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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Oct 11. 2023

새벽 5시, 독서모임에 나오는 이유

"왜 이 새벽에 나오세요?"

 새벽 3시 55분, 눈이 떠졌다. 

한 달여간의 공백 후 며칠 전부터 다시 시작한 새벽독서는 '다시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나의 우려와 달리 첫날엔 4시 55분, 둘째 날은 4시 5분 오늘은 조금 더 이른 3시 55분에 눈이 떠졌다. 5시부터 아니 더 일찍 나오시는 분들은 4시부터 줌에 들어와 6시까지 조용히 줌안에서 서로 책을 읽고, 6시부터 한 시간가량 각자 책 읽은 내용을 공유한다. 그러고 나서 오늘은 교수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왜 이 시간에 나오세요?
무엇을 배우기 위해 이 시간(새벽)에 나오시나요?


 '나를 알고 싶어서요, 나의 원하는 모습을 찾고 싶어서요, 여기 계신 분들이 좋아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여러 답변들이 나왔다. 우리의 토론에 정답은 없다. 그저 각자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눌 뿐이다. 


 다 맞는 이야기, 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나 역시 6개월 전 처음 새벽독서모임을 시작할 당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바닥이었던 내가 독서모임을 통해 꿈이 생기고 목표가 생기고 어렴풋이 나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항상 내 안에 있었던 지적 혹은 정신적, 영적 갈증을 이 시간에 만나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그것들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책을 읽는다면 아니 이전에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이론, 지식에만 불과했었던 그래서 어느 좋은 구절을 보고 어느 대단한 성공책을 보아도 그것을 내 삶에 대입시키는 노력 없이 그저 '아, 대단하다, 저렇게 하니 저렇게 성공하는구나.', '아, 맞는 말, 멋진 말이구나.'라고만 느껴졌던 것들이 이제는 그 책 속의 지식, 철학들을 내 삶에 적용시키고 실천하려 하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 나 역시 나에 대해, 내 삶에 대해,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이 배웠고, 알았고, 행하고 있다.


이전(독서모임 초기)이라면 이런 것들 중 하나가 나의 입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달랐다.

 

 깨어있고 싶어서요.
 그간 제가 쌓은 지식들과 경험으로 축적된 나의 판단, 나의 분별, 나의 생각, 나의 인식들로 단단히 쌓여있던 것들을 깨고 그 안에 있는 진짜 나를 만나고 싶어서요. 그러기 위해 매일같이 깨어있기 위해서요. 


 이것이 오늘 나의 답변이고 정말로 그러했다. 사실 다른 것들은 이 새벽시간이 아니더라도 하루 중 어느 때에 독서모임을 갖더라도 얻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질문은 '왜 이 시간(새벽)에 나오세요?'였다. 모든 질문에는 답이 들어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서의 포커스는 '새벽'이었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잠자고 있는 새벽이기에 '나 자신'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고, 

 그 어떠한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기에 외부의 것이 아닌 나의 내면에 '집중' 할 수 있고,

 만물이 깨어나기 전 우주의 온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신성한 시간이기에 나를 깨뜨려 나의 깨어진 의식으로 '신이 나에게 말하는, 우주가 나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깨어나 정신을 일깨우는 책 한 구절이 내가 그동안 쌓아온 어리석고 편향된 나의 판단과 기준들 그리고 그것이 맞았다는 나의 자만과 오만을 깨뜨려주고, 그 시간에 만나는 결이 같은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점점 더 그 확신과 신념이 생긴다.




깨닫고, 깨어지고, 깨우쳐서, 깨어나세요.
 작은 내 안에 거대한 우주가 있습니다. 그 우주를 끄집어내려면 내가 계속해서 깨져야 해요. 과거의 나를 깨트려 더 큰 내가 되어 그 안에 더 큰 나를 담으세요.


 교수님의 말씀이었다.


"나의 도구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이 어디에 쓰일지를 알고, 하루하루 그것을 연마해 나가는 것. 나의 길을 알고 나의 도구를 아는 것, 이것이 인생에서 풀어야 할 단 하나의 '숙제'입니다."


역시 명쾌했다. 

내가 한 달여의 공백기간을 갖고도 다시 이 시간 이 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명확하고도 명백하고 확실한 이유였다. 




 '나의 도구가 무엇인지를 알고 나의 길을 알고 하루하루 그 도구를 연마해 가며 잘 쓰이는 삶.'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배움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배움만을 위한 배움은 배우지 않음보다 못할 수 있다. 깨달음과 그것을 실천을 통한 내 삶에 적용만이 제대로 된 배움일 것이다. 


 '깨진다는 것, 내가 그동안 고수해 오고 맞다고 생각해 온 것들이 틀렸고 그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고 깨져나가는 것'은 당연히 쉬운 과정은 아니다. 두렵고, 어렵고, 불안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하지만 다시 그 두려움에 과거로 '이전의 나'로 돌아가고 그러면서 점점 나의 꿈,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도 멀어지게 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렇기에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와 있음에 이 시간을 다시 지키기 위해 오늘도 새벽부터 깨어있음에 감사하다. 그럴 수 있는 나의 체력과, 나의 의식과 그런 깨어짐의 시간을 다시 주심에 감사하다. 이제 조금 더 명확하게 나의 길과 나의 도구가 보이는 듯하다. 그렇기에 다시 나의 길을 가는 데 있어 어떠한 방해물들이 나를 가로막지 않도록 꾸준히 깨어있으려 한다. 그렇게 나의 인식과 나의 판단이 아닌 나를 깨트리고 깨어있음으로 내 안에 나의 목소리 신이 주시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영혼의 이끄는 대로 하루하루 나의 길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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