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독 탓을 많이 했다. 오늘 아침에도 이와 관련한 일이 있었다. 아침에 어제 일찍 잠든 신랑에게 세 살 난 딸과 어제저녁에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어제저녁 아이를 재우며 '오늘도 늦었네.'라고 이야기를 하니 아이가 '엄마 때문에 늦었잖아, 엄마가 늦게 씻겨줘서 늦었잖아.'라는 말을 해서 놀랐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OO 가 엄마가 일찍 씻고 자자고 할 때 조금만 더 놀겠다며 했잖아. 그게 왜 엄마 탓이야?'라고 말했고 벌써부터 다른 사람 탓을 하는 딸아이에게 놀랐다고 이야기를 하니, 신랑은 ' 그럼, 누구 딸인데?' 라며 놀랄 것도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한 번 더 나아가 근데 그게 그 피가 그런 것 같아하며 이제는 혈액형으로 일반화를 시키고 있었다.( 아이와 나는 알파벳이 두 개인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 ) 그러면서 '그 피를 가진 사람들은 남탓하는 게 아주 습관이야.'라고 말했다. 신랑의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놀란 건 신랑의 그 말이 아닌 나의 반응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무슨 피가 그런 게 어딨냐, 왜 그렇게 말하냐, 내가 뭘 그렇게 남 탓을 했다고 그러냐, 자기는 그럼 잘못한 거 없냐.'는 식으로 폭풍 억울해하며 따지고 들었을 나인데 오늘은 그저 아무렇지 않았다. 조금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그냥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신랑이 '나는 우리 딸이 남탓하는 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조용히 수긍했다. '그래, 남탓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신랑의 그 이야기가 왜 나에게는 더 이상 나의 감정을 자극하지도 않고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일까? 사람은 진실을 말하면 화를 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말에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함은 이제 그 말은 나에게 진실이 아닌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직 100프로라고 할 순 없지만, 전에 비해서 나는 남 탓, 환경 탓, 상황 탓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모두 독서의 영향이다. 처음으로 탓을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달고 살았던 내가 (신랑이 진절머리를 칠만큼)내 모습을 인식하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느끼게 된 처음 계기는 작년 독서모임 초기에 읽었던 스캇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으면서였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이며 사상가, 영적 안내자이기도 한 스캇 펙 박사는 사랑과 영적 성장에 대한 심리학 저서인 그의 책에서 신경증과 성격 장애에 대해 명료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으로 나는 처음으로 나를 마주했고 그간 살면서 나 혼자 외면해 온 '나는 성격 장애가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그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위 신경증이 아니면 성격장애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두 부류 모두 책임감에 장애가 있다."고 말하면서, "신경증인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책임을 지려하고 반대로 성격 장애인 사람들은 응당 져야 할 책임조자 피하려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성격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할 수 없어, ",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 해야만 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와 같은 표현을 심하게 사용하며, 이는 자신은 선택권이 전혀 없는 사람이고 자기 행동은 전적으로 자기 능력 밖에 있는 외부의 힘에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그 책을 읽을 당시 나는 내가 그의 상담실에 찾아가서 그에게 '당신은 성격 장애입니다. '라고 진단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생생했고, 강력했으며,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러면서 삶이 문제와 고통의 연속 즉 '고해' 인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진리 중 하나인데 그것이 위대한 진리인 까닭은 진정으로 진리를 깨닫게 되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삶은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루틴 중 첫 번째는 독서도 운동도 아닌 '비난, 불평하지 않기'였다. 그만큼 그것이 나의 삶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하지 말아야지.' 하고 인지를 하고 있다고 해서 다 고쳐지지 않았다. 머리로는 아는 것을 모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을 먹을 사람이 누가 있으며, 나에게 해가 될 행동을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알면서도 그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그 행동이 나의 몸속에 체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머리로 지식적으로 아는 것이 아닌 무언가가 섬광처럼 나에게 깊은 깨달음으로 온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내가 이 원리를 깨닫고 나서 처럼..
내가 강력하게 남 탓, 상황 탓을 하지 않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세상의 원리와 우주의 법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그저 이 세상 모든 것에 탓을 할 필요가 없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서이다.
우리가 남 탓을 하고 상황 탓, 세상 탓을 하는 것은 너와 나, 나와 주위 사람, 나와 이 세상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다르게 이야기를 하거나 내가 생각한 방식과 다른 일이나 상황이 일어나면 나는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누구 때문에, 그 일 때문에. '라는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우리 모두는 하나이고 나와 이 세상 또한 하나임을 알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저 다른 사람, 다른 사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나에게 일어난 것이고 그것은 결국 내가 창조해서 보낸 '나의 말, 행동, 사건' 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 것임을 알게 된다.또한 그것이 신이 내 주변에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개자를 통해 나에게 해주려는 말과 행동임을 알게 된다면 내가 화낼 사람이나 상대는 없어지고 만다. 그저 나는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단 하나 바꾸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이다. 내가 이 세상에 의식하지 못한 채 내보내는 '나의 말, 나의 생각, 나의 행동, 나의 에너지'만 바꿀 수 있고 굳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탓을 해야 한다면 지금 내가 받는 것을 내보낸 나 자신만을 탓해야 한다.
이 원리를 깨닫고 나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자라면서 나에게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하던 사람은 결국 내가 나의 힘듦은 불평 삼아 이야기하던 나의 모습이었음을, 직장에서 자신이 가장 힘들고 피곤한 듯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부리는 상사의 모습은 피곤할 때 너무나 쉽게 일을 빠지고 힘들면 직장에서도 티를 다내며 프로답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었고, 나에게 순간순간 나의 행동을 짚어주며 조언을 해주던 사람은 신이 나에게 제대로 살라며 가장 나와 가까운 신랑을 통해 이야기를 해준 것이었음을 알게 되니 그동안 그 모습들을 통해 나와 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불평만 늘어놓았던 나의 모습이 어리석기 짝이 없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 이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제는 내가 먼저 힘듦을 드러내지 않고 배려하며 상대를 이해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보이고 나니 서로 껄끄러워 피해 다니고 싶었던 불편했던 직장이 만나면 웃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곳으로, 집에서도 나에게 진심 어린 충고나 조언을 해주었던 신랑에게 이제는 화 대신 나 자신이 나의 안 좋은 점들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니 자연스레 큰 소리가 나지 않고 화목해짐을 느낀다.
" 이 세상에서 바뀌어야 할 것은 없다. 바뀌어야 할 단 하나가 있다면, 나의 의식이며 내가 의식적으로 깨어나는 것, 그것밖에는 없다."
라고 뤼디거달케 박사는 그의 책 '마음과 질병의 관계는 무엇인가?'에서 말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그의 책 <의식혁명>에서
" 우주 속의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일으키는 물결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모든 행위, 모든 생각, 모든 선택이 영원한 모자이크에 더해지며, 우리의 결정은 의식의 우주 전체에 파문을 일으켜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유학의 창시자이며 공자의 수제자였던 증자는
네게서 나온 것은 네게로 돌아간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세상은 투사의 원리로 작동하며, 주변여건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우리는 신과 연결되어 있어 신은 나의 주변을 통해 나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 고로 내가 깨어있어야 하며 올바로 서서 이 세상과 내 주변에 좋은 영향과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원리이다. 내가 준 것을 내가 되받고, 네게서 나온 것이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