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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Aug 11. 2020

사과

아침


사과 하나를 집어 찬 물에 씻는다. 꼭지 부분이 뽀득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나무 도마에 올리고, 작은 과일 칼로 한 번, 두 번... 다섯 번 칼질로 사과 심이 오각형이 되도록 자른다. 마음에 드는 접시에 올린다.  


 아침 식사로 먹을 사과를 고르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적당히 작고 단단하며 달고 맛있는 사과를 골라야 한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나 과일가게에서 시작한다. 고운 예쁜 사과보다는 햇빛 잘 받고 건강하게 자란 사과를 고른다. 가끔 산지직송 트럭에 실린 작고 짙은, 단단한 사과 한 꾸러미를 살 수도 있다. 1주일 분량 5~8개, 그 이상은 상온에서 맛있게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을 사지는 않는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저장해 놓은 사과들의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에 풋사과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채소나 과일로 대체한다.


 매일의 사과.  


 우리 집 주요 아침식사는 사과다. 사과에 빵과 우유, 달걀이 추가되기도 하고 시리얼이나 그 전날 저녁에 먹고 남겨놓은 닭고기나 파스타가 추가되기도 한다. 영양과 맛이 충분한 식탁이다. 아침식사는 중요하지만 가볍게 몸을 깨우고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에 속해있어서 준비하기 간단하고 부담이 없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필요한 때 맞춰 쉽게 살 수 있고, 특별한 조리가 필요하지 않으며, 정리도 간편한 것이 좋다. 이런 것들을 고려한 식단은 선택을 위한 고민과 준비의 시간을 줄여주고 산뜻한 만족감과 기운을 준다. 사과 하나를 온전히 천천히, 맛있게 먹는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그 후에는 적당히 필요한 것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것이 있으면 먹어보기도 하고 가끔은 이렇게 저렇게 하지만 기본은 사과다.


 모든 부분에 대해, 매번 늘 새로운 것을 해보고 선택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것을, 나름의 방식을 찾고 충분히 애정을 가지고 그것을 즐기는 것, 그런 순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하루 중 온전히 나의 취향과 내가 원하는 생활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젖을 수 있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누군가의 아침시간은 풍성한 향과 따뜻함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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