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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Aug 11. 2020

스파게티

빠질 수 없다.


재료 : 맛있는 면,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냄비에 물을 넣고 소금을 ‘진짜 짜다.’ 싶을 정도로 넣는다. 뚜껑을 덮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을 넣는다. 면의 굵기에 따라 포장지에 적힌 삶는 시간을 참고해 6분~9분(보통 8분, 가는 면은 6분, 푸실리 11분) 정확하게 확인하여 불을 끄고, 면을 채에 건진다. 탁탁 물기를 털고 접시에 담는다. 올리브 오일을 면 위에 붓고 후추를 살짝 갈아 넣은 후 잘 섞어가며 먹는다. 아침이나 가벼운 점심으로 먹기 좋다. 스파게티 대신 푸실리도 좋다. 담백한 맛의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만들거나, 샐러드와 함께 먹기 위해 만들기도 한다.

 

 이 기본 오일 스파게티가 맛이 없다면 몇 가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맛이 없는 면을 구입하진 않았나. 둘째, 소금을 더하지 않고 간이 맞을 정도로 물에 충분히 소금을 넣지 않았나. 셋째, 면 삶는 시간이 길어지진 않았나. 넷째, 신선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쓰지 않았나.



 

  스파게티 면이 종류가 별반 다르지 않고 맛이 없는 것 같아 보였지만, 맛있는 면은 분명히 있었고, 금방 퉁퉁해지는 면도 있어서 몇 가지 바꿔보며 적당한 가격에 쉽게 살 수 있는 면을 골라놓았다. 스파게티 1인분 양은 보통 100g이라고 하는데, 1인분을 동전 크기로 재어보기도 했지만,  3인분을 할 때는 대강 포장된 면의 양을 확인하고 500g이면 1/2보다 조금 많게 하자 라고 생각하고 면을 잡는다.


 깊은 냄비에 물을 넣고 굵은소금을 두 큰 술 넣는다. 면수가 '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금을 넣어야 면이 더욱 맛있어진다. 면을 넣을 때 스파게티 끝 부분을 손에 쥔 채로 부채꼴로 펼쳐 흔들면서 살짝 누르며 자연스럽게 구부러져 물에 다 잠길 수 있게 조금 잡고 있다가 온전히 냄비를 따라 둥글리며 집어 넣고 바닥에 붙지 않도록 저어준다.  삶는 시간은 제조사의 조언에 따른다.


 신선한 올리브 오일은 샐러드드레싱으로도 먹고, 빵에 적셔 먹기도 하고, 아침 공복에 한 스푼 먹기도 한다. 좋은 지방을 먹으면 나쁜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올리브 오일을 아낌없이 먹는 편이다. 맛도 좋다. 그런데 이 올리브 오일이 맛이 강해 너무 많이 넣으면 다른 재료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필요한 만큼, 과하지 않음이 중요한 순간이 있다. 좋아한다고 많이 넣으면 오히려 시간을 들여 만든 전체의 조화가 사라지는 씁쓸함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만 많은 시간과 과정을 들여 조리하는 것에는 약하다. 대신 각각의 재료가 가진 맛과 식감이 살아있게 가볍게 조리해서 조합하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재료로 누군가가 만들어준, 모든 맛이 어우러져 부드럽게 새로운 맛과 풍미를 내는 음식을 먹으면 나의 레시피들을 요리라고 해도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지만, 재료 준비와 본격 요리 레시피 사이 정도의 영역에 '새로운 조합'코너로 놓고 싶다.


 생활과 일, 공부 사이에서 모든 것들을 유지하게 하는 시간에 속하며, 온전히 즐기며 쉴 수 있는 시간으로의 '식사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세세하게는 기본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방식을 바꿔보기도 하고, 익숙한 것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의외의 맛'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의 얘기들을 이 노트에 정리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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