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다시 뉴질랜드로 가기 위한 짐을 다 보내고 살던 집에서 나와 우리 세 식구는 나는 친정에서 신랑과 아이는 시댁에서 지내고 있다. 아이 어린이집이 시댁과 가까워 신랑이 아이와 함께 시댁에 있고 나는 시댁과 친정을 왔다 갔다 하며 주말에는 신랑과 아이가 친정에 와서 같이 지낸다. 오늘은 신랑과 함께 아이를 하원시키고 아이와 함께 쇼핑을 한 뒤 어머니네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오늘 이른 아침부터 친구분들과 골프 라운딩을 다녀오신 후였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굉장히 쌩쌩하시고 활기차신 목소리로 우리를 반기신 후 신랑에게 '엄마, 오늘 골프 너무 잘 맞았잖아~' 라며 골프가 잘 되셨는지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아직 레슨 중이고 라운딩은 나가본 적 없는 나는 '오늘 어머님이 잘 되셨구나.'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왕복 3시간 넘게 운전하시고 4시간은 필드를 돌으며 운동을 하시고 오신 이제 막 70이신 어머님이 저렇게 기운이 넘치시는 게 대단해 보였다. 그러면서 저번주에 짐을 다 싸고서 거의 일주일간 몸살이 난 40대 내 체력과 어머님의 체력이 급 비교되었다. 저녁식사를 간단히 끝내고 난 후 신랑과 아이가 다 먹고 자리를 먼저 일어난 후 어머니와 단둘이 있게 되자 나는 슬며시 어머니께 여쭈었다.
" 어머니, 오늘 아침부터 운전하시고 운동 다녀오셔서 피곤하시지 않으세요?"
그러자 어머니 왈,
" 아니? 골프가 잘돼서 기분이 좋은데?? "
이미 어머님의 모습에선 피곤함이 1도 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괜히 물었나 싶었다. 그러자 어머님이 이야기하신다. 어제 아이가 늦게 잠들지 못해 아이를 재우고 12시가 돼서야 잠이 드셨다고, 그러고 7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나가셨다면서, 7시간 푹 자서 너무 쌩쌩하게 다녀오셨다고 말이다.
" 아, 네~~~~~"
기본 8시간에서 힘들 땐 8~9시간까지 숙면을 취해야 회복이 되는 나의 입에선 영혼 없는 대답이 나온다. 그러면서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 어머니 체력이 어떻게 그렇게 좋으세요? "
그러자 어머니의 대답은 항상 이야기하신 그대로이시다.
" 나는 골프 하면서 좋아졌지. (그래서 나도 골프 하라고 하시는 이유다.) "
정말로 어머니는 50에 골프를 시작하셨는데 처음에는 9홀만 도셔도 기진맥진하며 쓰러지셨는데 이제는 18홀은 거뜬히 도신다. '그래, 나도 골프를 열심히 해봐야지.'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답이 이어진다.
" 그리고 나는 퇴직하고 더 건강해졌지."
어머니는 대학에서 30년을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5년 전 퇴직하셨다. 그때는 일하시랴, 신랑과 도련님 키우시랴, 살림하시랴 일하면서도 긴장과 스트레스로 힘드셨는데 퇴직과 함께 다 내려놓으니 지금은 너무 편해서 몸도 건강해지셨다고 하신다. 그러실만도 하시다. 30년이라는 세월이 그것도 워킹맘으로서 30년을 일하셨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시다. 어머니는 일과 자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너무 훌륭하게 다 이뤄내신 분이시다. 일에서도 우수교수상을 몇 번이나 받으셨고 전공이 음악이신지라 수업하시면서 연주회도 매년 해내셨으며, 자식들도 신랑과 도련님 모두 훌륭하게 잘 키워내셨다. 그러면서 지금은 손녀 둘 까지 잘 키워내주고 계신다. 이것만으로도 백점만점의 만점의 어머니이시다. 손녀들 봐주시는 것도 힘드실법한데 한 번도 힘든 내색이 없으시다. 그저 손녀들 보는 활력으로 더 건강해지셨다고 말씀하신다. 잠도 많고 저질 체력인 나는 또 이해가 가지 않아 묻는다.
" 어머니, 근데 손녀들 보는 거 즐거우실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도 몸이 건강하셔야 즐거우실 텐데,, 어머니는 정말 안 힘드세요? 저도 제 몸이 힘들 땐 아이 보는 게 버겁고 힘들 때가 있는걸요."
" 아니? 난 즐거운데?? "
이젠 KO 다. 더 이상 이야기 할 게 없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내가 이렇게 계속 묻는 저의(?)를 아셨는지, " 안 그래도 오늘 친구들이 그러더라. 나 같은 사람 없다고. " 어머니 같은 초긍정 마인드를 가진 분은 본 적이 없다고 어머니 친구들도 말씀하셨단다. 그럴 만도 하시지, 어머니 연세에 손주들 보는 거 좋긴 해도 힘들어서 안 봐주시는 분들도 많으시단다.
" 그렇죠? 어머니? 저만 느끼는 게 아니죠? " 이제야 나와 같은 생각이 가진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바로 직전에 KO 당했던 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응 그래~ 내가 초긍정이긴 한가 봐. 그리고 내가 깡다구가 있지? "
" 네 맞아요. 어머니~ 어머니는 체력이전에 정신력이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거기에 초긍정마인드까지요.. " 말씀은 안 드렸지만, 정말 넘사벽 어머니이시다.
전에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다.
' 수원여자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발가벗고 5리를 달린대. 근데 개성여자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발가벗고 10리를 달린대. 근데 나는 수원사람인데 개성피가 있잖아. 그러니 나는 15리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야.(어머니의 친청어머니가 개성사람이시고 어머니는 수원사람이시다)'라고 하신 말이 생각이 났다.
' 아 어머니의 깡다구는 피에서 나온 거구나. '
여행 다녀오자마자 짐정리 하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사람이라는데 우리 어머니는 여행 다녀오셔서 바로 짐정리에 빨래에 집청소까지 다 하시는 분이시고, 우리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에는 11시간 반을 비행기 타고 오셔서 도착하시자마자 본인 짐 푸르시고는 우리 집 청소에 냉장고 청소까지 싹 끝내야 하시는 분, 그러고도 낮잠 한 번을 안 주무시는 분, 내가 결혼해 살면서 어머니 입에서 '피곤해.'라는 말 아이와 놀아주시면서 '할머니 힘들어.'라는 말 한 적 한 번 없는 나에게는 넘. 사. 벽인 어머니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