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면 엄마가 보고 싶다

[ 동해안 7번 국도_513.4Km ]

by 지금도바다


정암해변 – 물치항 – 설악해맞이 공원 - 방파제 길(라마다 H) - 외옹치항 - 바다향기로(롯데 H) – 속초해변 (양방향 진입 가능)


▶속초 사잇길 제5길 : 바닷길 '속초해변길'

▶국토 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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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과 속초의 분기점을 알리는 이정표





하루라도 여유가 생기면 친구와 ‘갈까?’하며 바로 떠날 수 있는 곳이 강릉 아니면 속초였다. 처음엔 속초로 자주 떠났고 시간이 지나서는 강릉 경포대를 찾아 긴 밤을 지새운 적이 여러 번 있다. 이렇게 바다는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청춘'이었다. 막연히 나이가 들면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타의든 자의든 지금은 그 바다 근처에 살고 있다.


오늘 걷는 이 바닷길은 세 번째로, 점심을 든든히 먹고 오후에 출발했다. 아직은 태양이 내리쬐는 더위는 없어 생수 1병과 초콜릿 1개를 배낭에 넣고 가볍게 시작했다. 집에서 바라보는 먼바다도 좋지만 가끔씩은 바다와 두런두런 말을 건네며 걷는 것도 좋다.


양양행 버스 9(9-1) 번을 타고 내린 곳은 정암해변으로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걷기를 시작했다.






20210514_150029.jpg 양양에서 속초로 걷는 길(자전거길)




‘7번 국도’는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길로 유명하지만 걸어본다면 그 진가는 배가 된다. 차를 타면 ‘쌔~앵’하고 아차 하는 순간 지나가지만 걷다 보면 그때 미쳐 보지 못 한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쉬지 않고 힘들어도 걷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이 길을 걸으며 바다도 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그냥 지나쳐도 되는 시시콜콜한 공사현장도 관심이 가고 건너편 파릇파릇한 어린 고추 모종을 봐도 기분이 좋다.





20210514_150939.jpg 걷는 동안, 쉬어가는 의지가 있다.
20210514_151139.jpg 설악해맞이공원 '인어상'





걷고 있는 길은 ‘동해안 자전거 길’의 일부로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중간중간 의자도 있고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오롯한 바다를 볼 수 있어 둘보다는 혼자 걸으면 좋다. 가끔씩 도로 옆에서 달리는 차들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함께 한다 생각하면 버릴 것은 없다. 어느덧 물치항에서 대포항으로 향하는 중간 길에는 철새 도래지도 있어 계절에 따라 보는 재미가 있다.





20210514_150309.jpg 물치해변




걷다 보면 멈추고 싶을 때 쉬어가도 좋고 계속 걸어가도 좋다.


중간 지점인 대포항으로 들어서면 라마다호텔 뒤로 ‘방파제 길’이 있는데 ‘낚시의 성지’로 오늘도 제법 사람들이 많다. 낚싯대 2개는 기본으로 5개까지 설치 한 사람도 있어 낚시를 모르는 나지만 앉아서 낚시가 하고 싶어 졌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낚시에 도전해 봐야지.

방파제 길은 너무 좋아 왕복으로 걸었다. ‘망망대해’가 딱 생각나는 곳으로 소리 한 번 크게 지르고 싶었지만 물고기가 달아날까 실천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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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항 방파제길 끝에 있는 빨간등대
20210514_152837.jpg 대포항 대교





다음은 작은 외옹치항으로 아직까지 예전 난전의 모습이 있다고는 하나 생선 가격은 생각보다 싸지 않다.

외옹치항 끝으로 가면 아름다운 산책로 ‘바다향기로’ 시작 길이 있는데 아쉽게도 지난 태풍으로 반만 갈 수 있는 외길이 되었다. 언제 온 태풍인데 아직 복구가 안 됐다니 조금은 짜증이 난다. 다시 돌아 나와 비탈길을 지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속초해변으로 걷다가 바다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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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옹치 롯데호텔 입구 바다향기로
20210429_120902.jpg 바다향기로 전망





그리고 조용히 혼잣말을 시작했다.

“엄마, 막내딸 왔어. 잘 있었어?”

어렸을 때 떠난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와 ‘엄마’를 불렀던 곳이 ‘바다’였다.

나한테 바다는 때론 엄마의 마음이었고 눈물이었고 안식처였다.

투정도 부리고 기쁨도 함께 나누고 슬픔공유했던 한 없이 넓었던 엄마였다.


주위의 걱정에도 주저하지 않고 속초로 온 건 ‘바다’가 있기에 ‘엄마’를 매일 만날 수 있어 용기를 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들쑥날쑥 요동치지만 아직 여기에 살고 있다.





20210518_103006.jpg 속초해변




오늘도 걸었고 내일도 나는 이 길을 걷고 이 바다를 볼 것이다.

지금은 앞이 흐리게 보일지라도,

언제 그 멈춤이 올진 모르겠지만

그 순간까지 끝을 향해 길을 걸어가고 싶다.





기다리는 의자











걷는Tip! '동해안 자전거길 : 고성군 통일전망대 ~ 삼척 고포마을까지 242km'로 걸어도 좋고 자전거로 일주해도 좋다. 나도 언젠간 도전하고 싶다. 시간 추천은 오전 or 점심 지난 오후 (그늘이 없다)

여행 Tip!! 설악해맞이공원 아래 야외에서 바닷가 야경 보며 저녁으로 생선회 한 접시와 소주 한잔.

YOUR 미션!!! 바다에서 누군가를 부르며 혼잣말해보기. 속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