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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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수유시장>입니다. (suyumarket.com)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요즘 자주 가는 시장이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는 대로에서 입구 간판과 시장 골목들을 보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시장 안의 식당에 가보려고 들렀다가 수유시장의 매력에 빠졌다. 수유시장은 4호선 수유역과 미아역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서울의 오랜 주요 시장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는 함흥냉면을 먹으러 갔다가 동네 구경을 하면서 우연히 중부시장도 가보게 되었다. 갖가지가 말려져 있는 건어물 전문 시장이라는 것도 그렇고, 건면류도 처음 본 종류의 것들과 한 종류의 면이 굵기 별로 진열되어있는 것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건조 전문 시장이어서 그런지 실내 습도가 낮았다. 서울의 시장들은 한 가지씩은 중요한 특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수유시장은 위의 시장들 보다는 서울 중심에서 북쪽, 강북에 위치했다. 인근 지역의 주요 시장으로 오래 유지되었었다고 한다. 내가 관찰한 수유 시장은 생활밀착형의 시장으로 일상보다는 제사, 잔치 같은 집안의 행사들에 오랜 상인들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프로페셔널들의 시장인 것 같다. 가정행사전문시장. 지금은 그것들을 바탕으로 매일과 새로운 먹거리 분식, 공산품 등 다양한 폭을 가진 시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것 같다.
큰길에서 바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홍어 전문점들이 있다. 옆 골목길로 가면 제수용품 전문점과 전, 떡, 한과류 등과 김치 등을 파는 골목이 나온다. 그 길 끝에 우엉 가게가 있고, 방앗간 건어물류 전문점들이 있고 그 너머에는 도매상들이 있다. 도매상 가게 이름들은 인근 지역 이름이 붙여진 경우가 있어서, 예전에는 이렇게 물건들 보내곤 했었겠구나 생각이 들게 한다. 수유 시장은 워낙 다양한 종목과 가게들이 있어서 사실 느슨한 구역 경계를 가지고 있고 어떤 종목은 군데군데 떨어져 있기도 하고, 어떤 종목은 모여있기도 하다. 우리는 주로 큰길 입구로 많이 가지만, 안쪽 끝 경계에 주차장이 있어서 반대편에서부터 둘러보는 사람들도 있고, 주변이 낮은 주택가 들로 통한 길이 열려 있다. 이건 많은 시장들이 가진 시장 자체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코너에 반찬가게 들도 있다. 수유시장 반찬가게들은 가게들이 많기도 하니 저마다의 특색이 있고 다 가보며 비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자주 들리며 사다가, 조금씩 다른 것들로 범위를 넓혀보고 있다. 삶은 나물들을 언제든 살 수 있고, 잔치 상에 놓일 법하게 보기에도 좋은 재료들이 듬뿍 들어있는 반찬들이 있다. 새우장, 게장 파는 곳도 많다. '큼직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 시장의 이점을 한 껏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수유 시장의 특징은 획일적이거나 유행에 휩쓸려 우후죽순 같은 종목의 가게와 제품이 들어왔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노하우와 자부심을 가지고 지키며 만들어진 것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우리는 지금 사는 동네에 이사를 와서 꼭 10년째 살고 있는데, 처음에 정말 자주 가던 중국집이 맛을 잃다가 없어진 모습도 보았고, 한 장소에서 카페 주인이 계속 바뀌며 운영되는 모습도 지켜보았고,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가게들도 많이 보았다. 평범하게 생각되었지만 오래된 것들이 가지고 있는 힘들은 조금만 들어가서 보면 알 수 있다.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j와 내가 처음 사 본 것은, 할머니 반찬집이었다. 더운 날이어서 밥에 차가운 차를 부어 먹고 싶어 작은 간장 짠무 하나를 샀다. 얇게 저며 식탁에 놓고 하나를 집어 먹어보았다. 진짜 짜다, 이렇게 짤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아삭한 짠맛이 매우 맛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짤 수가 있나 놀라워하면서도 맛을 즐겼다. 다음부터는 아주 얇게 복어 회를 뜨는 듯한 손길로 짠지를 저며 접시에 펼쳐놓고 먹었다. 그다음에, 소금 할머니 가게에 가서 우리는 예쁘게 생긴 작은 참외 절임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이건 정말 짤 것이다. 그렇지만 맛 또한 보지 않을 수 없다. 먹어보자. 그 맛은 깔끔한 짠맛에 ( 진짜 짜지는 않았다. ) 말간 참외의 숙성된 향이 잔잔히 올라온다. 투명함을 뽐낼 수 있도록 아주 얇게 저며 접시에 담는다. 오징어젓갈, 오이지, 고추절임 등을 애용 중이다. 짠지들은 사겠다고 하면 탄탄하게 절여진 것으로 잘 골라주신다.
야채와 과일은 잘 다듬어져서 가게 앞에 놓여있다. 가격이 다뤄지는 방식이 합리적인 것 같다. 제철에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것부터 보여지는 것과 맛까지 보장된, 프로의 손길이 느껴지는 선별된 제품들까지 다양하다. 조금 상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미리 얘기해주시고 더 넣어주시기도 한다.
우리는 반찬에서 시작해서 야채, 과일, 홍어, 떡갈비, 분식, 김치, 떡, 도너츠, 어묵 등으로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영역을 확장했다. 시장 안에 작은 시장 빵집도 있는데 여러 가지 고물이 있는 먹음직스러운 간식빵들이 많다. 우리는 종종 우유식빵을 사 오는데, 낮은 온도의 팬에서 여러 번 뒤집어주며 구워 아침에 주로 먹었다. 단순하고 매우 만족스러운 팡팡한 기본빵이다.
시장은 크지만 가게들 단위는 작기 때문에 가족들이 같이 운영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고기나 생선, 가공식품코너는 젊은 사장님들이 많이 계신다.
수유 시장의 특이점, 메타버스 공간이 있다. ( 홈페이지에서 연결됩니다. )
광고와 음악소리가 없고, 거의 사장님들이 대응해주시기 때문에, 중요한 얘기만 나누고 쓸데없는 말을 듣거나 말하게 되지 않는다. 편안한 쇼핑을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좁은 공간에서 이웃 가게들과 같은 종목 혹은 다른 종목의 가게를 운영하게 되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더 사고 싶은 것이 많지만, 전문적인 재료들의 요리 영역으로는 접근하지 못했다. 나는,
가보려고 하는 곳
우엉 아저씨 가게 ( 나의 문제, 우엉을 요리해 본 적이 없다. )
생선가게들 ( 나의 문제, 생선 굽기와 조기찜, 훈제 외에 생선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다. )
회집 ( 나의 문제, 수조 속 쥐치들이 너무 귀여워 보인다. )
이전에 쓴 시장에 대한 글
시장 구경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수유시장은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늦게 안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