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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Oct 27. 2022

솥밥

주물냄비, 조밥

 가을, 요즘은 시골에서 주신 고구마와 밤이 있어서 같이 넣고 밥을 해 먹었다.


 솥밥(주물냄비) 하기

 - 쌀을 씻고 불린다. ( 최소 10분 이상 )

 - 솥에 불린 쌀과 물을 넣고 뚜껑을 닫는다.

 - 중불에 맞추고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린다. ( 4-5분 정도 )

 - 뚜껑을 열어 나무 숟가락으로 한번 저어주고, 뚜껑을 닫고 불을 매우 약하게 줄인다.

 - 10분 익히고, 불을 끈 후 2분 이상 뜸을 들이고 담는다.

   솥이 온도를 유지해주므로 다른 식탁 준비를 마치면 뚜껑을 열고 담는다.

 

- 적힌 시간은 최소 단위 임.

- 급하게 쌀을 불리지 않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밥 물이 쌀에 스며들지 않아서 자주 넘치고, 밥 맛이 조금 덜함. 솥이 넘치려고 하면 당황하지 말고 뚜껑을 한번 열었다 닫아주면 됨. 몇 번 그렇게 될 수 있음.

- 불을 조금 빨리 줄이면 ( 혹은 처음에 불이 조금 약했으면 ) 밥이 설익을 수 있음. 그러면 당황하지 말고 밥을 한번 섞어주고, 물 양을 보아 혹시 부족한 것 같으면 조금 더 붓고는 불 세기를 약간 높여 더 익히면 됨.

- 불을 조금 늦게 줄이면 물 양과 불 세기가 적당했고 쌀을 불려서 쓴 상태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음. 그렇지만 가끔 어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솥에 눌어붙은 밥의 양이 많아져서 공기에 담은 밥의 양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질 수 있음. 그럴 때는 ( 당황스럽지만 ) 당황하지 말고 계란말이 정도를 조금 더 준비하거나, 미리 양해를 구함. 비상용으로 ( 누룽지는 아니지만 ) 불을 붓고 숭늉을 만들어 놓는 것도 방법임.

- 밥이 조금 어설퍼도 별일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전기밥솥 대신 주물냄비를 사서 밥을 하고 있다. 처음 솥을 샀을 때는 내가 야근이 매우 많고 사무실 거리도 멀었기 때문에 j가 주로 밥을 하고 솥을 이용했었다. ( j는 솥에다 라따뚜이를 주로 한다. ) 그러다가 처음 내가 솥으로 밥을 하게 되었는데, 끓어 넘치는 밥물에 가스 불도 꺼트리고 뚜껑을 들었다 놨다 분주하게 밥을 했었다. 지금은 다른 요리와의 관계를 살피며 여유 있게 밥을 한다. 솥밥은 전기밥솥보다 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다, 여유 있게 20분 정도. 솥밥은 압력밥솥과 다른 압축되지 않은 탱글탱글 윤나게 익은 밥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고구마는 쌀밥 하는 시간만 들이면 충분하게 익고, 밤은 약간 단단한 정도로 익고, 감자는 조금 작게 잘라 넣는다. 잔멸치 밥은 우리 솥 크기에서 3인분을 하려면 멸치 양을 조금 적게 넣어야 밥이 잘 익는다.  


 우리 솥은 내부가 코팅되지 않고 질감이 있기 때문에, 부드럽게 처리해야 한다. 긁힘에 주의하여 나무 숟가락이나 주걱을 쓴다. 설거지할 때에도 물에 충분히 불려 부드럽게 닦는다. 솥의 매뉴얼에 보면 설명되어 있다.


조밥


 그러던 어느 날 잡곡밥을 먹고 싶어서 쌀가게에 갔다가 색도 푸릇한 청차조를 사서 조밥을 했다. 야심 차게 쌀과 조를 거의 1:1 비율로 넣었던 것 같다. 그 밥에서는 여느 잡곡밥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풀 맛이 가득했고  거칠었다. '보통의 밥'이 먹고 싶다는 원성을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고 저녁을 먹었는데, 그래도 우리는 맛있게 먹었고 다음날부터는 조의 양을 줄여 한동안 조밥을 먹었다.

 그때 궁금해서 조밥을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발견했다. 추사 김정희, 조선 맛 칼럼니스트 허균, 다산 정약용 선생들의  유배지 식사에 대한 것인데, 백종원 대표님이 다양한 얘기들과 함께 현장에서 안내해주신다. 영상 링크를 찾아 글을 적으면서 다시 한번 보는데,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자산어보'의 장면들까지 연결되면서 음식에 대한 생각들을 엿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제주도 조밥과 강된장, 상추쌈, 소박한 음식부터 어란, 진장 등 양반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있다.


https://youtu.be/hRDrU3IHVjo

 


영상을 보고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방풍죽을 해서 먹어보았었다. 내년 봄에는 조리법을 바꿔서 다시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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