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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Oct 23. 2022

부대찌개

+ 파스타 소스 = (자칭,) 이탈리아 부대찌개

 요즘 밀키트 전문점이 곳곳에 많이 생겼는데, 부대찌개를 파는 곳들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저장성 좋은 김치와 소시지류를 소포장해서 인원에 맞춰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고, 맛이 없기 어려운 조합으로 (일정 맛 이상 만들 수 있는)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조합이기 때문일 것 같다.


  나는 의정부에서 나고 오래 자랐다. 앞의 상황과 사실 큰 상관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집에서 먹던 부대찌개는 잘 익은 김치에 미군부대 다니시던 고모부가 가져다주신 콘킹 소시지, 간 햄, 스팸 등을 넣고 쑥갓, 당면, 그리고 가끔은 베이크드 빈을 넣은 것이었다.

 

 다른 방식의 부대찌개를 먹어본 것은 야근하려고 동료들과 갔던 회사 근처 '대우식당'이었고, 부대찌개 전문 식당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내가 알던 맛과 다른 맛의 식사도 그 당시에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부대찌개의 이름만큼 그 유래에 들어있는 아픔도 있지만, 다양한 재료들의 조화는 매우 여러 가지 만족감을 주는 한 끼이다. 따뜻한 김치전골 안에 건강을 생각한 야채와 인스턴트 총량 법칙에 만족감을 충족해주는 소시지와 스팸, 탱글탱글한 식감의 면과 찰진 밥, 매콤하면서 어딘가 달짝한 맛이 들어있다. 거기다가 부대찌개 식당에 가면 차가운 동치미나 식혜를 같이 내어주는 경우가 많다.        

 한참 후에 유명한 '오뎅식당'의 분점에 가보게 되었는데, 신맛 강한 묵은 김치가 매력적인 또 다른 맛이었다. 요즘은 가끔씩 가는 동네 식당이 있다.


 이탈리아 부대찌개
 시장에서 잡아온 서울맛의 깔끔하게 칼칼하고 시원한 익힌 김치를 썰어 담고, 강릉에서 온 바닷물에 단단해진 두부, 외쿡에서 온 스팸과 소시지를 잘 정렬해 넣는다. 나의 레시피, 바질 등 향신료와 토마토가 어우러진 ‘파스타 소스’를 두 큰 술 넣고, 특별히 생수를 붓고 보글보글 끓인다. 모두가 흐물흐물 어우러지면 떡국떡 약간과 라면사리를 넣고 충분히 익힌 후불을 끈다.  


 보통 베이크드 빈이나, 케첩 같은 토마토소스를 넣는데, 토마토에 향신료가 가미된 파스타 소스를 넣었다. 이건 일종의 필요에 의해 생긴 레시피이다. 냉장고에 남겨둔 파스타 소스가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이런 변주는 언제든 일어난다.


 ( 갑자기 생각난 다른 요리 이야기 )

 오래전에 파스타 레시피 책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빵가루 파스타 레시피를 보았었는데, 그즈음의 어느 주말 아침에 사과나 우유도 없고, 요리 재료가 아무것도 없어서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레시피가 떠올랐고, 마침 있던 빵가루와 스파게티를 섞어 요리를 만들었다. 이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응급상황에서, 있는 재료로 어떻게든 가벼운 한 끼를 먹고 말겠다는 의지와 순발력에서 나올 수 있는 조합의 레시피 아니였을까. 강력한 탄수화물의 조합. 어린이 r은 매우 의심의 눈초리로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다행히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주는 간단한 아침식사가 완성되었지만, 어쩐지 그 이후로는 한 적이 없다.  


 다시, 이거이거 약간 독특한데 거슬리지 않으면서 토마토와 향신료들의 조합이 맛을 조금 청량하면서 섬세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걸쭉해지는 상태가 아닌 깔끔하면서 촘촘하게 감칠맛이 나는 것 같다.


약간 많은 3인분

+ 김치, 밥 한 공기

+ 비엔나소시지 3줄, 스팸 120g

+ 두부 1/4 모

+ 토마토 파스타 소스 2큰술

+ 물 1리터


 남은 토마토파스타 소스가 있으면 한 번 해보세요.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길.




 ( 갑자기 생각난 큰 관련 없는 이야기 )

 지나다니다가 외국 음식 전문점 식당 앞에 현지인이  요리를 만든다는 문구가 있어서 한번 가볼까? 하면,  j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네가 어디 외국에 가서 '정통, 의정부 부대찌개' 집을 차리는 것과 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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