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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Dec 27. 2021

아빠 술값

[아빠들은 왜 술을 마실까]

조카와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주문하고, 벽에 붙어있는 소주와 맥주 가격을 봤다.

조카는 가격이 얼마인지 관심은 없다. 아직 어려 주문해 주거나, 먹고 싶은 걸 고르라 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고는 음식값에 관심을 보였다. 어느 날은 큰 눈을 깜빡이며 놀란 목소리로 "이모, 소주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 아빠가 저렇게 비싼 술을 마시는 거야? 저 가격이면 집을 몇 채나 샀겠어." 흔히 어른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말투가 꼭 그랬다. 그 돈을 안 썼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안 산다고 하지 않는가.


소주 가격이 4,000원이라고 쓰여 있으니, 그 소주 1병씩을 매일 마신다면 한 달에 120,000원이고, 2병을 마시면 또 가격이 올라가니,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많이 놀란 것이다. 아직 돈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는데 '동그라미' 개수에 많이 놀랬다. "여긴, 음식점이라 마트에서 사면 1,000원 좀 넘어, 그러니까 아빠가 집에서 소주 한 잔 하시면 돈 절약이다 생각하면 돼." 그랬더니, "아, 그렇구나. 그럼, 집에서 마시는 게 그래도 이득이네." 물론, 안 마시는 게 이득이긴 하다. 하지만 기분 좋게 집에서 저녁에 한 잔 마시는 건 괜찮은 거라며 조카한테 설명해 준 적이 있다.





지금은 훌쩍 커, 그 어린 조카는 마지막 십 대를 보내는 청춘으로 상당히 시크한 성격을 소유 중이다.

스파게티 주문할 때는 제법 까다롭게 고르고, 마지막으로 와인 리스트까지 본 후, 나한테 한 잔 권하기까지 한다. 1잔당 6,000~12,000원으로 비싸다며 안 마시겠다고 하면 한잔 사준다며 통 크게 와인 값을 지불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이가 됐다. 몇 년 있으면 이제 성인이 되는 조카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달콤한 화이트 와인으로 한 병 같이 마시고 싶다. 치즈를 좋아하는 조카를 위해 에멘탈, 까망베르 치즈를 기본으로 큰 샐러드 접시와 달달한 딸기 생크림 케이크, 과일바구니로 홈 파티 한 번 열고 싶다.

   

    

     



조카는 별을 좋아한다. 어느 날은 집에 오는 길에 까만 밤하늘의 별이 너무 예뻐 인도하는 곳으로 왔더니 바다라며 전화가 왔다. 신호등 두 번만 건너면 바로 그곳이라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금방 간다며 블루베리와 달달한 화이트 와인 반 병을 들고나가 2시간 동안 오랜만에 '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모, 가만히 하늘을 보면 저기 반짝이는 점들은 어느 순간 사이사이로 작은 별들이 보이고, 그러다 보면  밤하늘이 밝아져, 이제 잘 보이지?" 말하는 감성이 풍부한 그 조카가, 오늘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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