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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Jul 23. 2021

양양 '하조대'에서 주문진 'BTS버스정류장'까지

[속초- 양양 - 주문진 12시간 여행]

    

     

속초 시외 T 하조대/등대/스카이워크/해변 주문진해변/BTS버스정류장 주문진항

     




하조대 해변





얼마 전 마사지를 받다 “BTS정류장 들어보셨어요? 딸아이가 좋아해서 주문진 다녀왔어요.”

BTS팬이라 기말 시험 끝나고 바로 갔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해 그날은 덩달아 행복했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무심코 듣다 나도 'HOT'한 사진 한 장 찍고 싶어 졌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양양에서 주문진까지 좀 더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시외버스 예매가 되지 않아, 양양관광안내소에 전화를 하니 길안내를 꼼꼼히 해주셨다.

감사하다며 인사하고 끊기 전 “내일 속초에서 출발해요.” 한마디는 그동안 안내가 물거품 됐다.

속초에서 하조대 가는 시외버스가 있어요. 터미널에 확인해 보세요.”라는 말에 전화와 문자로 주고받은 20분은 사라졌지만 편하게 갈 수 있다는 마음의 위로를 나 자신에게 건네며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로 전화를 했다.





강원도낭만가도길안내





출발은 조금 이른 아침 7시 47분 버스다.

‘성공적인 버스여행을 기원한다.’ 관광안내사의 문자를 받고 배낭에 생수 2통, 초콜릿, 방울토마토, 책 1권을 넣고 운동화 끈을 꽉 묶고 시작했다.





하조대 입구




속초에서 하조대까지는 버스로 50분 정도 이동한다. 승용차를 타고 2,3번 가봤던 곳으로 버스여행은 초행이다. 더욱이 평일 아침이라 사람도 드물고 골목길을 지나 하조대로 가는 길은 날씨도 흐려 어둑하고 스산하기까지 해 ‘뒤돌아 갈까’ 하는 마음속의 외침이 요동쳤다. 하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절벽과 정자의 풍치, 명승 제68호 하조대’라는 큰 아치를 보며 비탈길을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니 길 양옆에는 들꽃들이 피고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군 휴양시설을 지나 10분 정도 더 지났을까, 낯선 길을 가다 보니 걸음 속도는 더 빨라진다.





언제 평화가올까





매일 걷는 길은 무덤덤하지만,

처음 걷는 길은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두려움도, 설렘도, 궁금함도 생긴다.

곧은길보다는 구불구불하고

반듯한 아스팔트 길보다는 여러 갈래의 골목길이 끌리는 건 앞으로 펼쳐질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길도 끝에 '뭐가 있을지' 보이진 않아도 새벽이슬 맞으며 꽃단장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 기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가끔씩 이렇게 나한테 체면을 걸어 상상을 하며 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그 앞에 와 있다.





바다와 소나무
바다, 소나무 그리고 하늘





하조대에서 본 경치는 기대 이상으로 멋졌다.

예전에 왔던 기억은 잊히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바다를 기억하고 싶을 만큼 흐린 하늘 아래 우뚝 있는 바위들과 그 주의를 감싸는 소나무들이 유난히 빛났다. 잠시 내 좁았던 마음은 다시 넓어지고 넉넉함을 얻었다. ‘하조대’는 문신인 하륜과 조준의 성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고 하니 역사공부는 덤이다. 200년 넘은 소나무들이 저마다 절개를 뽐내며 기암절벽 또한 여느 주상절리 부럽지 않다. 한참을 하조대 건너편에 있는 ‘소나무’ 한그루에 꽂혀 한 곳만 바라다봤다.


수호신 같다. 

벌써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한 동안 홀연히 떨어져 바다 건너편 바위에 있는 이 소나무가 떠오를 것이다.

너도 누군가 그립구나.

아직도 여기를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네 마음이 내 마음이다.





저 멀리 바위에서도 나무는 자란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한 공간이 있을 수도 있고 나무, 우연한 어떤 길, 그날의 날씨, 음악, 음식, 낯선 사람 등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연이 생긴다. 내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어디론가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결국은 스쳐지나고 잊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행복을 찾기 위해서다. 조금만 밖으로 나서면 더 행복한 길이 있는데 어떻게 멈추겠는가.


사람들은 간혹, 말한다.

너는 참 팔자도 좋다. 돈이 많은가 봐. 자유로워서 좋겠다. 기타 등등...

하지만, 여행에서 꼭  필요한 건 '게으르지 않은 부지런함'이다.

거기에 돈과 시간이 따라오면 더 좋지만 부족하다고 여행이 불행하진 않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고 힘들지만 천천히 연습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이제는 마음을 다스리며 스스럼없이 떠날 수 있는 내가 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뒤집고 옹알이를 하며 걸음마를 배우듯 성인이라 해서 완벽한 어른은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바다





하조대 가는 길에는 이동초소도 있고 등대도 있다.

많은 등대를 만났지만 우뚝 솟은 기암절벽 위로 있는 등대는 처음이다. 이동 테크가 놓여 있는 곳을 지나 위로 올라가니 특별한 날 레드 카펫이 깔리듯 대리석 길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흐린날씨에도 절경은 숨길 수 없다
대리석이 깔린 등대





혼자 걷는 반짝반짝 빛나는 길, 기분이 좋다.

흰 등대를 돌며 가볍게 노래 한 곡을 불렀다. ‘낯선 길, 걷기를 잘했다’ 나를 쓰다듬었다.


내려오는 길에 노부부가 지팡이를 짚고 계단에 오르기 전,

할아버지 “거기 좀 서보시오. 사진 찍어줄게.”

할머니가 하시는 말 “너무 가깝잖아. 나, 화장 안 해서 안 예뻐. 멀리 찍어.”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시오. 뽀샵 해 줄게.”

할아버지가 뽀샵을 알고 있다니,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밖으로 나왔다.


해변과 둘레길 사이에 있는 스카이워크에서 사진을 찍고 해변을 걸어 쉼의 목적지인 북 카페로 갔다. 책을 만난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30분을 내리 걸었다. 평소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책 냄새를 맡는 것도 좋아해 버스 시간을 뒤로 미루고 넉넉한 시간을 머물기로 했다. 3시간 넘게 책을 10권 남짓 읽었다. 물론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서점이 아닌 북 카페에서 자유롭게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행복했다.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연수원내 1층  '북카페 로그'





난 언제 이런 서점을 차릴 수 있을까. 책과 음악, 차와 함께 하는 공간이 참 부럽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니까.

그래도 아직은 꿈을 꾸고 싶다.


카페인과 마음을 넉넉히 충전 후, '양양 12번 버스'를 타고 주문진으로 향했다. 건너편 작은 철문으로 들어가니 산책로와 함께 동해안 자전거길이 펼쳐져 있었다. 고속도로로 길이 좋아졌다지만 걷는 길도 참 많이 바뀌었다. 자전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문진해변이 나온다. 바다를 보며 15분 넘게 걸었을까. 저 보이는 건너편, 사람들 있는 곳이 아마도 ‘BTS정류장’이 아닐까 싶다. 멀리서 봐도 사람들이 꽤 무리 지어 있다. 역시 젊은이들의 성지였다. 너도 나도 삼각대 세우고 사진 찍기 바빠 나는 요란하게 찍기보다는 살짝 옆으로 찍었다.  





주문진 BTS 정류장





주문진 도착 후,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BTS정류장의 여운으로 캔 맥주 하나를 사고 바다 옆 의자에 앉았다. 여기서 BTS도 바다를 봤겠지.

함께 한 건 아니지만 그때 이 공간에 있었다면 나처럼 바다를 보고 잠시 생각도 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핫한 장소에 와보니 내 기운이 젊어진 걸까.

멀리서 사진 한 장 찍은 걸로 만족한다.

갑자기 음악을 크게 틀고 노래도 부르며 몸도 움직이고 싶어 진다.






주문진해변 '방탄소년단'앨범자켓 촬영장소





한 참을 쉬고 다시 바다를 보며 주문진항으로 걸었다. 버스보다는 이 길을 쭉 걷고 싶었다.

1시간 넘게 걷고 걸어 주문진항에서 오징어 회를 사고 17시 59분 시외버스로 속초에 저녁이 돼서야 도착했다. 빨리 집으로 가 오징어를 초고추장 듬뿍 찍어 차가운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 아침에 출발해 집으로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가 훌쩍 넘었다.


딱 오늘은 에누리 없는  ‘12시간 여행’이다.

이제 남은 건, 술술 들어가는 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Let's start my party!!





주문진항
바다 따라 걷기
아들바위

여행Tip ! 서두르지 않고 북 카페에서 책과 함께 차 한잔 하기.  

주문진해변에서 바닷길을 걷다 보면 ‘아들바위’도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주문진항까지 걸어보기

YOUR 미션!!  BTS정류장에서 아이돌처럼 사진 찍기. 창피한 건 그때뿐이다. 그리고, 바다에서 맥주 딱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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