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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Sep 28. 2023

뉴질랜드 교장선생님은 학교문지기

제일 바쁜 사람은 교감선생님

 뉴질랜드 학교에서 일하면서 한국 학교와 많은 다른 점들이 있지만 그중 큰 하나는 선생님들이 권위의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예로 학교에서 아이들 수업 외 모든 것들을 총괄 담당하는 교감선생님은 모르는 누군가가 보면 그저 한교의 행정직원이라 생각될 정도로 학교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교감선생님은 항상 얼굴이 벌게져서 학교 곳곳을 왔다 갔다 하고 수업 중에도 선생님들께 이것저것 공지하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 챙기랴 아이들 방과 후에는 선생님들과 미팅하랴 온종일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느라 바빠서 그가 오피스 안에서 앉아 있는 시간은 거의 보기 어렵다. 그를 만나려면 학교 어딘가로 돌아다녀야만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학교의 보스이면서 어쩌면 가장 권위적일 수 있는 교장선생님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미팅이나 워크숍 참여 등으로 만나보았던 많은 교장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권위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교장선생님 역시 권위적이지는 않으나 권위는 지니고 있어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했을 때는 엄하게 아이들에게 훈육을 하되 동시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소통을 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을 학교 어느 곳에서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글쓰기나 활동을 잘해서 칭찬스티커를 받거나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아이들아 바로 달려가는 곳 또한 교장선생님실이었다. 교장선생님께 자신이 수업시간에 한 활동 및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하여 자발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교장선생님은 업무 중에도 언제나 반갑게 아이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맞아주며 아이들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묻고 그것에 대해 칭찬과 함께 피드백을 준다. 그리고 교장선생님만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교장선생님 도장과 골드스티커를 그 작품에 붙여주시는데 그것을 받은 아이들은 의기양양해져서 나오곤 한다. 아이들에게 그 어떤 상장보다도 교장선생님의 칭찬과 스티커 하나가 그들에게 가장 값진 인정과 사랑이었으리라. 그렇게 학교에서 아이들이 담임선생님뿐 교장, 교감선생님과 소통하며 거리낌 없이 지내는 모습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이었고 가장 부럽고 좋다고 느낀 부분이었다. 


 교장, 교감선생님이 권위적이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는 아이들이 아침에 등교하는 시간과 오후에 하교하는 시간에 학교의 문을 담당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다교장선생님은 학교 정문에서 교감선생님은 후문에서 아이들이 학교문 앞에서 들어오는 차들 사이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서 가장 먼저 맞아주시고 가장 마지막에 인사해 주신다. 한국에서는 녹색어머니회라고 해서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당번을 맡아 학교 앞 길가에서 깃발을 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하교 하교하는 것을 지도한다면 뉴질랜드에서는 이것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 년 내내 학교가 문을 여는 날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떠한 로테이션도 없이 맡아서 하는 사람들이 바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인 것이다. 이것 역시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광경인지라 나는 매번 출퇴근을 할 때마다 학교 문 앞에서 반겨주고 인사해 주는 그들 모습을 볼 때면 같은 교직원으로서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한데 그들은 전혀 아랑곳없이 우리 교직원들에게도 한결같이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신 분께서 다른 학교에서 전근오신 교장선생님이 학교 앞에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맞아주시는 모습에 참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한 예로 전체를 볼 순 없지만 그래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인 30여 년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운동장에서 전교생 조례할 때만 먼발치에서 보던, 복도에서 마주치면 왠지 혼날 것 같아서 경직돼서 피하고 싶었던 그런 교장선생님이 아니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교장선생님들이 많이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한국에는 무너진 교권과 관련해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자세히는 더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이는 우리 사회가 예전에 교사중심의 권위적이었던 문화에서 학생중심의 보다 자율적인 문화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뭐든 한쪽만 강해지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예전에는 학생들의 자율성은 무시된 강한 교권의 남용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교권은 땅에 떨어진 채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만이 높아져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립을 찾아야 할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본보기를 보자면 우선 과거 학생들의 자율성이 거의 없었던 때에서 자율성과 인권이 인정되고 높아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도 맞다고 본다. 그러나 그 가운데 바로 서야 할 것이 '교사에 대한 존중'이다.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어느 한쪽은 무너져버리게 될 것이다. 교사도 학생들을 나이 어린 학생이 아닌 자율성과 인권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어야 학생들도 선생님을 스승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뭐든 것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본다. 그렇기에 예외적인 문제들은 제외하고, 교사가 먼저 학생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전 사회적으로 정착된다면 학생들도 자신들을 인정해 주는 선생님을 존중하고 따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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