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매거진은 아이 낳고 산후 우울증과 전신 오한으로 2년 가까이 누워만 있었던 40살 엄마가 두 살 난 딸과 같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돌 지난 아이의 엄마를 애타게 찾던 울음은 나의 정신과 온몸 깊숙이 강한 자극으로 내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왔고, 나는 점점 몸뚱이가 아닌 정. 신. 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어 누워있더라도 막상 잠을 자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저 오한으로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었기에 그 시간에 무어라도 하고자 했다. 사실 누워서 유튜브를 많이 보기도 했다. 내 의식 속에 내 꿈속에 그래도 성공에 대한 열망은 남아있었던지 나의 주된 관심사는 자기 성장, 성공에 관한 것들이었다. 사람들의 성공스토리가 담긴 영상,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영상(아이 출산하고 몇 년의 공백 사이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보편화가 되어있었다.),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 어떻게 꿈을 이루는지에 관한 영상들이 내가 보는 영상들의 주를 이루었다. 볼 때는 자극도 되고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들지만 보고 나면 나의 현실은 침대 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에 그런 영상들을 보면 볼수록 괴리감만 더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전 회사 동기이자 친한 동생에게 톡이 왔다. 브런치라는 곳에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이지만 매 순간 자기 성장과 자신의 꿈을 이루려 나가려는 나와 공통분모가 많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 같은 동생이었다. 궁금했다. '브런치라는 곳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그녀는 브런치는 카카카오에서 만든 플랫폼으로 글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작가로 신청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가 그곳에서 '작가'가 되었다는 말에 나는 축하와 함께 내 가슴 한편 깊은 곳에 울림이 일기 시작했다.
"거기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 거야? 나도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나의 꿈을 향한 첫 돌이 내 밖으로 던져졌다. 그녀는 나에게 작가신청방법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는 내내 이미 나는 상상 속에서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브런치'라는 곳에서 이미 작가가 되어있었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내 일상에 처음으로 도전해야 할 목표가 생긴 것이다. 아이의 울음이 2년간 지긋한 산후우울증으로 누워만 있던 나를 정신적으로 (mentally) 움직이게 했다면 이것은 나를 신체적으로 (physically) 움직이게 했다. 우선 나의 뇌가 쉬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활동 계획? 주제? 뭐를 쓰지? 뭐에 대해 써야 공감이 되고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그러면서 틈나는 시간마다 나는 브런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떤 곳인지 먼저 알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이 작가가 되어 활동을 하며, 어떤 글들이 올라와있는지 모두 다 궁금했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도 수차례 브런치에 들어가서 많은 작가들이 올린 글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궁금하고 나는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브런치 속 나를 사로잡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꼽은 브런치의 가장 큰 매력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서점 가서 휘황찬란한 매대에 놓인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대단한 지성과 지식으로 무장된 글들이 아닌, 나와 같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상황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나에게 나도 쓸 수 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극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그리고 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의 글들을 보면서 현재 나의 상황을 위로받고 나는 이만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고통과 시련이라는 것도 간접경험으로 알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그저 브런치 속에서 거니는 나날들이 행복했다. 또 하나의 장점이자 매력은 옷을 입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차를 타고 서점을 가거나 도서관을 가지 않아도 '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나로 훌륭한 글들을 맘껏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직 육체적으로 회복이 되지 않은 나에게는 그야말로 가장 큰 메리트였다. 침대에 누워서도 핸드폰만 있으면 맘껏 글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무료로!
나의 첫 목표가 이루어지다
그녀는 나에게 작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자신은 사실 한 번 떨어지고 다시 도전해서 두 번째에 된 것이라고 했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아,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구나.' 그래서 나는 더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원래 내 성격상 스스로 느끼기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무엇에 도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거기에 보태어 나는 더 준비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우선 어느 방향으로 글을 써야 할지를 잡았고, 활동 계획도 세웠다. 이제 글을 3편 정도만 쓰면 되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것, 아니 써야만 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뉴질랜드에서의 힘들었던 적응과정과 출산에 관련한 이야기들이었다.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쓰다 보니 내 안에 힘들었던 것들이 자연스레 토해져 나오면서 무언가 후련 감 같은 게 느껴졌다. 이렇게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3편의 글을 완성했고, 몇 번의 수정을 통해 작가에 신청했다. 그렇게 3일 뒤, 도착한 한 통의 메일은 나를 상상 속이 아닌 현실 속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