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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Jul 03. 2021

봄날, 설악산을 걸어볼까

[첫 시작이다, 비룡폭포야 반갑다]

    


  외설악 매표소 – 육담폭포 – 비룡폭포 – 토왕성폭포 전망대 – 신흥사 ‘마음의 나무’ 



속초에 살면서 어디를 가든 걷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보면 설악산이 보인다. 


지금처럼 봄날에 푸름이 진동하는 설악산을 볼 수 있는 건 흔한 일이다. 5년 전, 서울에서 속초로 이사 왔을 때 설악산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운동도 하려 했으나 현실은 계절에 따라 찾아오기도 버거웠던 곳이다. 버스 한 번만 타면 쉽게 올 수 있는 이 길을 이런저런 이유로 멀리하고 살았다. 





폭포 가는 길




요즘같이 여유로운 쉼의 시간이 있는 날에는 한 달에 한 번, 2주일에 한 번은 찾아오는 친근한 동네 산이다. 유부초밥도 싸고, 샌드위치, 삶은 계란, 오이에 초콜릿, 생수 2병을 준비해 메뉴를 바꿔가며 배낭에 넣고 출발한다. 주위에 말하면 말로는 많이 부럽다 하지만 서울을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듯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을 즐기면 된다. 





아래에서 본 나무




오늘은 날씨도 좋아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도착해보니 사람들로 북적북적 인다. 외국인들도 꽤 보인다. 


봄은 봄인가 보다


평소에 걷는 습관은 있지만 워낙 비탈길을 잘 오르지 못한다. 산이라고는 어렸을 때 뒷동산과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20대에 개 거품 물고 울산바위 정상을 죽음 직전까지 경험하며 육두문자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부러 산을 찾아 올라간 적은 없을 만큼 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초에서 바다를 많이 접하며 자연스럽게 산에 대한 관심이 가고 주위의 산들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봄날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산들산들 바람은 어디론가 떠나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져 집보다는 날씨가 좋으면 밖으로 나가게 된다. 오늘의 코스는 초보자도 갈 수 있는 폭포를 공략해 보기로 했다. 난관은 있겠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많이 떨리기도 했고 과연 ‘내가 혼자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조금 무거운 마음은 있었지만 어차피 홀로서기를 시작했기에 맘을 단단히 하고 걷기 시작했다. 





다람쥐도 마실나왔나.
폭포 가기 전 숲길 걷기. 초록초록함이 나를 인도한다.





등산화도 신었겠다. 이제 출발해보자. 


처음 시작은 산책로로 출발해, 30분 정도 걸었을까, 바위와 돌들의 고행길이 나오고 물이 흐르며 육담폭포가 보였다. 작지 않고 위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맘에 들었다. 그다음부터는 계단으로 밑이 살짝 보이기도 해 옆 지지대를 꽉 잡고 올라갔다. 비룡폭포까지 꽤 비탈길과 계단, 출렁다리도 있어 사진 찍기도 좋고 다양한 볼거리로 중간중간 즐기며 올라가기엔 최적의 코스다. 보통은 비룡폭포 2Km까지 도착 후 내려가는 분들이 많은데 난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 도전했다. 전망대까지는 계단만 '편도 25분' 소요라는 문구가 있어 잠시 망설였으나 올라가고 싶었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때마다 나를 기다리는 의자가 있었고 40분 동안을 묵묵히 걸어갔다. 더 뿜어 내려오는 폭포를 보고 싶어 올라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전망이 더 좋았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내려오는 산과 하늘이 더 가까운 곳이었다. 배고픔에 초밥을 먹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올라와 물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니, 옆에 아주머니 한분이 참외 한 조각을 건넸다. "시원하게 입 좀 축이세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나도 초콜릿 한 개를 말없이 수줍게 내밀었다. 





바닥이 보이는 계단을 올라갈때 숨을 크게 쉬어본다. 그리고 나즈막이 '할수있다.' 라는 말로 나에게 주문을 건다.
출렁다리는 언제 걸어도 설렘반 두려움반이 공존한다.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전망대





한 동안 전망대에서 숨을 고른 후, 내려올 때는 다리가 더 많이 무겁고 떨렸지만 씩씩하게 내려왔다. 처음으로 혼자 3Km가 조금 넘는 산에 오르며 몸은 무거웠지만 머리가 참 가벼웠다. 숨도 크게 쉬고 우뚝우뚝 솟아 있는 산을 보니 새삼스레 ‘참 세상이 넓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울타리 안에서 바둥바둥하며 살았는데 조금만 걸어 나와도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이렇게 넓다. 이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아직도 내가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뭐 하러 가냐.’고 하는 사람들도 아직 주위에 많이 있다. 돈만 쓰지 하며 안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행에는 꼭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부지런히 걷기만 해도 삶의 여유가 생기고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아직도 내가 멈추지 못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신흥 사안에서 바라다본 바깥 풍경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항상 설악산 오면 가는 신흥사의 ‘마음의 나무’를 만나기 위해 다시 위로 발길을 돌렸다. 신흥사 초입에는 소나무들이 많은데 자주 가다 보니 어느 순간 소나무들 중에, 반만 남아 있는 나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정말 운이 좋다면 그 소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성스러움도 느껴지는 언제부턴가 내 친구가 된 나무가 있다. 누군가도 설악산 가면 꼭 그 ‘나무’를 만나면 좋겠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는 소나무를. 





마음의 나무 



















걷는Tip! 부지런히 오전에 산행하고 물은 꼭!! 챙기기.

YOUR 미션 !! 신흥사 앞 ‘마음의 나무’ 만나기. 그리고 나의 나무를 찾는다면 아마도, 다시 설악산으로 오지 않을까. 내가 의지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전 01화 걸었다. 그리고 다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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