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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Aug 11. 2023

마오리 춤을 배우다.

kapahaka time

 뉴질랜드 학교에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춤과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있다. 매주 한 시간 반씩 마오리 춤과 노래를 배우는 'Kapahaka time'이 바로 그것이며,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이것을 배운다. 내가 일하던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 마지막 블록이 이 'kapahaka' 시간이었다.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시니어 마오리로 구성된 'kapahaka' 리더들을 중심으로 마오리 노래와 함께 춤을 배운다.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티브이로만 봤었지 이렇게 전통춤을 추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마오리아이들 뿐 아니라 백인, 아시아인, 흑인 등 여러 인종의 아이들이 뉴질랜드의 전통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어색하기도 했다.

 

 그들의 전통춤인 하카는 마오리족이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서 자신들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춤으로, 얼굴에 온몸에 문신을 하고 눈을 부라릴 정도로 크게 뜨고(상대를 위협해야 하기에 이것이 핵심이다.) 혀를 길게 빼서 보여준다. 춤 시작 전에 허리를 펴고 무릎을 살짝 굽힌 뒤 '캄마태캄마태'라고 하면서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고 팝을 굽히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한 후 주문처럼 '카마태 카마태 후루 후루'를 외치고 기합을 넣으며 눈을 부릅뜨고 혀를 길게 밑으로 내민다음 살랑살랑 거리는 일종의 그들만의 상대를 제압하는 퍼포먼스가 선행되는데 이러한 춤을 아직은 어린아이들이 따라 하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개중 몇몇은 진짜 어른 마오리 부족처럼 리얼하게 해내는 친구들도 있어 신기하기도 하며 왠지 어색하게도 느껴졌다. 이렇게 매주 배운 춤은 학교 행사나 외부 공연이나 축제와 같은 행사 때 참여하여 선보이기도 하고, 학교에 외부에서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환영인사로 선보이기도 한다. 우리 학교에서도 다른 도시의 선생님들과 학교위원회에서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이 그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학교입구에서 이 춤을 선보였었다.


 처음에는 왜 이 시대에 뒤처진 오래된 그것도 소수원주민의 춤을 교과목에까지 넣어서 학생들에게 가르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뉴질랜드가 이렇게 그들의 소수민족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나라이고 이것이 그 일환으로 문화계승차원으로 이루이지는 것이라고 볼 때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이해를 돕기 위한 뉴질랜드 고등학생들의 kapahaka 공연 사진


 사실 뉴질랜드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뉴질랜드라는 나라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한다라는 점이다. 그 예는 여러 가지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가장 첫 번째는 인종차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에서 뿐 아니라 뉴질랜드 전체 사회에서도 적용된다. 뉴질랜드는 많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이다. 이렇게 다민족 사람들이 많이 사는 다민족 국가에서는 아무래도 민족들, 인종들 간에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뉴질랜드에서 살아본 바 그리고 더 오래 살고 있는 선배 이민자들에 의하면 뉴질랜드라는 나라는 아마도 가장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이지 않을까 싶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호주만 하더라도 한국인유학생 살해사건이 일어나고 아시아민족을 향한 차별과 폭행 사건들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개개인들이 겪는 크고 작은 차별들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사실 이런 경우도 내가 직접 겪거나 들은 경우는 아직까지는 없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큰 사건들은 다른 이민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 다음으로는 원주민 우대 정책이다. 뉴질랜드에는 초기에 유럽에서 건너온 유럽인들이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보통 초기에 와서 정착한 유럽인들을 키위라고 한다.) 그다음은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전체인구의 14프로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피지, 사모아 등 주위 퍼시픽 아이랜드에서 와서 정착한 사람들, 그리고 급속도로 증가하는 아시아인들이 마지막을 차지하고 있다. 18세기 영국인이 발견한 후로, 영국인의 이주가 시작되었는데 그러면서 원주민인 마오리족과의 마찰에서 영국 정부는 군사력을 동원한 식민화보다는 주권을 양도받는 대신 마오리족 추장들과 사유재산을 인정하며, 마오리 부족 모두에게 영국시민과 같은 권리와 특혜를 부여하였다. 이것은 보통 식민지화를 하게 되면 군사력을 동원하여 원주민들을 말살시키는 정책을 내세우는 대부분의 경우(미국, 호주, 많은 아시아 국가들)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이렇듯 뉴질랜드는 초기 역사에서부터 원주민들과 큰 마찰을 빚지 않고 그들과 같이 공존하며 살아온 나라이며 현재까지도 원주민인 마오리족 문화를 지켜주며, 그들에게 우대정책도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공존과 타문화에 대한 배려는 마오리족에게뿐만 아니라 그 후에 들어온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도 보인다.


 그들의 이런 다른 나라사람과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기에 이방인인 나 역시도 정착하여 지내면서 큰 문제나 탈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친절에 거리낌 없이 그들과 어울리며 지낼 수 있었다. 나는 그 기반에 이러한 마오리 춤의 계승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소수민족의 문화를 계승해 나가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배려하고 열린 마음이 대단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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