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보름 Aug 03. 2023

6개월 만에 정식 보조교사 제안을 받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정식 해외취업의 꿈

 4월에 자원봉사 보조교사(volunteer teacher-aide) 일을 시작하고 5개월째가 되던 어느 날 정해진 오전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교감선생님인 찰리가 나를 잠깐 보자고 했다. 그 사이 나를 뽑아주었던 여자 교감인 마거릿은 다른 학교로 옮겨갔고, 그 자리에 40대 정도로 보이는 찰리가 새로운 교감으로 부임해 왔다. 그는 오랜 기간 교사로 재직해 오다 처음 교감이 되어 우리 학교에 부임해 온 것이었다. 그는 모든 일에 열심히였고, 항상 학교업무를 하느라 분주히 돌아다녔으며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친절했다. 그래서 교감이긴 하지만 거리감이 있거나 어렵지 않았다. (사실 뉴질랜드 학교는 내가 다녔었던 한국학교의 교장이나 교감선생님처럼 권위 있고 무섭고 어려운 존재가 아니다. 교직원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거나 할 때 자주 그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흔쾌히 오케이를 하고 그의 오피스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책상 옆 의자에 나를 앉게 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가쁜 숨을 한 번 몰아쉬며 학교생활은 어떤지 물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해서 즐겁고 그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이었다.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라 돈은 받지 않았지만,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내가 이렇게 학교에서 일하며 학교시스템이 어떤지 학교생활은 어떤지를 경험할 수 있고 아이들을 돌보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노출이 되어 영어도 배울 수도 있다는 것이 내가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경험들이 정말로 너무나 감사했다.


 그는 만족한 듯한 얼굴로 나의 이야기를 들은 후 본론을 이야기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던 보조교사 중 한 명이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두게 되었는데 다음 달부터 그 자리를 내가 풀타임 보조교사로 일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 맙. 소. 사! '


 그것은 내가 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원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원봉사로 지원을 해서 일했지만, 그렇게 일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꿈은 1년 안에 정식 직원이 되는 것. 정식으로 뉴질랜드 학교에 뉴질랜드 사회에서 내가 일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내가 뉴질랜드에 오기 전부터 꿈꿔왔던 나의 꿈이었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그 제안을 받다니!!!

믿기지 않았다. 나는 되물었다.


" 다음 달부터라고? 그럼 나 다음 달부터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거야?"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지 할 수 있는 지를 물었다.


'"물론이지, 물론이고 말고~!!"


나는 바로 답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나에게 다음텀 타임테이블을 건네주었다. 그곳에는 'LIZ'라고 나의 영어 이름이 적혀있었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정식직원으로 등록을 해야 하니 다음 주에 영주권, 그리고 한국에서 나온 졸업증, 자격증 등등을 갖고 오고, 오피스에서 워크 앤 인컴 (한국으로 말하면 국세청)에도 신고해야 하니 오피스에 줄리를 찾아가라는 이야기, 그리고 학년은 변경이 되어 이제는 미들과 시니어 반에도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 응, 그래 알겠어. 다 준비해 올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온 뒤부터는 자잘 자잘한 것들은 그저 내 귀 언저리에서 맴돌 뿐이었다.

그리고 그중 나의 귀를 번뜩이게 한 것은 이제 시니어반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1, 2학년 주니어 반에만 있다 보니 다른 학년들 반 수업에도 참관하고 싶었는데, 다음 달부터는 시니어반에도 들어갈 수 있다니.. 모든 게 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그저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고맙고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 나는 그의 오피스에서 나왔다.





 집으로 가는 내내 내 얼굴에선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렇게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드디어 내가 원했던 외국에서 취직하는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한국에서 취업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내 존재가 인정받은 느낌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나온 것도, 그렇다고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뉴질랜드에 온 지 3년도 안 돼서 이 나라에서 취직을 한 것이다. 그것도 교육의 현장인 학교에 말이다!!!



이전 09화 뉴질랜드 교장선생님은 학교문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