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삼거리 Aug 13. 2020

달걀프라이, 어떻게 해줄까요?

+ 굵은소금 5알

 자주 가던 중국집 짬뽕밥에는 그냥 짬뽕과 달리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있었다. 거의 튀김 같이 흰자가 보글보글하게 부풀어 오르고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익어있어서 국물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었다. 어느 토요일 아침에 그 달걀프라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은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붓고 중간 불에 맞춰 온도가 높게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걀을 세 개 깨트려 넣었다. 팬에 가득 찬 달걀의 가장자리까지 기름이 올라오면서 거의 튀겨지듯이 보글거리며 익기 시작했다.

 만족스럽게 그릇에 담아 놓고 뿌듯해하니, 모두들 웃기 시작한다. "오늘은 중국집 스타일로 했네." 그걸 본 j는 달걀프라이 대회가 있는 걸 아냐고 물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올해의 달걀프라이를 뽑는다는 것이다. 흥미진진하다. 다음날, j는 자신만의 달걀프라이를 했다. 한쪽면을 충분히 익힌 후 뒤집어 윗면을 살짝 익혔다. 나는 팬을 뜨겁게 달군 후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되도록 한쪽면만 익혔다. 이날 이후 가끔 달걀프라이 주문을 받는다. " 어떻게 할까요? "

 

 양면을 다 구울 때 :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을 켠다. 충분히 열기가 느껴지면 달걀을 깨트린다.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튀겨질 정도로 익히다가 불을 끄고 재빠르게 뒤집는다. 접시를 준비할 잠깐의 시간 동안만 익히고 접시에 원래 노른자면이 위로 오도록 담는다.


 달걀프라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있었다. r이 더 어렸을 때, 아침으로 달걀프라이를 할 때면 어린이니까 너무 짜게 주지 않으려고 굵은소금을 두세 알 정도 올려주었다.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모두 그 정도 간을 해서 먹었는데, 최근에 달걀 프라이에 소금 세알 올리는 모습을 본 j는 "넌 소금을 너무 아껴."라고 말한 것이다. 우리는 또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굵은소금만 쓰고 있는데 굵은소금은 결정크기의 단위가 어느 정도 있으니까, 한알 두 알 그렇게 올려 먹는 일이 있어서 소금이 셀 수 있는 단위가 된다. 그럼 얼마가 적당한지 생각해 보았다.  " 다섯 알? "  ‘예전보다 두배에 가까운 소금을 주겠다, 나는 절대 자린고비가 아니다. 소금을 아끼려고 안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표현하면서 소금에 대한 원성을 잠재웠다.  


 아침식사 달걀프라이는 조금 다르게 하고 싶을 때 재밌게 조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식빵 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빵을 굽다가 달걀을 깨트려 더 굽는 것, 양파를 굽다가 링 사이에 굽는 법, 어떨 때는 반숙, 완숙. 프라이에 대해서만도 이렇게 할 말이 많은데, 수란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 오믈렛, 삶는 법 등 모두들 끝없이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재료로 이렇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게 요리의 매력인 것 같다.  가끔은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식사 준비의 시간은 재료 선택과 준비, 불 조절과 타이밍의 과학, 짠맛, 바삭한 식감, 식탁의 조화를 맘껏 궁리해 해보며 내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다른 일들에 비해, ‘이것만은’이라고 할 수 있는 맛있는 만족감을 주는 부분이 있다.  ㅋ

이전 01화 사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