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고희 Aug 30. 2022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다

얼마 전에 친정엄마한테 다녀오면서 지하철을 탔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께서 손풍기치고는 좀 큰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내내 틀고 계셨다.

타고 있던 지하철 칸은 '냉방' 칸이어서 그닥 덥지도 않았는데, 아주머니는 홀로 땀 뻘뻘 흘리시며 연신 바람을 쐬고 계셨다. 보다 못한 옆 할머니께서 안 추워요? 하고 아주머니께 묻는다.

, 제가 좀 열이 많아서요....

그 대화를 듣던 나는 순간 훗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 역시 그 바람이 전혀 춥게 느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쪽으로 은근히 새어 나오는 바람이 반가워 기분 좋게 몸을 맡기고 있었.

분명  아주머니는 갱년기일 거야...


지난 주말에 산부인과에 가서 호르몬제 상담을 받고 약을 받아왔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수시로 밀려오는 열감에, 두근거림에 견딜 수 없 괴로운 시간을 보낸 터였다. 밤에 편은 에어컨이 춥다고 온도를 나 몰래 올려놓, 나는 그것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대야를 버텨내야 했다. 다음날 내가 너무 더우니 온도 좀 올리지 말아 달라 그렇게 부탁해도...

! 언제 내 생각해주는 사람이었나? 내가 포기하고 말지!!

백수오 잔뜩 사놓고, 석류도 주문하고, 갱년기 유산균까지 사서 냉장고 꽉꽉 채워놨는데, 결론적으로는 그 모든 것이 아무 의미 없는 짓이었다. 그냥 그 돈으로 가방이나 하나 더 살걸...


내가 그렇게 여름 견디고 견뎠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인간의 노화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연의 섭리대로 사는 것이 순리라고 늘 소신처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일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라며.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건 모두 나의 무지소치일 뿐이었다.

사실 친정엄마도 일하면서 호르몬제를 수십년간 먹어오셨던 터라, 호르몬제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오래전 티에서도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다큐로 방송하는 것 본 적 있다. 만 그게 모두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해 한번도 나에게 적용해볼 생각은 안해봤던 것이다.

하지만 몸이 갈수록 급격히 힘들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지난번 병원 검진 갔을 때 이 수치면 많이 힘들 텐데 약을 한번 먹어보라는 권유를 받은 도 있고 해서 호르몬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 정말 많은 자료와 영상을 찾아다. 거기서 요즘은 호르몬 치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무조건 권하고 있다. 평생 먹어도 상관없다고...


호르몬제의 장점은 수도 없이 많다.

폐경 후 급격히 진행되는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예방은 물론이고, 빠르게 가하는 도 막아줄뿐더러 외관상으로도 보다 젊 보일 수 있게 해준다. 줄어드는 근육량도 잡아주어 성인병에도 움이 된다.

다만 유방암이나 자궁암이 있을 경우 하면 되고, 복용하면서 정기적인 검사 꼭 해주어야만 한다.

쨌건 사는 동안 여성 호르몬 부족으로 오는 각종 질환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가 있으니, 한마디로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 이것은 삶의 질 직된 문제다.


호르몬제 처방을 받고 복용전 유방암 검사받아야 해서 서둘러 검진을 다녀다.

놀랍게도 물혹이 무려 13개!나 발견되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좀 많다는 소견을 들었다. 이 정도면 자궁도 그렇고 온몸이 물혹으로 뒤덮여가는 거 아닌가... ;;;

다행히 호르몬제 복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날 밤 약을 손에 올려놓고, 한참을 뜸을 들이다 결연한 의지로 첫 알을 삼다.

이제 매일 밤 나는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몸이 것이다!


복용 3일째.

아직 별다른 변화는 없지만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제 가는 세월을 호미와 가래로 막고 서서 두 발로 버텨볼 작정이다!


요미도 중성화 해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산부인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