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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Dec 31. 2021

엄마, 엄마, 엄마

[엄마는, 막내딸이 보고 싶지 않으실까]

‘동그라미’가 보여도

‘이응’으로 시작만 해도

‘엄’ 자만 들어도

‘엄마’라는 단어만 불러도

내 마음속 한 귀퉁이에 '저장'되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렇다.

누구보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런 '사람'이다.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할 때가 제일 서글프다고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고

죽음 앞에서 땅 치고 후회하지 말랬지만,


나에게는 그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엄마한테 예쁜 옷을 사드리고, 여행도 함께 다니며 조잘조잘 쉬지 않고 말도 하고 싶은데

그 기회조차도 없었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길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생활이 버겁기도 했고, 아픈 엄마는 아마도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언니들 말이, 예전에는 말로 떠돌던 '아기 떨어뜨리는 약'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 있었단다.


낙태는 지금도 불법이지만 그때는 병원보다 민간요법이 먼저 통용되었던 시절이다. 그런데 내가 떡하니 정상적으로 나왔으니 약의 비밀을 아는 작은언니는 어린 마음에 그 불안감을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끙끙 앓았다고 했다. 태어났을 때 얼굴이 너무 까맣고 어렸을 때 잔병치레가 유독 많은 날 보며 그때 그 약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며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잠투정을 하며 엄마를 찾았는데, 그때 큰 베개를 하나 사주셨다. 엄마를 껴안고 잘 수 없는 어린 나는 베개를 안고 잠을 청했다. 잠투정을 하다가도 베개를 주면 안고 잤다고 하니, 아마 엄마 품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어린 게 엄마 사랑도 못 받고 큰다며, 그런 나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엄마는 아마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아팠었기에 나를 안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런 엄마의 얼굴을 생각하니 내 마음속은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어릴 때는 막연한 슬픔에 눈물이 났지만 지금은 그때의 기억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 이후 나한테는 잠버릇이 생겼다. 침대에는 쿠션과 베개가 가득 있고 잘 때는 지금도 베개를 꼭 안고 잔다. 여행 가서도 베개가 부족하면 불안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머리를 바닥에 두고서라도 베개를 꼭 안고 잠을 청한다.

그러면 아직도 엄마가 내 옆에서 함께 자고 있다는 생각에 낯선 곳에서도 잠을 잘 수 있다.

그게 지금도 멈추지 않는 나의 잠투정이다.




왜 엄마는 한 번도 내 꿈에 안 놀러 올까? 내 얼굴을 잊은 걸까? 7살 어린 내 모습의 기억으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난 지금도 정말이지, 엄마가 보고 싶다.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멀리 떠난 엄마가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다. "엄마, 고생했어."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늦지 않게 엄마가 데이트 신청을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막내딸이 아직 이곳을 살아가고 있는 의미를 함께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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