 감성이 살아나 한번 질러보고 싶었다. 노래는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가오는 감정이 다르다. 특히, 정경호의 목소리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옛 친구들이 생각났다. '이젠 잊기로 해요'라는 떨림의 목소리는 오히려 나의 잠자고 있었던 세포들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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