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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Nov 07. 2022

유튜브나 해볼까

작년까지는 이들이 어릴 때 보던 게임 유튜브 채널을 어깨너머로 조금씩 넘실넘실 보던 것 외에는 유튜브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일단 검증 안된 1인 미디어라는 것에 대한 불신이 고, 내가 아는 유튜브의 세계란 것은 아이들이 즐겨보 통령 '도티'같은 임 채널나, 먹방, 질, 뷰티, 정치, 주작 등 다분히 오락이거나 정보이거나 헛소리이거나 ;;;  중 하나였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면 또 쓸데없는 거 보는 거냐며 뜯어말리곤 했다.


그러다 년에 우연히 광고 없이 보는 튜브 한달 무료 기능을 이용해보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와우 브라보~!

솔직히 요즘 티비를 틀어도 딱히 볼 것도 없는, 원하 시간에 원하는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하나둘 보기 시작한 것이 그만... 순식간에 영상의 세계에 빠져들 말았다.


요즘 보고 있는 채널은 어느 할머니의 소박하고도 단정한 살림 일상과 반려견과 함께하는 감성 캠핑 채널, 그리고 뉴요커 일상 등 주로 힐링 영상들이다.

애초의 내 생각과는 달리 1인 기획 답지 않은 수준 높은 영상미와 편집 기술 감탄하며 .  티비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것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쭉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 이제 글로 표현하는 시대  게 아닐까...라는 다. 

글을 읽더라도 그에 걸맞는 영상이 곁들여져야 그 맛이 산다고나 할까.

흰 종이나 화면에 빽빽하게 채워진 검은 글씨가 이제는 너무 심심하고 고루한 느낌마저 든다.


 나'반려묘와 함께 하는 옥상캠핑, 살림, 육아, 중년 라이프!'라는 멀티 주제로 유튜브나 한번 해볼까 하  시작했다.

거기 웃을 수 있는 개그코드를 양념처럼 조금씩 넣어서 음악과 함께 편집하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음! 경쟁력 있어!

돈도 안되가망 없는 브런치나 블로그에 집착해 시대에 뒤처지느니, 그냥 집에서 재택한다 생각하고 1인 미디어를 한번 만들어자!


하지만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조회수가 나오려면 영상 퀄리티도 있어야 할 것이, 편집기술도 배워야 할 텐데 왠지 그 모든 걸 혼자 다 하려면 일상이 엉망이 될 수도 있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촬영이 문제다.

항상 단정한 옷에 머리는 기본이고, 뱃살도 빼야 할 것이고, 카메라 각도 생각해 배치하고 앉아서 물 끓이고 한컷, 커피 내리고 한컷,  커피 마시고 한컷, 아이들에게도 잠깐 기다렸다 밥을 먹어달라 부탁해야 할 것이고, 문 여는 거 하나하나 세팅을 마친 후 연스럽게 열어야 할 테고, 고양이도 따라다니며 웃긴 짓 할 때까지 졸졸졸졸...

희귀한 새가 옥상으로 날아들라치면 후다닥!

편집에 자막에 음악까지... 

아이고야!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게다가 적어도 백개 넘는 서로 다른 주제의 영상이 차곡차곡 쌓여야 그나마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을 것인데...

이래서 주변에 그렇게들 야심 차게 도전해 비싼 카메라까지 들였다가 다시 당근에 내놓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실행 하든 안하든 그래도 사전조사는 해야 것 같아서, 국내 유명 주부 채널 꼼꼼히 모니터링 봤는데...

의욕과 달리, 보면 볼수록 한숨만 터져 나왔다.

일단 집부터가 서울 근교의 넓은 타운하우스야 하고, 베이지색 통일된 인테리어에 베이지색 옷 착용, 원목 가구에 푸르른 식물들을 배치하고, 먼지 하나 없는 창틀에, 빈틈없는 친환경 생활, 소품 하나하나 영화 찍듯 신경 써서 배치한 그 모든 게... 

리얼한 삶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는 그랬다. 

게다가 그걸 일일이 분주히 왔다 갔 카메라 옮겨가며 촬영했을  밀한 과정 각하... 차마 스트레스 받아서 5분 이상을  힘들 정도였다.

아, 진짜 다들 너무 대단하신 거 아니야??

어떻게 집에 그 흔한 모기약 하나, 휴지 한 장이 안보이고 세트장처럼 완벽할 수가 있는 것인지.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마저 어디서 구입한 건지 쿡 아줌마쿡 소 그림이 그려져 있는가 말이다. 

서울우유 안마셔요?

정녕 저런 화면을 보면서 다들 힐링을 하고 있니...


문득 우리 집 옥상을 둘러보니,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마구잡이식  배열에 오래된 데크, 알록달록한 촌스런 빗자루, 널브러진 쓰레기봉투, 남편이 모아놓은 담배꽁초, 에서 쓰다 버리기 아까워 올려놓은 의자, 먼지 낀 비닐 쉘터...

, 이거 찍으려면 옥상부터 다시 싹 다 뜯어고쳐 베이지색으로 꾸며...!


결국  각을 고쳐먹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는 중이다.

역시 난 돈과 거리가 멀어...

아무렴 돈벌기가 그리 쉬운가.

어쨌든 짧았던  머릿속 유튜브 포트폴리오는 이렇게 허무하게 기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나는 언제쯤 나의 길을 찾을 것인지, 세상 쉬운 거 하나 읎다 읎어...


잠깐 누워가실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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