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위와 대항하는 나를 보며 2 -
이 글은 저번 글(자연에 저항하지 마라)에 이은 글이다.
저번 글에서 나는 추위에 대항하는, 그렇지만 매번 참패당하는 나를 보며 자연의 영향력에 나를 맡겨야 함을, 그에 저항하지 말고 , 순응함으로써 나를 그 큰 자연에 맡겨 추위를 견디게 해주는 힘을 스스로 생기게 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그것의 두 번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강물에 역행하여 수영을 해보았는가?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이 들어가고 어려운 일인지를... 그러나 반대로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 수영을 하면 나는 그저 그 흐름에 내 몸을 맡기고 편안히 물 위에 누워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그 강물의 흐름이 나를 저절로 흘러가게 한다. 강물뿐 아니라 태양이 뜨고 지는 시간부터, 계절의 변화, 생성과 소멸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순리와 자연의 시계, 자연의 변화와 흐름에 거슬러서는 우리는 살 수 없다. 아니 살 수는 있지만 몸이 힘이 들고 그럼으로써 병이 들거나 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해가 지면 하루일을 마무리하고 우리 몸도 쉴 준비를 하고 아침이 되어 태양이 뜨면 하루를 시작하는 강렬한 기운으로 우리의 몸도 일어나 하루의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을 역행하여 낮과 밤이 뒤바뀐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라.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 매번 시차가 바뀌는 승무원, 밤에 일해야 하는 시장상인들... 그런 일을 오래 하는 사람치고 몸 어느 한 군데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필자도 그중 하나의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그런 직업이 아니더라도 단기간 야근 혹은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밤을 새우거나 저녁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멍해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집중도 되지 않고 어딘가 멍하게 정신이 나가있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인간도 들판에 풀, 잔디, 나무, 강, 태양처럼 자연의 일부이다. 그렇기에 자연의 시계에, 자연의 순리와 변화와 흐름에 따라야지만 탈이 나지 않는다. 자연은 매일 새벽 해가 뜨고 지며 일 년에 네 번 계절을 바꾼다. 그 시간과 흐름에 우리 인간도 역시 함께 따라야 한다. 봄에는 땅의 강한 생명력으로 만물이 소생한다. 그 생명력으로 겨우내 단단했던 땅 안에서 싹이 트며 나뭇가지에도 싹을 틔운다. 여름에는 싱그러운 햇살을 머금으며 푸르른 잎이 열린다. 푸르른 녹음과 싱그러운 바람으로 뜨거운 태양을 이겨낸다. 가을은 만물이 익어, 열매를 맺는 수확기이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견뎌왔기에 그 결과물로 내실이 튼실하고 잘 여문 열매를 맺게 된다. 태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무들은 그만큼 실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 겨울은 잎이 다 떨어지고 빈 가지만 앙상히 남는다. 한 겨울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바람을 잎하나 남지 않은 앙상한 몸으로 어떻게 버틸까? 겨울을 버티는 강인한 생명력은 봄, 여름, 가을을 어떻게 지냈는지에 달려있다. 여름의 태양을 가득 머금고 가을의 찬바람에 단련이 된 나무들만이 차디찬 겨울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영향력 안에서 뜨거운 태양을 피하거나 가을의 찬바람을 피하거나 하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묵묵히 견디고 버틴 나무들만이 그 내공으로 겨울을 견뎌내는 것이다.
아.... 무릎이 쳐진다. 자연을 살펴보니 내가 왜 이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하는 가에 대한 답이 또 나온다. 여름 뜨거운 태양이 솟아오르는 더위에 에어컨을 틀어대고 시원한 곳만을 찾으며 그 얼마나 꼼수를 부리며 지내왔는지,,, 조금 더우면 덥다고 조금 추우면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가볍디 가벼운, 길가의 강인한 잡초만도 못하게 지내왔던 시간들이 내가 왜 이 겨울을 유독 견디지 못하고 힘들어하는지에 대한 증명이다.
깊고 단단하게 뿌리 깊은 나무처럼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그저 조금의 더위와 추위에도 어쩌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여....! 왜 항상 인간은 자연에 역행하고 무언가를 부자연스럽게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나의 몸도 병들게 하는 것일까? 그저 자연의 흐름에 따르면 간단한 것을....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각 계절 속에 살아라. 각 계절의 영향력에 너 자신을 맡겨라. 자연이 주는 거대한 영향력을 흡수하기는커녕 부자연스러운 생활만을 계속하다가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른 환자는 특정한 풀로 끓인 차만 마시면서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계속한다. 그는 한편으로는 아끼면서 한편으로는 낭비한다. 그는 자연과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병들어 죽는다. 어떤 의사도 그를 늦게 할 수 없다. 봄에는 푸르게 자라라. 그리고 가을에는 노랗게 익어가라. 계절의 영향력을 마셔라. 자연이 각별히 당신을 위해 온갖 치료약을 섞어 만든 진정한 만병통치약을 마셔라. " (주 1)
자연의 흐름, 자연의 시간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자. 그리고 그 자연의 영향력에 나 자신을 맡기자. 계절, 계절, 그 계절이 주는 힘 안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묵묵히 견디며 나를 단단히 하자. 그 힘으로 뿌리를 내려 나의 뿌리를 깊고 넓게 뻗히자. 그러면 나의 인생이 낭비되거나 병들지 않고 혹독한 겨울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주 1) <소로우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