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돈 버는 데는 젬병이라서'라는 셀프 디스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며칠 전에다시 읽어보니 나라는 사람은 머리 한쪽에 '돈'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다고적혀있더라.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은데,그래도 어느 정도아이들이 크고시간이 남게 되면서부터소소하게 나도 소일거리 개념의 일이라도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조금씩 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절실하게?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늦은 나이에 뇌 한쪽에 돈이라는 카테고리가 아주 조금은 생성된 기분이랄까.
사실 글 쓰고 그림 그리기를 손 놓은 것도 '까짓 돈도 안되는 거!'라는 생각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가 더이상 무의미하게 느껴져서였다.
하지만 이십년 가까이 집에서 살림만 해왔던 나에게 밖이라는 커다란 세계는 '두려움' 그 자체다. 간간이 들여다보는 알바앱에는 그놈의 쿠팡 로고가 일년 내내 주구장창 커다랗게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고, 더 들어가 봤자 야간 편의점 알바 자리만 즐비할 뿐 '어서 오세요~' 하고 장기간 경력단절 주부를 내내 기다린듯한 맞춤형 일자리는 일절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집안일이나 아이들손 닿을 데가 적지 않아, 최저시급으로 하루 온종일의 시간을 모두 할애하는 일은 여러 면에서 남는 게 없을 것 같아 우선순위에서 배제시켰다.
하지만 오전에 아이 학교 보내고 밥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여유롭게 나가서 한 오후 네시쯤 퇴근해 넉넉히 저녁준비를 할 수 있는 그런 누구나의 입에 딱 맞는 일자리는,당연하지만단 한 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내일 배움 카드로 뭐라도 해볼 요량으로 신청하던 와중에 여성인력센터에 이력서를 필수로 제출해야 해서 본의 아니게 구직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간간이 오는 알림 문자에는 하루종일 서서일하며 최저시급을 받는일 아니면 콜센터에서 무작위 영업을 하는 일, 아니면 블로그 홍보글이나 후기를 허위로 올리는 일 등등 누구나 쉽게 도전했다가 자괴감에 쉽게 포기하고 마는 그런 일들뿐이었다.
사실 사람이라는 게 급하면 뭐라도 하게끔 돼있는 법인데, 이거 떼고 저거 떼고 이리저리 재는 거 보니 그래도 나 아직 살만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리저리 서칭 하다가 컴퓨터를 이용해 재택으로 할 수 있는일을 찾아 '아 이거다!' 싶어 냉큼 결제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다 보니, 이것 또한 각자도생의 프리랜서 일이라 경력자가 아닌 이상 일거리를 찾기쉽지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게다가 이게 팬데믹 시대에는 재택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출퇴근 업무로 전환되었다고 하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 돈 버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도 장기근무가 아니고 한달씩 단기로 하는 일이라 한번씩 출퇴근도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공부했고, 결국 어제 소소하지만 그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이게 과연 나에게 돈과 일자리를 가져다줄까 의심스러웠지만, 오십넘은 나이에 오랜만에 뇌에 자극도 주고 자격증 하나를 얻게 되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남편이 축하한다고 치킨이라도 시켜 먹으라는데 돈도 벌기전에 치킨은 무슨... 일없다 했다.
원래 성격이 도전도 싫어하고 남에게 평가받고 상처받는 것도 싫어하는 (아마도 도파민부족인 듯?)편인데, 누가 날 기억한다고 그따위 자의식 과잉에 휩싸여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텐가갑자기 모처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의욕이 샘솟았다고나 할까.
자격증도 생겼겠다 오늘 작정하고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무려 '카카오'(모두가 아는 그 카카오)에서 마침 어제 최저시급이지만 한 달짜리 프로젝트 공고를 올린 걸 발견하게 되었다!심지어 출퇴근도 가능한 거리라니!두둥!
냉큼 지원하려고 보니, 다음 달에 엄마랑 교토여행 예약해 놓은 것이 그만 내 뇌리를 스치고...;;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닐 것인데...
아쉽지만 그래도 왠지 희망이 생긴 기분이었달까!
그리고 뜻밖에도 미대 나온 시조카가 형님을 통해 내 그림을 보더니,그림이 좋다고 아마도 일거리를 줄만 한 게 있을 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는'역시 세상에는그 어떤 것도 허튼 일은 없는법'이라며급방정을 떨었다지 아마ㅎ
어제 오정세 배우가 유퀴즈 '할 수 있다' 편에 나온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는 배우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천 번 넘게 도전하고 버티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한 시상식에서했다는 그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은 평소랑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일을 입신양명을 위해 하든, 생계를 위해하든, 심심해 소일거리로 하든 지치고 힘들고 머뭇거려질 때 가슴에 새기면 참 좋은 말일 거 같다.
제발 교토에 다녀온 후에도 이 도파민이 계속 나와서, 앞으로도 쭉 도전할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