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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Dec 05. 2021

홍콩 야시장에서 흘린 눈물

[조카와 떠난 첫 해외여행]

언제쯤이었을까, 사진을 찾아보면 정확한 일자를 알겠지만 조카 다섯 살쯤, 홍콩으로 첫 해외여행을 함께 간 적이 있다. 1월 홍콩 겨울은 우리나라 가을 날씨로 웃옷 하나 챙겨 가면 된다고 해 가볍게 출발했다. 그런데 블로그와 여행책자를 괜히 믿었나 싶을 정도로 도착해보니, 아침저녁은 예상보다 훨씬 추웠다. 여름에도 잠깐 있는 한기에 추위를 느끼는데, 그때가 이상기온으로 좀 추웠다고는 하나 무거워도 더 옷을 챙길 걸 후회했다.  그나마 앉으면 전부인 작은 전기장판 하나 챙긴 걸 위안으로 삼았다.





도착한 날, 첫 번째로 오션파크를 갔다.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라고 해야 하나, 보통 유리로 막혀있는데 옆이 쑥 뚫려있어 너무 놀랐다. 팽이처럼 동그랗게 생겨 바람과 속도에 따라 뱅그르르 돌고 바로 밑이 바다라 쌩쌩 올라가는 소리에 놀란 언니의 계속된 소프라노 소리로 무서움은 배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한 걸 보니 특별하긴 했나 보다. 판다도 있고, 놀이기구도 다양하고, 바다가 보이는 파크라 생각보다 규모도 컸다. 


한두 곳을 더 가고 첫날의 마지막 코스는 야시장이었다. 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음식이 나오고, 조카한테 ‘맛있게 먹자’했더니, 갑자기 어린아이가 소리도 내지 않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잠깐이지만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모인 나도 당황스러웠고 엄마 아빠도 깜짝 놀랐다. 





그래서 좀 기다려 물어봤다. "왜 울어?" 어린 조카가 대답하길, "나는 손을 움직일 수가 없어" 그 말에 더 놀랐다. 손이 오면서 어디 부딪혀서 아픈가 하고 "손이 어떻게 아픈데?" "너무 힘들어서 밥을 먹을 수가 없어" 하더니,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소위 ‘밥숟가락 들 힘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어린 조카가 한 말에 ‘아’ 하는 탄식소리와 함께 우린 서로 얼굴을 보며 빵 터졌다. 조카한테는 도착하자마자 쉬지도 않고 계속 걸어 다니는 게 힘들었을 텐데 어른들은 그걸 모르고 마냥 좋은지 알고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바로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였다. 괜찮아. 이모가 해주면 되지. 





바로 저녁 내일 새벽부터 출발하는 심천 일정을 변경하며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어린 조카를 위해 좀 더 느린 여행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 

누구나 행복한 여행을 할 권리가 있다는 게 나의 모토라, 이번에 못 가면 다음에 또 가면 되지, 무리한 여행으로 어린 조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 후로 정확히 6년 후에 다시 홍콩으로 이 멤버 그대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녀오면 '추억'은 덤으로 얻는다. 고생한 일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건 바로 어디론가 함께 떠난 유대감이 있어 그때는 울그락불그락 했어도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게 이 또한 여행이다. 홍콩에서 대판 싸우고 다신 안 보겠다며 이곳 '침사추이'에서 뿔뿔이 흩어져 공항으로 갔는데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으니, 시간 있을 때 더 부지런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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