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삼거리 Apr 20. 2023

존윅 4

저도 한번 써보겠습니다, 영화후기.



 나도 존윅 4를 보았다. 1편을 극장에서 봤었는데 2,3편은 보지 않았었다.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의 영화 후기를 보고는 왠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영화 장면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한 공간에서 액션신이 조금씩 길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제 그만 등장해도 될 것 같은데 악당들이 한두 명씩 쉬지 않고 나왔다. 이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겠구나 기대했는데 다른 악당이 등장했다. 끝나지 않은 곡의 중간에 혼자 박수를 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끝이 나려면 멀었구나, 마음을 다잡으며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았다. 빈 집 장면에서도 벽과 벽을 넘나들며 탑 뷰에서 바라보는 약간 어둑한 아름다운 공간, 창가에서 간간히 빛이 들어오고 클래식한 실내에서 보기 힘든 펑펑 터지는 불꽃과 움직임을 '와' 하며 바라보았는데, 어느 순간 또 '앗, 아직 끝나지 않았군.'을 속으로 되뇌었다. 계속 이런 패턴으로 영화를 보고 있던 나는 계단신에 이르러서야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존 윅은 성실하게 계단에서 굴렀다, 아니 이제 그만 굴러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충분한데 계속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몸에 잘 맞는 멋진 (방탄) 수트를 입고, 구르는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가 시작점에 다다랐을 때 나는 소리 내서 웃고 말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웃지 않고 진지하게 그 장면을 보고 있었고, 놀라웠다.


 매우 성실한 영화다.


 데굴데굴 굴러 결국은 시작점으로 떨어진다. 액션 신들이 이만큼 보여줬으면 된 것 같은데 계속계속 장면들이 이어진다.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고, 도구가 바뀌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이 정도?'까지가 아닌 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리서치 된 요소를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의 어떤 결과물을 보는 것 같은데, 그걸 영화라고 부르기보다는 일종의 성실하고 일관되며 치밀한 발표 같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준비했어요.' 나의 생각과 다르게, 이게 이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 총 망라하는 세세한 디테일을 즐기는 순간이겠꺼니 하며 그들의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진짜 재밌는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존윅은 중요한 컨셉이 디테일을 아우르는 일관된 영화다.

 (그래서 뭐 '방탄 수트' 쯤은 일도 아니다. 일단 멋진 수트가 우선이다.)


 나는 푹 빠져 즐기며 본 것은 아니고, 지나고 나니 '이 사람들 도대체 뭘 만드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되짚어 보고 있다. 공간을 멋지게 잘 활용하고 여러 가지 각도, 상황에서 오래 보여주기 때문에 가보지 않았던 장소들이라도 친근하게 기억된다. 뭔가 몇 가지 정해진 요소들을 세우고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다 해보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 부분은 영화 줄거리와도 일치하는, ''존윅 4' 영화를 찍는 우리들의 자세는 '존윅'과 같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느껴진다, 팬들까지 포함해서. 그런 면에서 나는 그런 사람들의 세계를 본 것 같아서,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하튼 진심인 사람들이다.


 반복되는 것들은 리듬을 만들고 그 사이 장면을 바꾸는 액션 신들은 장소와의 조화를 이룬다. 그러면서 약간 새로운 내용들이 들어오는데 예측가능한 것들 속에서 조금의 상상력을 더하며 확장하는 요소가 된다. 줄거리 사이사이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해보는, 종합되면서 디테일하게 이어지는 그 장소, 상황, 음악, 비, 계단, 강아지, 총, 칼, 쌍절곤, 텅텅거리는 주방기구, 딩동벨 아무튼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여 화면에 담고자 한다. 성실한 실무 고수들이 만든 영화다.


 파리 장면들 수평의 선, 미술관 복도, 지중 열차와 수로, 원형의 개선문 차로, 삼각뿔 루브르 박물관, 사각의 방, 수직의 계단, 그리고 잔잔한 도시와 우뚝 솟은 에펠탑, 밤부터 해뜨기까지. (2023.04.22. 추가)


 우리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을 위해서 우리가 여기까지는 와야 한다. 이걸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팬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 보여줘야 한다, 타협은 없다! 예~ (<--존윅 같다.)


 조금 설렁설렁하시지.


 성실한 존윅과 다르게 케인은 일과 삶의 즐거움, 소중한 시간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드며 집중하는 캐릭터이다. '일'(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을 시작하기 전까지 맛있는 국수를 한 그릇 즐기고, 교회에서 조용히 오랜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킬러들이 모인 카드게임 테이블에서 티스푼으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는 순간 그의 보이지 않는 눈은 반짝이고 즐거워 보인다, 컵 받침을 손에 들고 손가락으로 작은 잔을 들어 홀짝였다. 나는 케인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장소들과 그에 속한 인물들은 배경에 충실하지만 세명의 킬러 존, 케인, 노바디는 각자의 개성이 부각된다. 노바디의 이름으로 긴요한 스케치를 그려나간다. (2023.04.25. 추가)

 

작가의 이전글 오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