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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Mar 21. 2022

돈 버는 데는 젬병이라서

벼락부자를 꿈꾸며

예전에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에 어느 날 어머님이 느닷없이 전화해서는 너는 왜 일을 안하고 집에만 있냐고 나무라신 적이 있다.

그때 두 아이 다 유치원생이었는데, 가까이에 친정 엄마가 계신 것도 아니고 설령 가깝다고 해도 엄마는 휴일도 없이 일하시는 분이라 도울 수가 없고, 정작 어머님도 몸이 아파 날 도와줄 처지도 아니셨으면서 대체 나더러 무슨 재주로 두 아이를 보면서 일을 하라고 하시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그런 밑도 끝도 없는 호통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며 울음을 삼키기를 여러 번. 혼자서 독박으로 힘들게 애들 낳고 키워온 공은 단 1도 없이, 좀 크니까 바로 돈 벌러 나가라고 성화를 하는구나 분하고 가 났더랬다.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 없이도 일할 사람들은 다 일을 한다는 걸, 쉽진 않지만 온 식구 고생하면서 꾸역꾸역 하려면 해나갈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다만 회사 그만둔 지 십여 년이 흐른 후에 내가 다시 뭘 할 수 있을지 너무 막막하고 앞이 캄캄했다.

시 회사로 돌아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죄다 돈이 안 되는 것들 뿐이다.

얼마 전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웃님 글을 읽으니 인테리어 관련 글 메인에 노출되면서 순식간에 비데 두대 값을 버셨다고 다. 나도 블로그 해서 다만 얼마라도 벌려면 제품 후기나 메인 카테고리 안에 들만한 전략적인 임없이 올려야 하는데, 허구한 날 되도 않는 그림이그려서 블로그 혹은 진짜 자기만족으로 운영하는 브런치에나 올리고 앉았으니 돈이 될 리가 는 것이다.

그러고선 남이 인플루언서가 돼서 얼마를 번다더라 하면 그저 침을 뚝뚝 흘리며 부러워만 할 뿐,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당최 들지가 않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

가끔씩 올리는 후기글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번씩 오만여 원 정도가 입금이 되긴 하는데, 한턱 쏜다고 아이들 치킨 두어 마리 사주고 나면 그것도 금세 라져리고 없.

 

그때 어머님 돈 벌어오라는 전화를 받고 한동안 분 마지않으면서도 뭐라도 해볼 생각에, 아침 티비 프로에 주부 부업에 관한 내용 나면 유심히 보곤 했었다.

남들은 대체 뭘로 돈을 버나...

보다 보니, 주로 손재주와 관련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인형을 만들거나 (손이 야무지지 않아서 ), 주문 케이크를 만들거나 (손 떨려서 ), 유기농 이유식을 소소하게 시작다가 (요리 싫어해서 ) 입소문이 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는 용들이었다.

 나랑은 해당이 안돼...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돈이 안 되는 것들 뿐. 책 읽고 글 적이거나 그림 그리거나 생각하거나... ;;; 

어쩜 그리 돈과 관련된 머리가 젬병인지. 물며 재테크도 일절 관심이 없으니...

 

이십 대 중반 무렵  좋자고 집이 한창 어려울 때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닌 적이 다. 경야독처럼 낮에는 그림 그리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회사에서는 수습이나 마찬가지여서 전혀 돈벌이가 되지 않았고, 언제 벌 수 있을지 기약 없었다. 편의점에서 밤늦게까지 내내 서서 일해봐야 그날 차비에, 저녁값에, 맥주 한 캔 사고 나면 그걸로 땡이었다. 옷도 못 사 입고 추레하게 하고 다니자 하루는 엄마가 도저히 못 참겠너는 젊은 애가 왜 그러고 다니냐 핀잔을 주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엄마 아는 사람 딸은 상고 나와서 보험 회사에 취직는데 사대출이란 걸 받아 엄마 집도 사줬라며... 


지금 와 생각하면 나는 왜 그렇게 못살았을까 후회스럽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 내 좋은 그림 그린다고 고생 고생하다가 돈 한 푼 못 벌고 허무하게 그만 거였차라리 그냥 하기 싫어도 꾹 참고 뭐라도 해서 엄마에게 보탬이 으면 좋았련만.

다시 일반 회사 취직해 다시는 일탈 따위 하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 받으며 성실히  했지만, 결국 마 집도 해결 못해주고 결혼과 함께 회사 생활 마감하고 말았다.

결혼하고서 어머니의 밑도 끝도 없는 모진 타박들을 들을 때마다 두고두고 후회한 게 바로 돈이다. 은 지금도 그렇고 내 머리 한구석에 있는 카테고리가 아니다. 그래서 더 돈돈 하시는 어머님을 그토록 미워했는지도 모른다. 어머님 앞에서는 ''이 없어서 참 서러웠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은 지금도 나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매일 욕은 하지만, 이렇게 돈 안 되는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하는 한량 짓을 소리 없이 두고 봐주는 남편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 든다.

앞으로 내 그림이 유명해지거나, 공모에 응한 글이 대박이 나....

에혀,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차라리 복권을 사고 말지...


* 다들 뭐 먹고 사시나요?


이슬 먹고 사는 여인
오늘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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