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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Apr 25. 2022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산부인과

정들었던 내 젊은날 이제는 안녕

친정엄마 입원으로 미던 산부인과 다시 해 마지막 치료를 받았다. 

산부인과를 다시 찾은 건 거의 십년만이고 방문 계기는 동안 검진을 너무 안해 슬슬 몸상태가 걱정되기도 한 데다,  중요한 건 갈수록 심해지는 갱년기 증상 때문이었다.


처음 갱년기 증상이 시작된 건 작년 무렵이었던 거 같은데, 한번씩 열감이 훅하고 머리 쪽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증상이 여러 차례 오고 가기를 반복하다 올봄 들어서는 유독 견딜 수가 없이 심해졌다.

열감뿐 아니라 한번씩 자다 깨면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꼭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밑도 끝도 없는 두려움이 밀려온다던지, 세상만사가 다 부질없이 느껴 몸이 이대로 녹아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그런 것들이었다.


그렇게 가야지 가야지 면서도 유독 산부인과 방문 꺼이유는 실 따로 있었으니, 바로 남모를 '지긋지긋함' 때문이었다.

결혼하고 내내 별 이유 없이 아이가 안생겨 큰아이를  오년만에 얻게 되었는데, 그 시간 동안 산부인과며 불임(지금은 난임이라고 한다면서요) 클리닉을 수도 없이 헤매 다녔었다. 갈 때마다 하는 초음파 내진의 불편감은 말할 것도 없고 배에다 스스로 무참히 주사를 꽂는 것도 수십 번. 그렇게 불공 공들여도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임신 실패입니다'였다.

그러다 이제 정말 포기해야 하는 걸까 하며 병원 시술을 쉬는 동안 큰아이가 내게 기적처럼 찾아왔었다.

 뜻하지 않 둘째까지 얻게 되었고, 산후에 마지막 정기 검진 하러 산부인과에 방문하면서 아... 이제 다시는 산부인과에 안올거야... 라고 혼자 다짐을 했더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결국 산부인과에 올 수 밖에는 없는 몸이 되어, 어느덧 내키지 않는 불편한 자세로 초음파 내진을 하고 있었다.

나이 사십 무렵에도 하나도 없던 물혹이 드디어 한두개 보이기 시작, 일부 세포 변형이 발견돼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늘 병원 검진 때마다 항상 좋습니다, 정상입니다, 깨끗합니다 소리만 듣다가 그런 말들을 들으니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곧 그래, 내가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었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저 올 것이 온 것이다 하고 체념하로 했.


그렇게 검사한 피검 수치 결과에서 이제 여성호르몬이 바닥나 거의 완경에 이르렀다는 판정을 받게 됐다.

완경... 왠지 폐경이란 말보단 듣기 좋게 들렸다.

하지만 염증 소견으로 각종 항생제를 처방받아 돌아오는 길이 왜 그렇게 쓸쓸하던지. 이제 나는 여성으로서의 소임을 구나 생각하니, 한편 서운하기도, 시원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세상에 내 아이 둘 남겼으니 여한은 없다....

마침, 심란한 마음에 들른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된 빅뱅의 ' 여름 가을 겨울'의 가사가 귀에 딱 꽂혀 들어왔다. 


계절은 날이 갈수록 속절없이 흘러

게 물들이고 파랗게 멍들어 가슴을 훑고....


어머 애증의 빅뱅이 돌아왔네, 근데 왜 이렇게 노래가 슬픈 거야... 딱 내 마음이네...


이제 진짜 내 젊은 날이 났음을 빼박 학적  멸차게도 말해주는구나... 야속해하며 집에 들어서던 찰나, 남편이 싱크대에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게 보였다. 내친김에 가스레인지 벽의 기름 세제 묻혀 어찌나 야무지게 닦지 온 주방이 번쩍번쩍거린다.

어머! 이게 뭔 일이래...

아이고, 저이도 이제 늙어가나 봐... 

그렇게 생각하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온갖 남자다운 척, 대범한 척, 잘난 척은 있는대로 하더니 결국 당신도 남성 호르몬이 바닥났나 봐요...

이로써 우리 집엔 중성인이 3명으로 늘어 것이다!

(나+남편+고양이 요미!)


다음날, 내가 지금  상태가 안좋고  더우니 제발 새벽에 서늘해도 보일러좀 돌리지 말아 달라고 남편에게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알겠다고 철석같이 대답하더니만! 또 보일러를 돌렸더라....

에라이!

요미보다 못한... 사람아...


중년의 필수 생명템 : 오메가3, 콜라겐, 지아잔틴+루테인, 유산균...  아침마다 때려넣는 생명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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