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먹은,
2021.05.
곱창전골 냄비를 올리며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25분-30분 정도 오래 끓여 드세요.” 그 정도 각오는 하고 갔고 우리는 일단 오래 끓이며 지켜보는 일은 문제없는 사람들이다.
뒷자리에 여대생 4명이 왁자지껄 도착해서 호기롭게 곱창전골을 주문하고 맥주를 시켰다. 먼저 나온 맥주를 컵에 담고 잔을 부딪히며 즐겁게 얘기 나누는데 아르바이트 청년이 냄비를 버너에 올리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다소 걱정되는 말투로 “꼭 20분 이상 끓여서 드세요.”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그 말을 듣고 웅성거리며 그들은 20분 동안 안주 없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얘기하며 따져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육회를 추가 주문했다.
우리 옆 자리에는 또래의 남대생 3명이 있었는데, 멀리서 친구를 초대하여 만난 자리였다. 그들은 모둠구이 같은 것을 주문했는데, 아르바이트 청년은 불판에 여러 부위들을 가지런히 올려놓고는 군더더기 없이 차분하며 명확하게 “이 것은 길쭉하게 잘라 굽고, 이것은 짧게 잘라 굽고, 이렇게 뒤집고 저렇게 놓고, 이 것은 삶아 나온 것이니 살짝만 구워 드시면 됩니다.”를 말하고는 빈틈을 용납하지 않고 다음 테이블로 향했고, 남겨진 손님들은 경청을 끝내고 대화를 이어갔다.
‘너 잘 들었어?’
‘아니 나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에잇! 그냥 맘대로 굽지 뭐.’
이렇게 내가 다른 것들에 한눈판 사이 정작 우리의 냄비는 졸아지듯 끓었고, 생각보다 맵고 전골이라기보다 찌개같이 된 곱창전골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서, 10년 만에 먹은 곱창전골은 얼마나 더 있다가 어디에 가서 먹게 될지는 모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